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에 육아까지…"하루가 전쟁입니다"
대한민국 맞벌이부모 실태보고서…"아이 낳으라고요? 직접 키워보세요!"
입력 : 2015-06-09 16:00:00 수정 : 2015-06-09 16:00:00
말도 꺼내기 힘든 육아휴직. 퇴근조차 눈치 봐야 하는 사내 문화. 그러나 맞벌이를 하지 않고는 살아가기 힘든 세상입니다. 잊을 만하면 터지는 어린이집 아동 학대. 메르스 공포에도 아이를 맡길 유일한 곳. 기댈 곳 없는 보육 현실입니다. 정부는 세계 최고의 저출산을 걱정하며 출산을 독려하지만, 막상 아이 낳고 살기에는 현실적 부담이 너무도 큽니다. 정책은 헛바퀴만 돌고 있고, 그마저도 오락가락합니다. 힘든 육아에 ‘나’라는 존재를 지우고 살아가야 하는 대한민국 맞벌이 부모의 일상 속으로 들어가 봅니다.(편집자)
 
맞벌이에 육아까지…"하루가 전쟁입니다"
 
◇중학교 교사인 이모씨(36·여)가 출근 전에 아이들에게 아침을 먹이고 있다. 아침을 먹이고는 곧장 차에 태워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데려다 주고는 학교로 발길을 돌려야 한다.(사진/뉴스토마토)
 
아침 6시. 일어나야 할 시간이다. 물 먹은 솜처럼 무거워진 몸을 추스른다. 식단 고민도 잠시. 뚝딱뚝딱 볶음밥과 미역국을 조리한다. 그 사이 남편은 침대에서 일어나 씻고 출근길에 나선다. 오늘도 배웅을 못했다. 애들을 깨워 차례로 씻긴다. 아침밥을 주고는 씻으러 욕실에 들어간다. 옷을 갈아입고 보니 절반도 먹지 않았다. 역정을 내 겨우 한두 숟가락 밥을 더 뜨게 했다.
 
옷 입히는 것도 전쟁이다. 마음에 드는 색깔과 캐릭터가 제 각각이다. 시간을 보니 빠듯하다. 사탕 하나씩을 손에 쥐어주고는 겨우 주차장으로 이동한다. 카시트에 하나씩 앉힌 뒤 큰 애 유치원으로 향한다. 입구에서 헤어지려 하니 문 앞까지 데려다 달라고 조른다. 2분 거리를 애 손을 잡고 내달렸다. 다시 차로 와서는 둘째 어린이집으로 향한다. 도착하기 무섭게 둘째를 껴안고 초인종을 눌러 선생님에게 맡긴다. 그리고는 학교로 향한다. 한숨 돌릴 여유 없이 조례에 들어간다.
 
오후 5시. 종례를 마치자마자 차에 올라탔다. 이마저도 다행이다. 잔 업무와 학부모 상담까지 마치면 칼퇴근은 딴나라 얘기다. 부서 회식 손길을 또 뿌리쳐야 했다. 벌써 몇 번째인지 기억도 없다. 미안함도 시들해졌다. 아침과는 반대로 어린이집에 들러 둘째를 태우고는, 첫째가 있는 태권도장으로 향한다. 이제 저녁 끼니를 걱정해야 할 시간이다. 동네 마트에 들러 간단히 장을 본 뒤에야 집에 도착한다.
 
남편에게 전화하니 오늘도 야근이란다. 간단히 애들 손발만 씻기고 부엌으로 향한다. TV를 틀어주고 나서야 조용해졌다. 돈가스, 햄 볶음, 원하는 메뉴도 많다. 애들 밥을 먹이고 그제야 한술 뜬다. 중간고사 시험문제를 내야 하는데 손가락 하나 까닥할 힘도 없다. 겨우겨우 애들을 씻기고 책상에 앉으니 이젠 책을 읽어 달라 조른다. 일찍 재우려면 어쩔 수 없다. 스마트폰에 저장된 구연동화를 들려준다. 쏟아지는 졸음을 참고 문제를 내보려 하지만 마음 같지 않다. 이 사이 술에 취한 남편이 귀가해 그대로 잠든다. 야속하기 짝이 없다. 메모지를 꺼내 모레 있을 참여수업에 가 줄 수 있는지 묻는다. 필히 안 된다고 할 게 뻔하다. 또 조퇴를 하려니 교무부장과 교감의 눈이 아른거린다.
 
중학교 교사인 이모씨(36·여)의 전쟁 같은 하루다. 맞벌이로 한 달에 쥐는 수입이 600만원가량 되지만 이마저도 빠듯하다. 보금자리론 원리금만 한 달에 180만원이 들어간다. 각종 보험료, 아파트 관리비, 공과금 등을 내고 나면 남편 용돈과 주유비에 생활비, 보육비용이 차례로 기다리고 있다. 여기에다 각종 경조사를 챙겨야 하고, 때마다 돌아오는 양가 부모님 생신과 제사도 신경 써야 한다. 저축은 고사하고, 옷 하나 제대로 사 입지 못할 형편이다. 나름 중산층은 된다고 생각했는데, 사는 게 사는 게 아니다. 전부 빚이지만 자력으로 수도권에 아파트 하나 장만하고, 7살과 4살 아들 둘을 키워나간다는 것에 만족해야 한다.
 
