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유 기자] 편의점·대형마트를 중심으로 1000원 이하의 초초저가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습니다. 과거 저가 PB(자체 브랜드) 상품들은 미끼 상품으로서의 역할만을 주로 맡아왔는데요. 최근에는 기업들이 소비자 가격을 낮추기 위해 불필요한 마케팅 비용을 줄이고 자체 마진까지 최소화하면서 초저가 PB 상품 등을 잇따라 선보이고 있습니다.
6일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8월 소비자물가 지수는 114.54(2020년=100)로 1년 전보다 2.0% 상승했습니다. 초저가 소비가 대세로 떠오르고 있는 배경에는 이 같은 고물가 현상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인데요. 여기에 '요노'(YONO·You Only Need One) 트렌드가 전반적으로 확산하면서 사치스러운 소비가 막을 내리고 있는 것도 한 몫하고 있습니다.
(사진=BGF리테일)
CU가 선보인 1000원 이하 초저가 PB 상품의 매출이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는데요. 회사 측에 따르면 1000원 이하 상품의 매출 신장률은 2021년 10.4%에서 2022년 23.3%로 물가 급등 시기에 맞춰 큰 폭으로 뛰었습니다. 이후 2023년 21.1%, 2024년 27.3%로 매년 20%대 높은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CU가 선보이는 '990 초코우유'와 '990 딸기우유'는 동일 용량의 NB(제조사 브랜드)상품 대비 50% 이상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데요. 990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으로 가공유 상품을 출시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유제품 업체인 빙그레와의 협업이 있었습니다. 양사는 소비자 가격을 낮추기 위해 불필요한 마케팅 비용을 줄이고 자체 마진까지 최소화하면서 초가성비 제품을 선보일 수 있었던 것인데요.
유제품 뿐만 아니라 CU는 1000원 이하의 초초저가 상품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습니다. 올 초 선보인 880 육개장 컵라면과 990 스낵은 각각 누적 판매량 60만개와 50만개를 돌파했고요. 재작년 여름 출시한 400원짜리 바 아이스크림과 1000원짜리 콘 아이스크림의 누적 판매량도 500만개를 앞두고 있으며, 1000원짜리 두부 제품은 출시 보름만에 3만여 개가 팔려나갔습니다.
코리아세븐은 자사 편의점 세븐일레븐에서 1캔에 1000원인 가성비 수입맥주 '버지미스터 500㎖'와 '프라가 프레시 500㎖'를 연중 맥주 매출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8~9월에 맞춰 재출시했는데요. 세븐일레븐은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차별화 상품 전략으로 버지마스터와 프라가 프레시 천원 맥주를 판매했는데 두 상품 모두 출시 5일만에 각각 준비물량 20만개와 25만개가 모두 완판됐습니다.
소비자 가성비 중시…초초저가 마케팅 지속될 것
대형마트인 홈플러스도 물가상승과 주류 가격 인상으로 식당 '소맥 세트'가 2만원을 넘기는 경우도 생기면서 홈술 트렌드가 장기화될 것으로 판단해 가성비 주류 상품을 판매 중인데요. 홈플러스가 지난달 1일 선보인 1000원 맥주 타이탄은 출시 3일 만에 처음 준비한 500㎖ 7만캔이 모두 팔려나갔습니다.
저렴하게 공급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원재료를 대량·일괄 매입해 원가를 낮추고 자체 마진을 줄였기 때문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는데요. 구체적으로 주류 소매가 상당 부분은 주세가 차지하는데, 저장조 120kL 이하 소규모 브루어리와 협업해 세금 감면 효과를 냈습니다. 또 상품 디자인과 네이밍은 내부에서 직접 하고 물류비용도 감축해 저렴하게 판매할 수 있었습니다.
현재 타이탄은 지난달 15일부터 2차 물량이 풀리고 있는 중으로, 목표 판매 수량은 50만캔인데요. 홈플러스 측은 "예상보다 뜨거운 반응에 생산 속도가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어 생산 차질이 없도록 협력사와 소통 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고물가 시대 불필요한 소비를 하지 않는 소비자들이 대거 늘면서, 저렴하면서도 이용률이 높은 상품 중심으로 업계 전반적으로 출시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일명 요노 트렌드가 사회 전반적으로 짙어진 만큼 가격과 품질 모두 소비자의 높은 만족을 얻기 위한 초저가 마케팅 기조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습니다.
이지유 기자 emailgpt1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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