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이 22대 총선에서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석을 얻는 데 실패하고 원외정당의 신세로 전락했다. 정의당은 이번 총선을 앞두고 녹색당과 연합하여 녹색정의당이란 당명으로 대응하면서 ‘목숨을 살려 달라’고 읍소하였지만 민심은 냉정했다. 결국 6석의 원내 3당 지위에서 0석 원외정당이 되는 처참한 성적표를 받았다.
이번 총선에서 녹색정의당은 지역구에 모두 17명의 후보를 출마시켰지만 경기 고양시 갑에 출마한 심상정 대표를 비롯한 모든 후보가 낙선했다. 비례대표 투표에서도 2.14% 득표율로 3% 기준선을 넘기지 못하면서 단 한 석도 얻지 못했다.
당의 간판으로서 고양시 갑에 출마한 현역 4선의 심상정 의원도 3위에 그쳐 5선 도전이 좌절됐다. 정의당이 이렇게 원외정당이 된 것은 2012년 창당 이후 12년 만이고, 정의당의 시조격인 민주노동당이 2004년 처음 10석으로 원내 진출한 것 까지 포함하면 20년 만의 일이다.
11일 5선 도전에 실패한 심상정 대표는 “21대 국회의원 남은 임기를 마지막으로 25년간 숙명으로 여기며 받든 진보 정치의 소임을 내려놓는다”고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심 의원은 “오랫동안 진보정당의 중심에 서 온 한 사람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했다.
심상정 의원의 고별사를 듣다보면 마음이 착잡해진다. 어쩌다가 이렇게 초라한 신세가 되었을까? 정의당 몰락의 원인은 무엇일까? 여러 의견이 있을 것이다. 핵심적으로, 정의당이 ‘민생정치를 위한 하층연대’는 등한시 한 채 ‘연동형비례제 통과’라는 환상적인 목표를 위해 ‘민주당 2중대’ 노릇하다가 결국 치고 올라오는 다른 위성정당의 ‘밀어내기 역습’을 받아 좌초한 것으로 보는 게 적절하다.
정의당은 위성정당을 불러오는 준연동형비례제 선거법을 만들어 놓고도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는 비례 위성정당을 거부하는 모순적 태도로 인해 ‘민주당 2중대’로도 성공하지 못했다. 정의당이 이렇게 갈지자 행보를 보이는 사이 다른 위성정당들이 치고 올라왔기 때문이다.
심상정 대표는 위성정당은 준연동형비례제 선거법의 필수요건임에도 ‘위성정당이 없는 연동형비례제 선거법’을 민주당과의 상층교섭을 통해 쟁취할 수 있을 것이라는 신념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두 차례 총선에서 이런 신념은 분별없는 열정으로 실패했다.
차라리 10석을 획득한 민주노동당처럼, ‘병립형비례제 선거법’을 그대로 고수했더라면 어땠을까? ‘비례대표 먹이사냥’을 위해 등장한 떳다방 같은 위성정당들의 추잡한 행태와 몰염치를 보지 않고 자존감 있게 제3당의 위치를 지켰을 것이다.
준연동형비례제 선거법과 위성정당의 역습에 너무 안이하고 무능했다. 아마도 정의당과 그 지지자들처럼 조금 고결한 신념을 가진 정의로운 진보들은 다음 총선에서도 ‘위성정당이 없는 준연동형 비례제 선거법’을 다시 주장할 것이다. 이런 주장들은 명분도 실리도 모두 잃는 패가망신 노선이라는 게 두 번의 총선 경험에서 검증되었다는 것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소수정당들에겐 선택지가 많지 않다. 위성정당에 참여하던가, 위성정당이 싫으면 병립형 비례제 선거법으로 돌아가는 것이 현실적인 방법이다. 준연동형비례제 선거법과 위성정당은 단짝이다. 이 단짝으로 성공한 이는 누굴까? 용혜인 세력, 진보당 세력, 조국신당 세력이다. 조금 고결한 진보들은 결국 원외 밖으로 내밀리고 몰락할 뿐이다.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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