아이가 아플 때는 너무 힘들다. 아직 어린 둘째가 고열로 아프면 밤새 열을 닦아내고 아침에는 흥건하게 젖은 애를 어린이집에 보내야 한다. 미안함과 애틋함에 눈물이 난다. 양가 모두 부산에 있어 도움을 바랄 손길도 없다. 이럴 때는 십중팔구 남편과 다툼이 생긴다. 그나마 이어왔던 맞벌이도 내년에는 어려울 듯하다. 큰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생기는 시간 공백을 채워줄 방법이 없다. 남들처럼 학원을 돌리자니 이것도 못할 짓 같다. 그래도 공립학교 교사라 다른 직장인들처럼 눈치 안 보고 휴직할 수 있어 다행이다. 하지만 맞벌이를 해야 빚이라도 안 지는데, 내년에는 어떻게 버틸까 생각에 막막하다.
 
김기성 기자 kisung0123@etomato.com
 
어린이집에서의 기다림…"슈퍼맨은 없다"
 
◇고된 엄마의 일상이 느껴진다.(사진/뉴스토마토)
 
"TV 끄자."
연예인이 나오는 육아 예능 프로그램을 보던 김모씨(35·남)가 한숨을 내쉰다. 넓고 쾌적한 집에서 값비싼 장난감들을 손에 쥐고 아이들과 실컷 놀아주는 장면은, 말 그대로 TV 속에서나 나올 법한 허상이다. 현실은 비참하다. 엄마와 아빠는 밤늦게까지 일터에 붙잡혀 있고, 아이가 고대하는 슈퍼맨은 끝내 오질 않는다.
 
3교대로 돌아가는 병원 특성상 간호사인 엄마가 밤 10시를 넘겨서야 퇴근할 경우, 두 살배기 아이는 아빠가 올 때까지 어린이집에서 기다려야 했다. 친구들은 이미 부모 품에 안겨 집으로 간 뒤였다. 아이는 문이 열릴 때마다 엄마나 아빠인가 싶어 고개를 빠끔히 내다, 이내 실망한다. 아빠가 일찍 도착한다 해도 저녁시간을 넘기기 일쑤였다. 아이는 12시간 넘게 어린이집에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세 끼를 모두 부모의 손길 없이 먹어야 했다. 긴 시간 어린이집에 맡겨졌던 아이는 얼마나 엄마·아빠를 찾으며 울었던지 목소리는 쉬었고, 눈은 퉁퉁 불었다.
 
보다 못한 부부는 다른 이들처럼 양가 부모님께 육아를 부탁할까 생각했지만, 이내 포기하고 말았다. 장모는 지난해 6월 뇌출혈로 쓰러졌고, 어머니 또한 그해 10월 암 진단을 받았다. 이런 사정이 없더라도 부모님께 아이까지 맡기는 것은 도리가 아닌 것 같다. 주위에서 들려오는 얘기들도 좋지만은 않았다. 예상치 못한 고부 갈등에 부부싸움이 잦아진 경우도 있었고, 할머니 손길 탓인지 아이의 버릇이 부쩍 나빠진 경우도 있었다. 혹여 아이가 다치기라도 하면 죄 없는 할머니는 몸 둘 바를 모르고 고개를 숙여야 했다.
 
결국 아내는 1년 육아휴직을 신청했다. 병원 사정도 급했지만 부부로서는 도리가 없었다. 그간 엄마·아빠와 떨어져 지낸 탓인지 아이가 유독 엄마 손에서 떨어지질 않는다. 아이를 다시 어린이집에 보내야 하는 시간이 다가오면서 부부는 한숨만 늘었다. 그러던 차에 희소식이 전해졌다. 아내의 직장 어린이집이 드디어 문을 연다는 소식. 일터와 가까워 무엇보다 안심이다. 아이가 아프면 언제든 달려갈 수 있는 데다, 시간도 아내 직업 특성이 반영돼 아침 6시부터 밤 11시까지 가능하다니 이만저만한 위안이 아니다.
 
어린이집 신청 자격을 본 아내는 복직을 서두르고 있다. 재직 중이라야 입소가 가능한 데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언제 차례가 올지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마저도 떨어지면 육아휴직도 다 못 쓴 채 병원으로 돌아가야 하지만 어쩔 수 없다. 대기업에 다니는 친구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대기자가 너무 많은 탓에 결국 친구는 친정에 아이를 맡겨야 했다. 주말마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친정이 있는 경남 진주로 내려간다. 가혹한 현실이 가져다 준 이산가족이다.
 
