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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재치남' 박희순이 예능을 피하는 이유
2013-12-20 17:21:40 2013-12-20 17:25:20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작품에서는 강렬한 카리스마를 내뿜는데, 실제로 만나면 '이 사람이 웃기고자 하는 사명감이 있나' 싶을 정도로 재치가 넘친다. 배우 박희순 이야기다.
 
영화 '세븐데이즈'에서는 욕을 입에 달고 사는 경찰, '맨발의 꿈'에서는 동티모르 아이들에게 축구로서 꿈을 주는 인간미의 축구 감독, '용의자'에서는 사냥개로 불리는 군인으로 한 없이 강인한 인상을 남겼다. 이 외에도 그가 맡은 역할은 비주얼 때문인지 늘 세보였다.
 
하지만 실제로 박희순을 만나면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무슨 말을 해도 재기발랄함이 묻어있다. 진지하면서 중간중간 터뜨리는 그의 입담은 작품에만 집중하기 보다는 예능에서 활약했으면 하는 간절함이 들 정도였다. 그런 박희순을 18일 오후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박희순 (사진제공=쇼박스 미디어플렉스)
 
"내 밑천, 예능보다는 작품에서.."
 
박희순은 최근 SBS '런닝맨'에 출연해 '박희순발력'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재치있는 모습을 보였다. 재치가 아까운 마음에 토크쇼나 예능에서 활약하는 건 어떠냐고 물었다.
 
이에 박희순은 "내가 망가지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대중과 가까워지는 한 방편일 수 있지만, 그게 내 캐릭터로 보여질 수도 있다"며 "어쩌면 그건 내 밑천을 소모하는 거일 수도 있다. 망가지는 건 자신있는데, 작품에서 망가지는 경우는 많이 없다. 그걸 예능에서 쓰기보다는 작품에서 쓰고 싶어서 저금해 두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박희순이 아껴두고 있는 모습은 뭐가 있을까. 그는 "슬랩스틱 코미디도 그렇고, 좀 바보 같은 모습도 해보고 싶다. 잘할 자신이 있다"고 웃었다.
 
인터뷰를 하면서 웃음을 자아내는 발언이 곳곳에 있었다. 혹시 "웃기고자 하는 사명감이 있냐"고 물으니 껄껄 웃었다.
 
그러면서 그는 "그런 사람은 조성하 형 같이 하루 종일 떠드는 사람이고 나는 틈새시장을 노릴 뿐이다. 임팩트 있는 한 두마디로 웃긴다. 웃기고 싶은 욕망이라기 보다는, 분위기가 원활하게 흘러갔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친구 원신연 감독을 믿는다"
 
예능에서 자신감이 넘치는 박희순이지만, '용의자'에서는 무섭고 서늘한 사냥개 민세훈 대령을 연기했다. 첫 시퀀스에서 스카이다이빙을 하며 후임병사를 구해내는 부분은 올해 액션 영화 중 가장 임팩트 있다고 해도 무방하다.
 
박희순은 "대본을 보고 느낀 게 '액션이 너무 없다'였다. 몇 번 싸우지 않는게 좀 아쉬웠다. 대본을 읽다 보니까 민 대령의 용감함과 용맹함이 첫 시퀀스에 다 담겨 있다. 더 이상 설명할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문을 뗐다.
 
"근데 그게 첫 촬영이었다"고 말한 박희순은 "원래 같으면 편한 연기 몇 개 찍고, 센 걸 찍는다. 이번에는 가장 힘든게 첫 촬영이었다. 감독이 정신무장을 시키려고 작정을 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극중에서는 굉장히 무서운 이미지라 액션이 많을 것 같지만, 공유에 비해서는 확연히 적은 편이다. 대신 민 대령은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인물이다. 지동철(공유 분)을 압박하면서 동시에, 김석호(조성하 분)와도 갈등을 일으킨다.
 
박희순은 "나는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화자였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래서 내 연기에 따라 작품이 많이 바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감독의 디렉션이 많았고, 그 디렉션을 수행하는데 집중했다"고 밝혔다.
 
'용의자'의 원신연 감독과 박희순의 만남은 두 번째다. 박희순이라는 이름 석자를 대중에 알린 '세븐데이즈'의 연출이 원 감독이었다. 앞서 원 감독은 "자신이 신뢰할 수 있는 배우"라며 박희순을 치켜세웠다. 박희순 역시 원 감독에 대한 믿음과 지지가 커보였다. '용의자2'가 나와도 하겠단다.
 
박희순은 "믿음이 있다. 좋고 나쁨을 즉석에서 얘기하는 판단력도 좋고, 내가 날뛸 수 있는 멍석을 잘 깔아준다"며 "내 친구이기도 해서 나의 숨은 매력을 누구보다도 잘 안다. 박희순의 또 다른 면을 끄집어내려고 노력하는 유일무이한 감독"이라고 화답했다.
 
◇박희순 (사진제공=쇼박스 미디어플렉스)
 
"앞으로의 반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포털사이트에서 박희순을 검색하고는 깜짝 놀랐다. 나이가 43세였기 때문이다. 외모나 분위기를 봐서는 도저히 40대라는 기분이 들지 않았다. 신개념 동안배우라는 평가를 내렸다. 배우 박희순에게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박희순은 "나도 내 나이에 놀란다. 이 나이 먹도록 배우를 한다는 거에 감사한다. 송강호, 최민식 선배가 고마울 뿐이다. 연기 인생으로 보면 지금은 반쯤 온 것 같다. 앞으로의 반을 어떻게 생존할 것인가가 고민이다. 다른 헐리웃 배우처럼 멋있게 늙는 것에 대한 이야기다. 그래서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배우로서 다양한 경험을 해보고 싶다. 로맨스라든지, 코미디라든지"라고 말했다.
 
나이를 먹으면서 여유가 생긴다는 박희순. 그와의 만남은 유쾌함과 진지함을 오고 갔다. 영화를 검토하고 있다는 그의 말에 벌써부터 새로운 모습이 기대됐다. 그러면서 그때도 유쾌하면서도 진지한 시간이 만들어졌으면하는 바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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