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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탐정 홍길동', 독특한 비주얼…'만화 느와르'의 탄생
2016-04-28 12:55:00 2016-04-28 12:55:00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지난 2012년 영화 '늑대소년'은 강원도 영월을 한국인 듯 아닌 듯 모호하게 그려내 한국에서 본 적 없는 비주얼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아울러 분노하면 늑대로 변하는 소년과 몸이 아픈 소녀의 판타지 멜로 역시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늑대소년'을 통해 충무로에 혜성같이 나타난 조성희 감독이 신작을 들고 나왔다. 제목은 '탐정 홍길동:사라진 마을'('홍길동')이다. 이명세 감독 이후 최고의 비주얼리스트라는 평가를 받는 그가 영화판에서 오랫동안 검증받아온 이제훈과 손을 잡았다. 
 
영화 '탐정 홍길동:사라진 마을' 포스터. 사진/CJ엔터테인먼트
 
영화는 1980년대로 추정되는 한국을 배경으로 한다. 프랭크 밀러의 영화처럼 도시 전체가 어둡고 안개가 낀 듯 하다. 배경뿐 아니라 의상과 소품까지도 미국 서부극이나 할리우드 느와르 영화를 연상시킨다. 현실성과 거리가 멀고, 전반적으로 가상의 공간과 인물이라는 느낌을 준다. 
 
흥신소 탐정인 홍길동(이제훈 분)은 어릴 적 어머니를 잃었다. 당시의 충격 때문에 여덟살 이전의 기억은 없다. 오로지 자신의 어머니를 죽인 김병덕(박근형 분)만을 찾아다닌다. 그리고 20년 만에 그의 집앞에 도착한다. 두 손녀 딸을 인질로 처참한 살인을 저지르고 싶었으나, 김병덕은 이미 어떤 일당에게 납치된 상태였다. 김병덕의 손녀 딸 동이(노정의 분), 말순(김하나 분)에게 할아버지를 찾아주겠다고 거짓말을 하고 자매와 동행한다. 김병덕의 찾아나서는 도중 홍길동은 종교집단 광은회의 실제를 알게 되고, 이들과 맞서게 된다.
 
제목 때문에 활빈당의 의적 홍길동이 예상되지만, 캐릭터는 그와는 정반대다. 악당보다도 더 악랄하다. 그가 뱉는 말 대부분이 거짓말일 정도로 교활하다. 성격도 예민하며, 짜증도 자주내고, 제멋대로다. 의적과는 거리가 멀다. 겉 이미지는 '정의의 사도' 이지만, 실제로 정의롭지는 않다. 주인공은 정의롭다는 기존의 선입관을 무시한 설정은 신선하다. 
 
조성희 감독 특유의 몽환적인 배경 역시 색다르다. 장면의 반 이상이 만화처럼 느껴진다. 잿빛 느낌의 분위기는 음울한 기운을 내뿜는다. '늑대소년'에서 보여준 장기가 이어진다. 아울러 영화 저변에 녹아있는 주제의식도 분명하다. '늑대소년'이 한국 전쟁 이후 강력한 병력을 만들기 위한 권력의 생체실험을 우회적으로 비판한다면, '홍길동'은 권력을 위해 집단 살인을 감행하려는 집단의 광기를 꼬집는다. 영화 곳곳에 숨어있는 주제의식을 발견하는 재미도 있다. 
 
말순 역의 김하나(왼쪽), 동이 역의 노정의 스틸컷. 사진/CJ엔터테인먼트
 
또 하나의 장점은 말순 역의 김하나다. 8살이라는 설정에도 불구하고 20대 후반의 성인이나 쓸 법한 말투를 구사한다. 출연하는 모든 장면에서 전혀 흐트러짐 없는 연기력을 선보인다. 대사처리뿐 아니라 표정 연기마저도 뛰어나다. 영화를 보면 그 누구보다 말순을 기억하게 될 것이다. '소원'의 이레에 이은 실력파 아역 배우의 탄생이다. 이제훈과 김성균, 박근형, 노정의는 모든 것이 가상으로 여겨지는 영화 '홍길동' 안에서 현실감을 부여하며 제몫을 한다.
 
여러가지 장점이 있는 반면 스토리의 느슨함은 단점으로 꼽힌다. 유쾌발랄한 초반부 이후 갑작스럽게 늘어지는 중반부는 다소 몰입이 떨어진다. 사건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말순을 활용해 자연스러운 유머를 삽입한다든지, 좀더 빠르게 이야기를 전개시켰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악으로 표현되는 강성일(김성균 분)에게 뚜렷한 신념이 보이지 않는 것도 아쉽다. 단순히 권력욕에 취한 인물로만 묘사된다. 아울러 유승목이 연기한 카센터 주인이나 여관 주인(정성호 분)을 소모적으로 쓴 점도 아쉽다.   
 
장단점이 뚜렷하고, 만화적인 판타지가 다소 이질적이라는 점에서 호불호도 분명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최근 개봉한 한국영화 중 가장 독특하고 개성이 강한 영화라는 것은 부인하기 힘들다. 개봉 첫 날 72만명을 동원한 '캡틴 아메리카:시빌 워'에 처참하게 무너지진 않을 퀄리티다. 5월4일 개봉하며, 상영시간은 126분이다. 
 
이제훈 스틸컷. 사진/CJ엔터테인먼트
 
플러스(+) 별점 포인트

조성희 감독 특유의 판타지 세계 ★★★★
성인의 화법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말순 역의 김하나 캐스팅 ★★★★
기존의 틀을 벗어난 홍길동 캐릭터와 이제훈의 안정된 연기 ★★★
서부극을 연상시키는 소품과 미술 ★★★ 
턱이 파르르 떨리는 노정의의 눈물연기 15초 ★★
광기 어린 권력욕에 대한 일침 ★
카리스마 甲, 김성균 ★

마이너스(-) 별점 포인트

촘촘하다가도 툭툭 튀는 스토리 전개 ☆☆☆☆
잠에 빠져드는 말순과 함께 관객도 졸립게 하는 중·후반부 ☆☆☆☆
매력적인 캐릭터 여관주인·카센터 주인의 소극적인 활용 ☆☆
신념이 보이지 않는 악당 강성일 ☆
 
함상범 기자 sbrai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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