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태현 기자] 경찰이 내란수괴 윤석열씨 체포를 방해한 혐의를 받는 김성훈 대통령 경호처 차장에 대해 네 번째 구속영장을 신청했습니다. 이광우 경호본부장에도 영장이 신청됐습니다. 검찰은 두 사람의 영장 청구를 고심하고 있습니다.
앞서 검찰은 이미 세 차례나 김 차장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을 자체적으로 기각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 6일엔 이전 상황과 달리 김 차장 등에 대해서 영장을 청구해야 한다는 서울고검의 권고까지 나온 상황입니다. 특히 그러는 동안 검찰은 윤씨에 대한 법원의 구속취소에 즉시항고를 포기하고, 그를 석방해 줬습니다.
심우정 검찰총장이 17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7일 경찰은 김 차장과 이 본부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검찰에 신청했습니다. 헌법에 따르면, 구속영장은 검사만 청구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경찰이 김 차장 등에 대해 수사를 하고 구속하고 싶어도 결국 구속의 '키'는 검찰이 쥔 셈입니다. 하지만 검찰은 1월18일, 1월24일, 2월13일 경찰이 신청한 김 차장의 구속영장 신청을 거부 반려했습니다. 경찰의 혐의 소명이 충분하지 않다는 겁니다.
결국 이달 6일 경찰은 영장심의를 청구했고, 서울고검 영장심의위원회는 6대 3으로 김 차장에 대한 영장 청구가 타당하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그러자 검찰은 "(영장심의위의) 결정을 존중하고 후속 절차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앞선 세 번째 영장 신청 때처럼 "경찰의 혐의 소명이 충분하지 않다"는 취지로 검찰이 영장을 기각할 가능성을 점치고 있습니다. 영장심의위 결정은 강제성이 없기 때문에 검찰이 영장청구를 할 가능성이 낮다는 겁니다.
김 차장과 이 본부장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윤씨 1차 체포 작전을 방해한 혐의(특수공무집행방해) 등을 받습니다.
체포 저지 지시를 거부한 경호처 간부를 부당한 인사 조치 하거나, 경호처가 보관하는 비화폰 기록을 삭제하라고 지시한 혐의(대통령경호법상 직권남용) 등도 있습니다.
검찰은 세 번째 구속영장 신청을 기각하며 김 차장의 체포 방해 혐의에 대한 '고의성'을 경찰이 입증하지 못했고, 부당한 인사 역시 소명이 불충분하다는 이유를 내세웠습니다.
김 차장은 비화폰 기록 삭제 지시 혐의에 대해선 "전체 단말기를 '보안 조치'하라고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경호처 실무자는 "사령관 3명의 데이터만 삭제하라 지시했다"라고 말해 내용이 엇갈렸습니다. 그럼에도 검찰은 추가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경호처 비화폰은 원격으로 로그아웃할 경우 통화 기록이 삭제됩니다. 이미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가 수사하는 과정에서 검찰도 원격 삭제 정황을 인지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 차장은 지난해 12월7일 경호처 직원에게 비상계엄에 동원된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육군특수전사령관 등의 비화폰 단말기 통화 기록을 원격으로 삭제하라고 지시했습니다.
김성훈 대통령 경호처 차장이 지난 1월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제5차 전체회의 1차 청문회에서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를 들으며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뉴시스)
당시 실무자는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김 차장의 지시를 이행하지 않았는데, 최근 해당 기록이 원격으로 로그아웃 됐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비화폰 통화기록이 삭제됐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수사를 통해 밝혀야 하는 대목입니다.
핵심 증거를 확보하고 수사를 하기 위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인데, 수사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영장 청구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그간 검찰의 관례를 볼 때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검찰은 김 차장의 휴대전화나 체포 방해 채증 영상 등 대부분 증거가 확보돼 증거 인멸 우려가 크지 않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류재율 변호사(법무법인 중심)는 "검찰의 주장은 실무 예를 볼 때 전혀 납득이 되지 않는다"며 "이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는 증거를 훼손할 우려가 있는 사람을 영장청구를 계속 하지 않는 것은 뭔가 다른 의도가 있지 않나 추측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검찰이 세 차례 구속영장을 기각하는 동안 지난 8일 윤씨는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됐습니다. 1차 체포 과정에서 윤씨의 체포영장 집행을 무력으로 저지하라는 지시에 반대했던 대통령 경호처 간부의 해임도 지난 13일 경호처 징계위에서 의결됐습니다.
그러는 사이 경찰 특수단이 비화폰 통화내역을 확보하기 위한 경호처 서버 압수수색도 김 차장의 거부로 번번이 무산됐습니다.
정치권에서는 대통령경호처의 '인사 보복'을 규탄하고, 김 차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서울고검 영장심의위원회가 '검찰은 김성훈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게 맞다'고 결론을 낸 지 12일이 지났다"며 "검찰은 시간 끌지 말고 신속하게 구속영장을 청구하길 바란다. 또다시 방해한다면 내란공범으로 특검 수사를 받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검찰이 반복해서 경찰의 구속영장 신청을 기각하고 있는 배경으로 윤씨 내란 수사의 핵심인 '비화폰 서버'가 압수될 경우 검찰 수뇌부의 의혹들과 관련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옵니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검찰 출석 이틀 전 이진동 대검 차장과 통화를 한 적이 있는데, 이 당시 김 전 장관이 사용했던 휴대전화가 비화폰이었습니다.
김태현 기자 taehyun1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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