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개 형벌 규정 개선…징역형 대신 '징벌적 손배·과태료'
당정 '경제형벌 합리화 1차 방안' 발표
1년내 경제형벌 30% 정비…110개 과제 우선 추진
형벌 완화 대신 '금전적 부담' 강화
경미한 의무 위반…과태료 등 '행정 제재' 전환
2025-09-30 18:04:58 2025-09-30 18:59:50
(그래픽=뉴스토마토)
 
[뉴스토마토 김태은 기자] 당정이 경제 형벌 규정을 대폭 손질합니다. 1년 안에 전 부처 소관 법률 중 경제형벌 규정의 30%를 정비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신속 추진이 가능한 110개 형벌 규정을 1차적으로 개선하기로 했습니다. 정부는 형벌을 완화하는 대신 과징금, 과태료 등을 부과해 금전적 책임을 강화할 방침입니다. 또 경미한 행정상 의무 위반은 징역형이나 벌금형 등 형사처벌 대신 징벌적 손해배상이나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향으로 개선하기로 했습니다. 과도한 형벌로 전과자를 양산한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입니다. 
 
형벌 완화 대신…과징금 등 '금전적 부담' 강화
 
정부와 민주당은 30일 당정협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경제형벌 합리화 1차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정부는 1년 내 전 부처 소관법률 형벌 관련 규정 30%를 정비한다는 목표를 설정하고 신속 추진이 가능한 기업·국민 현장 체감형 1차 추진 과제 110개를 발표했습니다. 
 
먼저 요건이 지나치게 추상적이고 적용 범위가 넓어 기업활동을 위축시킨다는 지적이 있던 형법상 배임죄는 폐지하기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다만 기업의 자율성·예측가능성을 최대한 보장하면서도 중요 범죄에 대한 처벌의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요건을 명확화하고 처벌 범위를 축소한 대체 입법 마련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논의된 상법상 특별배임죄 폐지는 이번 방안에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배임죄 폐지 외 선의의 사업주를 보호하기 위한 양벌 규정 정비도 이뤄집니다. 최저임금법을 위반할 경우 최대 벌금 2000만원이 부과되지만, 면책 규정이 미비해 위헌 판결이 내려진 바 있습니다. 이에 따라 상당한 주의와 감독 의무를 다한 사업주에 대해선 면책 규정을 마련하기로 했습니다. 
 
정부는 형벌을 완화하는 대신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 도입, 과징금·과태료를 부과 등으로 금전적 부담을 늘리기로 했습니다. 형사처벌 중심의 경제형벌이 사업주의 형사 리스크는 키우는 반면, 위법행위 억제 효과와 피해자 구제 효과는 미흡하다는 지적에 따른 것입니다. 
 
현행 선주상호보험조합법에 따르면 선주상호보험조합 임원 등이 조합 이익을 부당하게 배당할 경우 최대 7년의 징역형과 7000만원의 벌금이 부과됩니다. 앞으로는 징역형을 최대 3년으로 완화하고, 손해액 2배 이내에서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이 부과됩니다. 
 
지능형로봇법상 배달로봇 등 실외이동로봇의 부품 등 경미한 사항을 사전 승인 없이 개조한 경우에도 현행 징역 최대 3년에서, 관련 형벌을 폐지하고, 과징금 5000만원으로 바뀝니다. 
 
정부는 경미한 의무 위반에 대한 형벌 규정 68개는 과태료 등 행정제재로 전환하기로 했습니다. 형사처벌 기록이 남는 형벌이 광범위하게 적용되면서 전과자를 양산하고, 사법행정 관련 사회적 비용이 과다하다는 판단입니다. 
 
현행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근로계약 체결 시 취업 장소, 종사 업무 등 근로조건의 명시 의무를 위반한 경우 5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형벌을 폐지하고 과태료 최대 500만원이 부과됩니다. 
 
비료관리법에 따라 습기나 마찰 등으로 비료의 용기나 포장의 제품명, 제조사 등 경미한 표시 사항이 훼손된 비료를 판매할 경우 최대 2년의 징역형을 부과했지만, 마찬가지로 형벌을 폐지하고 과태료 최대 200만원으로 개정됩니다. 
 
신용정보회사가 개인 신용정보 처리 기록을 3년간 보존하지 않을 경우 최대 징역 1년을 부과하는 신용정보법 규정 역시 형벌을 폐지하고 과태료 1000만원을 부과합니다. 
 
과잉 처벌 방지…'선 행정 조치, 후 형벌 부과'
 
행정조치로 행정 목적 달성이 가능함에도 의무 위반에 곧바로 형벌을 적용해 과잉 처벌이 이어져왔다는 지적에 따라, 9개 법률·18개 경제형벌 규정에 대해선 '선 행정 조치, 후 형벌 부과' 방식으로 전환하기로 했습니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시장지배적사업자가 상품 가격 등을 부당하게 결정하는 경우 곧바로 징역 3년, 벌금 2억원의 형벌을 부과했습니다. 앞으로는 시정명령을 내린 뒤 불이행 할 경우에만 형벌을 부과합니다.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이 서점업, 두부제조업 등 생계형적합업종 사업을 인수·개시 또는 확장한 경우 최대 징역 2년, 벌금 최대 1억5000만원을 부과하는 형벌을 행정제재 미이행 시 부과하는 것으로 개선합니다. 
 
다른 법과 비교했을 때 형량이 지나치게 높아 형평성을 고려해 형량을 완화하고, 존치 필요성이 낮은 형벌은 폐지합니다. 
 
식품위생법상 급식소 운영자가 조리사·영양사를 고용하지 않은 경우 최대 3년 벌금 최대 3000만원에서 징역 최대 1년, 벌금 최대 1000만원으로 개선합니다. 급식소 위생 관리 등을 위해 조리사·영양사 고용이 필수적이나 △ 소비기한 경과한 식재로 사용 △식중독 원인 조사 거부 등과 동일한 형량 부과는 과도하다는 인식입니다. 
 
소음·진동관리법에 따라 금속가공업체 등이 분쇄기·압축기 등 소음·진동 배출 시설을 시도지사 등에게 미신고 후 조업한 경우 징역 최대 6개월과 벌금 500만원을 부과하는 처벌 규정은 벌금 500만원으로 개정됩니다. 
 
외국환거래법에 따라 은행이 고객의 외환거래가 합법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경우 징역 최대 1년을 부과하던 형벌도 폐지하고 위반 행위로 취득한 이익의 100분의 40 이하로 과징금을 부과합니다. 
 
정부는 이번 1차 개선안에 대한 일괄 개정 절차를 진행해 정기국회에 입법안을 제출하고, 10월 이후 추가 개선 방안도 마련한다는 계획입니다. 
 
김태은 기자 xxt19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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