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특종', 웃길 줄 아는 조정석의 화끈한 블랙코미디
입력 : 2015-10-11 19:37:18 수정 : 2015-10-12 17:20:31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올해 롯데엔터테인먼트는 계속 실패를 맛봤다. 예상보다 센 수위로 충격을 안긴 영화 '간신'부터 전도연·이병헌의 '협녀', 설경구·여진구의 '서부전선'까지 모조리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했을 뿐더러 완성도 면에서도 좋지 못한 평가를 받았다. 심지어 '미션임파서블:로그네이션'(616만)도 700만 이상이라는 내부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했다.
 
영화 '특종:량첸살인기' 포스터.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롯데의 잇따른 실패는 '특종:량첸살인기(특종)'에 대한 기대마저 떨어뜨렸다. 원톱 주인공은 처음인 조정석의 캐스팅, 큰 인기를 거두지 못했던 기자를 소재 삼은 점 등도 영화 개봉 전 불안요소로 꼽혔다.
 
영화 외적인 요인으로 크게 기대감을 주지 못했던 '특종' 언론시사회가 8일 열렸다. 뚜껑을 열어보니 반전이었다. 1시간여의 전반부는 웃음을 넘어 폭소를 떠트리게 했다. 스릴러가 가미된 후반부에서는 긴장감이 돋보였으며,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는 진한 여운마저 남겼다. 굉장히 훌륭한 블랙코미디 한 편이 나왔다는 게 대다수 기자들의 평가다.
 
방송사의 기자 허무혁(조정석 분)은 매체 광고주의 친인척을 비판하는 기사를 썼다가 회사로부터 징계성 휴직을 받는다. 임신 6개월인 아내는 줄곧 이혼을 요구한다. 술로 하루를 근근이 버티던 허무혁은 우연찮게 연쇄살인사건의 제보자를 만난다. 그리고 일생일대의 특종을 발굴한다. 약 2년 7개월 동안 시민들을 괴롭히던 연쇄살인자의 단서를 찾아낸 것이다. 순식간에 허무혁은 모든 관심을 한 몸에 받는 특종기자가 된다.
 
하지만 허무혁은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의 특종이 엄청난 오보임을 알게 된다. 상황이 크게 꼬여있다는 것을 알게 된 그는 현실에서 도망치기 위해 엄청난 거짓말을 하지만, 오히려 이게 독이 된다. 일을 수습하고자 꼬리에 꼬리를 무는 거짓말을 하던 중 급기야 자신이 저지른 거짓말과 같은 내용의 살인사건이 실제로 발생한다. 일이 이상하게 돌아간다는 것을 알아챈 허무혁은 그제야 진실을 쫓는다.
 
영화 '특종:량첸살인기' 조정석 스틸컷.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허무혁이 힘겨웠던 자신의 처지를 극복하고 특종 기자가 되는 과정부터 오보임을 알게 된 뒤 현실에서 도피하려는 상황까지 조정석의 원맨쇼는 훌륭하다. 조정석의 얼굴은 스크린을 완전히 압도한다. 조정석은 영화 '건축학개론', '나의 사랑 나의 신부', tvN 드라마 '오 나의 귀신님' 등에서 친근한 매력으로 다가섰던 장점을 십분 발휘해 관객들의 웃음과 동정심을 자극한다. '연애의 온도'에서 탁월한 코믹 감각을 보인 노덕 감독과 만나면서 시너지 효과를 낸다. 시트콤 '하이킥' 시리즈를 연상시키는 시추에이션 코미디 감각이 빛난다. 
 
상황이 꼬일 대로 꼬이고, 경찰이 허무혁의 거짓말을 알아챌 때쯤 또 하나의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그리고 실제 살인자는 허무혁에게 자신에 대한 단서를 제공한다. 살인자는 과감하게 허무혁을 만난 후 그에게 제안을 한다. "내가 살인을 할 테니 죽은 자를 이제껏 살인을 저지른 살인마로 만드는 기사를 써 달라." 허무혁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허무혁이 진실과 마주하게 되는 영화 후반부는 웃음기를 쫙 뺀 스릴러 장르로 변주한다. 다소 무서운 분위기도 연출되며, 긴장감이 치솟는다. 살인마를 연기한 배우의 눈빛은 섬뜩하다.
 
블랙코미디와 스릴러 장르를 혼합한 이 영화는 "사람들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그것이 진실인 줄 안다"고 비판하는 메시지를 담는다. 진실을 은폐하고 숨기기 위해 내놓은 사실을 곧이곧대로 믿거나, 진실과 상관없이 자신이 보고자 하는 현상만 믿으려는 우매한 대중성에 일침을 던진다. 코미디와 스릴러 속에서 나오는 메시지는 극히 자연스럽다. 노덕 감독의 내공이 상당함을 엿볼 수 있다.
 
영화 '특종:량첸살인기' 배성우 스틸컷.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배우들의 연기력은 흠 잡을 곳이 없다. 카리스마 넘치고 영리해보이지만 실제로는 허무혁의 거짓말에 완전히 놀아나는 경찰 오 반장을 맡은 배성우는 우매한 대중을 대변하는 연기를 완벽히 펼친다. 매번 영화에서 반전 매력을 선보이던 그는 또 한 번의 반전으로 즐거움을 선사한다.
 
이 밖에 신문사의 가장 높은 위치에 있는 백 국장 역을 맡은 이미숙과 그를 보조하는 문 이사 역의 김의성, 허무혁의 아내 역을 맡은 이하나까지 곳곳에 포진한 배우들의 열연이 영화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관객수가 점점 줄어드는 10월 달에 개봉한 것이 아쉽게 느껴질 정도다. 많은 사람들이 보고 즐겼으면 하는 마음이 들 만큼 노덕 감독과 조정석이 만든 블랙코미디는 썩 훌륭하다.
 
함상범 기자 sbrain@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 함상범

  • 뉴스카페
  •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