김씨는 아내를 일터로 내보내고 아이를 다시 어린이집으로 보내야만 하는 것이 속상하다. 자신의 월급만으로 살다가는 적자 인생이 펼쳐질 게 뻔해 더욱 그렇다. 아내에게도, 아이에게도 한없는 미안함뿐이다. 어쩔 때는 자괴감마저 든다. 그래도 밤늦게 녹초가 되어서 문을 열면 뛰어오듯 기어오는 아이 얼굴과 그 뒤로 보이는 아내의 미소 덕에, 김씨는 오늘도 슈퍼맨이 된다.
 
김동훈 기자 donggool@etomato.com
 
일터가 육아현장…“육아휴직? 말도 못했습니다”
 
◇아이는 어려서부터 아빠가 운영하는 자동차용품점에서 놀기 좋아했다.(사진/뉴스토마토)
 
자동차용품점을 운영하는 차모씨(34·남)는 생후 34개월 된 아들의 어린이집 등원을 책임지고 있다. 아내가 출근한 뒤 오전 10시 전후로 아들을 어린이집에 맡긴다. 아내는 퇴근길에 아이를 어린이집에서 찾아온다. 그나마 남편이 자영업을 하는 덕에 부부가 일반 직장을 다니는 경우보다 사정이 나은 편이다. 아내의 퇴근이 늦어지면 남편은 아이를 일터에 데리고 온다. 하루 10시간가량 부모와 떨어져 있는 세 살배기 아들이 어린이집에 홀로 남아 있는 게 가슴 아파서다.
 
문제는 퇴근 이후다. 차씨는 거의 매일 거래처와 저녁 약속이 있다. 식사자리는 자연스레 술자리로 이어진다. 거래처가 술을 권하면 피하기 어렵다. 2차, 3차도 필수 코스다. 이 또한 영업의 일환이다. 때문에 아내에게 퇴근은 노동의 종료를 뜻하지 않는다. 아이 저녁을 먹이고, 목욕시키고, 놀아주다 보면 어느새 밤 10시가 훌쩍 넘는다. 아토피로 보채는 아이를 겨우 재우고 나면 빨래와 설거지, 청소 등 가사가 밀려 있다. 가려운 몸을 심하게 긁는 아이를 돌보느라 쪽잠을 잔지도 1년이 넘었다.
 
내일 아침 먹을 밑반찬까지 만들면 새벽 2시가 돼서야 하루가 끝날 때도 있다. 넉넉지 않은 형편을 생각하면 일을 그만둘 수도 없다. 하루에도 몇 번씩 그만둘까 생각을 했다. 하지만 지금 일을 그만두고 육아에 전념하면 경력이 단절돼 다시는 일자리를 못 얻을 것 같다. 물론 아내와 엄마, 여기다 직장생활까지 더해지면서 나 개인을 챙기는 생각조차 사치란 걸 경험으로 잘 안다. 잠이라도 제대로 푹 자는 게 소원이다. 그렇다고 남편을 책망할 수만도 없다. 오히려 남편이 일주일에 단 하루 쉴 수 있는 일요일에 아들과 놀아준 뒤 다시 월요일을 맞이하는 것이 안쓰럽기만 하다. 
 
이들 부부에게 또 하나의 힘든 점은 금전적인 면이다. 월급이 꼬박꼬박 나오는 일반 회사원들과 달리 수입이 들쭉날쭉하기 때문이다. 경기 침체에 가게를 찾는 발길이 뚝 끊길 때는 한 달 수입이 50만원이나 줄어들었다. 기저귀와 분유값을 댈 수 있는 돈이다. 게다가 월 40만원가량은 아이 아토피 치료에 지불해야 한다. 신혼 때 열악한 환경에서 아이를 키우다 보니 아토피가 심해진 것 같아 못내 죄스럽다. 저축은 꿈도 못 꾼다. 그래도 아내는 “아이가 최근 기저귀를 떼면서 월 15만원은 굳힌 것 같다”며 애써 웃는다.
 
아이도 고생이다. 생후 100일이 되기 전부터 어린이집을 다녔다. 엄마 젖 대신 젖병을 물었고, 아빠 대신 어린이집 형들과 놀았다. 작은 중소기업에 다니는 엄마는 회사 눈치에 육아휴직도 신청하지 못했다. 출산 후 3개월 만에 다시 일터로 나갔다. 회사 매출액이 줄어들 때면 사내 분위기가 삭막해졌다. 정시 퇴근조차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다. 아이가 아파도 조퇴는 말도 못 꺼낸다. 핑계로 여겨질까 몸이 움츠러든다. 아이가 아프다고 어린이집에서 연락이 오면 달려가는 몫은 언제나 아빠다. 그런 아빠도 “내 가게라고 해서 매번 비워둘 수 없으니 애간장만 탄다”고 말한다. 줄어든 손님이 잦은 외출에 그마저 끊길까 오늘도 노심초사다. 
 
김동훈 기자 donggoo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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