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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윤계상 "연기, 못 하면 죽을 것 같아"
2015-07-03 13:40:13 2015-07-03 13:40:27
그룹 지오디(god) 출신 배우 윤계상의 스크린 데뷔작은 지난 2004년 개봉한 '발레 교습소'였다. 이후 그는 '6년째 연애중', '비스티 보이즈', '집행자', '조금만 더 가까이', '풍산개' 등에 출연하며 배우로서 조금씩 성장했다. 지난달 24일 개봉한 '소수의견'은 배우로서 자리를 완전히 잡은 윤계상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용산 참사에서 모티프를 얻은 이 영화에서 윤계상은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여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얻고 있다.
 
◇영화 '소수의견'에 출연한 배우 윤계상. (사진제공=하리마오픽쳐스)
 
◇크랭크업 후 2년 만에 개봉.."영화 나온 자체가 감사"
 
윤계상이 '소수의견'의 촬영을 마무리한 것은 지난 2013년 6월이었다. 하지만 개봉까지 2년이라는 세월이 걸렸다. 그 사이 배급사가 CJ E&M에서 시네마서비스로 바뀌는 우여곡절도 있었다. 용산 참사라는 민감한 소재를 다룬 영화인 탓에 정치적 이유 때문에 개봉이 연기된 것이 아니냐는 소문도 있었다.
 
윤계상은 "영화가 언제 개봉될 것인지에 대해 계속 체크를 했다. 어떻게 되는 거냐고 물어보니 좋은 시기에 개봉을 하려고 하는 거니까 걱정을 하지 말라고 했다. 나는 믿을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라도 나온 자체가 감사하다. 개봉이 미뤄진 다른 이유가 있었다는 소문이 사실이라면 영화가 아예 못 나오지 않았을까"라고 말했다.
 
'소수의견'은 용산 강제 철거 현장에서 열여섯 살 아들을 잃고, 경찰을 죽인 현행범으로 체포된 철거민 박재호(이경영)와 그를 변호하는 진원(윤계상)과 대석(유해진)을 둘러싼 이야기를 그린다. 이를 통해 권력자들의 비리와 음모를 고발하고, 사회적 메시지를 던지는 작품이다.
 
그는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때 굉장히 재밌었다. 사건들이 물리고 물리는 것들이 재밌었고, 뭔가 적나라하게 신고하는 듯한 뉘앙스도 있었다"며 "권력자들이 작심하고 일을 벌인다면 영화와 같은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영화를 보면서 씁쓸하더라"고 했다.
 
또 "감독님이 타협하지 않고 깔끔하게 편집을 잘한 것 같다. 모든 배우들이 완성된 영화를 좋아했다"고 덧붙였다.
 
◇'소수의견'의 한 장면. (사진제공=하리마오픽쳐스)
 
◇"그 어떤 영화보다 집중하고 수없이 연습"
 
윤계상이 연기한 진원은 지방대 출신의 2년차 국선 변호사다. 로펌 취직에는 번번이 실패하고, 열등감도 갖고 있는 인물이다. 윤계상은 "극 중 캐릭터와 배우로서의 내가 비슷한 점이 있다"고 했다.
 
"진원은 용산 철거민인 박재호의 변호를 맡기 전에 고민을 했어요. 그러다 변호사로서 큰 기회가 될 거라는 말에 변호를 맡았고, 이후엔 정의롭게 싸우게 되죠. 저는 '소수의견'의 출연을 앞두고 고민을 많이 했어요. 소재가 센 작품이기도 했고, 배우가 되고 싶은 동시에 상업적인 성공도 이루고 싶은 마음 속의 갈등 때문이었어요. 결국은 이 작품에 출연하게 됐는데 그런 고민의 지점이 캐릭터와 비슷한 것 같아요."
 
그는 "이번 영화를 일단 해냈다는 것 자체가 감사하다"고 했다.
 
"법정 드라마는 정말 힘들어요. 배우들이 기피하는 이유가 있어요. 생소한 용어로 맛깔스럽게 대사의 리듬감을 살린다는 것이 힘들거든요. 그 어떤 영화보다 집중하고, 수없이 연습을 했어요. 영화 관계자들의 평가는 괜찮은 것 같은 느낌이라서 다행이에요."
 
그는 "이 영화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사실일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우리의 바로 옆에서 그런 일들이 벌어지진 않지만 세상에는 그와 비슷한 일들이 생각보다 너무 많다. 관객들에게 이것을 알리고 싶은 의도로 영화를 만들었다"고 전했다.
 
◇'소수의견'의 한 장면. (사진제공=하리마오픽쳐스)
 
◇"스타보다는 배우가 되고 싶어"
 
윤계상은 이번 작품에서 이경영, 유해진 등 쟁쟁한 선배 배우들과 호흡을 맞췄다. 그는 이를 통해 큰 가르침을 얻었다고 했다.
 
"선배님들이 배우는 시간이 만들어주는 거라고 얘기하셨어요. 견디는 놈이 결국 이기게 돼 있다고요. 어떻게 한 순간에 인정을 받겠습니까? 예전에는 제가 너무 오만했던 것 같아요. 선배님들이 작품에 대해 끊임 없이 토론을 하고 고민을 하시는데 그 열정이 정말 끝내줬어요. 정말 연기 얘기 밖에 안 해요."
 
그는 "사실 연기를 할 때는 오디션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며 "모든 선배 배우들이 나만 보고 있으니까 긴장을 엄청 했다"고 했다.
 
이어 "나는 운이 정말 좋은 사람"이라며 "지오디로 큰 사랑을 받았는데 '소수의견'도 개봉을 했다. 나는 스타가 되고 싶은 건 아니다. 내가 원하는 것은 배우"라고 밝혔다.
 
"연기에 목숨을 건 사람이 태반이고, 연기를 잘하는 사람들도 너무 많아요. 앞으로 제가 너무너무 열심히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포기할 수는 없잖아요. 연기를 못 하면 죽을 것 같고, 연기를 너무 하고 싶어요."
 
정해욱 기자 amorr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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