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메프' 자구안 내놨지만…채권단 "회사 정상화가 우선"
소액 채권자 변제서 의견 엇갈려
2024-08-14 16:17:41 2024-08-14 16:17:41
[뉴스토마토 이지유 기자] 대규모 정산 지연 사태를 일으킨 티몬과 위메프가 자구계획안을 통해 미정산 파트너 약 10만명에게 일정 금액을 우선 변제하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채권자 협의회 측이 소액 변제보다 회사 조기 정상화를 주문하면서 좀처럼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무산됐습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회생법원은 13일 회생절차 협의회를 열고 채권자협의회와 판매업체 비상대책위원회, 일부 판매업체 대리인, 정부기관 및 공공기관 등과 함께 자구계획안에 대해 살폈는데요. 두 회사가 전날 제시한 자구계획안에는 정산시스템 개편 및 소액 채권자 우선 변제 계획 내용이 담겼습니다.
 
티몬·위메프 사태 피해자들이 서울 강남구 티몬 사옥 앞에서 구영배 큐텐 회장 등 관련자 수사를 촉구하는 검은 우산 집회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스1)
 
이번 협의회는 채무자들이 채권자들과 자율적으로 해결책을 모색하는 자율구조조정지원(ARS)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수만 명에 이르는 소상공인 채권자들의 피해를 조기에 막고자 열린 것인데요. 이날 재판부가 공개한 티메프 자구안에는 구조조정 펀드 등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해 상당수 채권자의 채무를 상환하고 3년 내 두 회사를 재매각하는 계획이 담겼습니다. 
 
류화현 위메프 대표는 구조조정펀드 등으로부터 투자를 유치 받아 3년 내 회사를 정상화하겠다는 방안과 관련해 "유효한 방안이라고 생각한다"며 "한국 이커머스 업계에서 존재감을 갖는 플랫폼으로 자리 잡으면 높은 가치로 매각할 수 있어 빠른 시간 내 투자자를 확보해 마무리 짓는 것이 가장 중요한 만큼 이달말까지 최대한 확보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티메프 측은 판매 대금을 PG(결제대행)사에서 이체 후 판매자에게 직접 지급하는 에스크로 계좌를 도입하거나 결재 주기를 단축하는 등의 정산시스템 개편을 통해 피해 회복에 나서겠다고 밝혔는데요. 에스크로는 입점업체에게 지급할 판매대금을 회사를 거치지 않고 결제대행사나 제3자가 직접 지급하는 방식입니다.
 
또 소액 우선 변제 자구계획안도 제시됐는데요. 미정산 파트너 약 10만명(티몬 4만명, 위메프 6만명)에게 공통으로 약 200만원에 해당하는 일정 금액을 우선 변제해 채권상환을 완료하겠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경우 두 회사가 지급해야 할 돈은 2000억원 수준에 이릅니다. 그 밖에 기타 자구 계획안에는 기업 정상화 방안도 포함됐는데 인력 구조조정과 경비 절감, 프로모션 비용 절감, 이익률 중심으로 사업 구조 재편성 등이 주요 내용으로 채택됐습니다. 
 
오는 30일 2차 협의회서 수정된 자구안 논의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회생절차를 논의했지만 합의점에 도달하지는 못했는데요. 티몬 위메프 회생절차 협의회에 참석한 채권자들은 양사가 자구안으로 낸 소액 우선 변제보단 빠른 정상화를 촉구했기 때문입니다. 채권단 대표로 회의에 참여한 신정권 판매업체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소액 채권 변제는 채권자 수를 줄이는 단순한 효과에 그치는 것"이라며 "회사를 위한 정책일 뿐, 투자와 관련된 명확한 답도 못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회사 정상화를 주문했습니다. 
 
소액채권 우선변제 방식보다는 정상화에 집중하라는 채권단의 의견에 따라 향후 티메프 측은 관련 내용을 포함한 수정된 자구안을 제출할 계획인데요. 법원은 오는 30일 오후 3시 회생절차 협의회를 열고 티메프가 제출한 자구안에 대한 협의를 이어가기로 했습니다. 
 
한편 구영배 큐텐 대표가 1조 원대 판매대금 미정산 사태의 발생지인 국내 계열 플랫폼인 티몬·위메프를 법률 지원 대상에서 제외해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큐텐 계열 플랫폼의 재무 업무를 총괄한 이시준 큐텐 재무본부장도 변호인 지원 명단에서 빠졌는데요. 
 
김효종 큐텐테크놀로지 대표는 전날 목주영 큐텐코리아 대표 등 6명에게 이번 사건에 대한 변호인 지원과 관련한 이메일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참고인 조사는 법무법인 지평에서 입회 지원하고, 이후 피의자로 전환되거나 형사소송과 관련해서는 법무법인 화우에서 맡는다는 내용이 해당 이메일에 담겼는데요.
 
이로 인해 큐텐 안팎에서는 구 대표가 그룹 경영 사항의 핵심 정보를 가진 큐텐 측근들과 입을 맞춰 각 사 경영 실패에 대한 법리적 대응에 나선 게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앞으로 계속 진행될 검찰 수사를 포함해 재판 절차까지 고려한 일종의 꼬리 자르기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관측입니다.
 
이와 관련해 업계 관계자는 "큐텐 본부장의 검찰 수사를 전후로 구영배 대표와 관계가 틀어지면서 사실상 계열사가 모두 독자 노선을 걷고 있는 상황인 것 같다"면서 "이로 인해 이번 자구안 협의회에서도 정상운영 계획이 구체적이지 않아 채권단들이 추가로 질문을 했고, 결국 협의에 이르지 않아 2차 협의회까지 흘러가고 있는 상황으로 보여진다"고 말했습니다. 
 
이지유 기자 emailgpt1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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