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민주화, 19대국회서 길을 잃다)"한마디로 지리멸렬" 골든타임 놓친 야권
더민주 68건, 심상정 8건 발의…"정부·여당 공약 제도화 실패"
입력 : 2016-01-27 07:00:00 수정 : 2016-01-27 07:00:00
"한마디로 지리멸렬했다. 야당은 정부·여당의 공약조차도 법안으로 통과시키지 못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제민주화 입법에서 아무 구실도 하지 못했다고 야권에 쓴소리를 했다. 전 교수는 "야권은 박근혜 대통령 공약이자 법무부가 입법예고까지 한 상법 개정안을 통과시키지 못한 걸로도 모자라 지난해 11월 기업 지배구조 규제를 완화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며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원샷법)에도 반기를 드는 듯하더니 결국 백기를 들고 말았다"고 말했다.
 
전 교수의 말대로 지난 4년간 야권은 경제민주화에 좀처럼 힘을 쓰지 못했다. 19대 국회 초반 가맹사업법, 공정거래법 개정안 등이 통과된 것을 제외하면 성과를 꼽기도 어렵다. 의석 수를 탓할 문제가 아니다. 선거 정국에서 쏟아진 여당의 경제민주화 공약을 수렴하려는 노력도 부족했다. 내부에서도 자성이 흘러나온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총선과 대선을 거치면서 경제민주화 흐름이 이어졌을 때 야권이 앞장서서 새누리당에 법안을 통과시키자고 압박하면서 제도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했다"며 "야당은 '가짜 경제민주화'라고 비판하고 방관만 하면서 시간만 보냈다"고 말했다. 정부·여당의 민생 공약을 야권이 적극적으로 입법화하는 역발상의 정치가 필요했다는 얘기다.
 
법안 발의로만 치면 야당은 경제민주화에 적잖은 노력을 했다. 참여연대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시민단체가 19대 국회 개원 이후 지난 15일까지 제·개정을 요구한 경제민주화 법은 36가지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을 확인해보니 시민단체 목소리는 모두 법안 발의로 이어졌다. 시민단체가 발표한 자료 내용이 그대로 반영된 제·개정안만 따져도 91건이나 됐다. 더민주가 68개(발의 시점 기준)로 가장 많았고, 정의당은 14개였다. 새누리당 의원들이 발의한 경제민주화 법안도 9개였다.
 
경제민주화 입법에 가장 공들인 국회의원은 8건의 개정안을 발의한 정의당 심상정 대표였다. 환경노동위원회 소속인 심 대표는 노동 법안뿐 아니라 '남양유업 방지법'으로 알려진 대리점 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통신비 인하를 위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도 내놓았다. 가맹사업법과 하도급법, 대규모 유통업 공정화법 등으로 갑을관계 관심을 불러일으킨 더민주 민병두 의원도 5건을 발의했다. 같은 당 박영선 의원과 서영교 의원도 경제민주화 법안을 각각 4건씩 내놓으며 뒤를 이었다.
 
발의는 활발했으나 입법 성공은 미미했다. 그나마 시민단체가 요구한 방향으로 개정된 법은 36가지 가운데 4개(가맹사업법·대리점거래공정화법·채권공정추심법·이자제한법)에 불과하다. "경제민주화 국정과제가 차질 없이 추진되고 있다"는 정부 발표에 시민단체가 반발하는 이유다. 참여연대 부집행위원장인 김성진 변호사는 "경제민주화 법안 가운데 통과된 것 중 하나가 순환출자를 금지하는 공정거래법인데, 이마저도 신규만 막아서 영향력이 없다"며 "대형마트 입점 제한, 국민연금 의결권 강화 등은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제민주화 실현 및 재벌개혁을 위한 전국네트워크' 등 단체가 지난 21일 공개한 자료를 보면 박근혜 정부 경제민주화 공약 18개 가운데 이행된 것은 순환출자 금지뿐이었다. 금융권 대주주 적격성 심사 강화 등 7개는 입법 과정에서 일부만 반영됐다. 나머지 10개는 손도 대지 않았다.
 
이순민 기자 soonza00@etomato.com
 
그래픽/뉴스토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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