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휘청이는 건설업계②)현금 줄었는데 차입 늘어…건설사 유동성 악화 ‘빨간불’
주요 건설사 차입금, 8% 증가…현대건설, 상환능력 둔화
GS건설, 부채 부담 확대…대우건설, 미착공 PF잔액 '급증'
2023-02-08 06:00:00 2023-02-08 06:00:00
서울시내 전경. (사진=백아란기자)
 
[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원자재 상승과 금리인상에 따른 주택경기 악화로 건설사들의 근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미분양·미입주와 같은 사업 위험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수익성 악화로 유동성 위기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진 까닭입니다. 특히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중소건설사의 경우 신용등급이 하락하며 자금조달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대형 건설사 또한 차입금이 늘고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줄어들며 재무 부담이 가중되는 모습입니다.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물산·현대건설·DL이앤씨·GS건설·대우건설 등 5개 상장 건설사의 연결기준 차입금은 총 14조9572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작년 동기(13조8864억원)에 비해 7.7% 증가한 수준입니다.
 
차입금 증가, 건설경기 악화시 재무건전성 악화 수반 
 
건설업 특성상 PF(Project Finance)와 같은 자금조달이 끊임없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차입금 증가를 부정적으로만 볼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금리인상에 따른 부담으로 부동산 경기가 악화하고 조달 시장이 경색된 상황에서 자금 차입을 늘릴 경우 재무건전성 악화를 수반할 수 있다는 점은 우려 요인입니다.
 
대형 건설사의 경우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이 상대적으로 많은 까닭에 당장 유동성 위기는 겪지 않을 수 있지만 신용등급이 추가 하락할 경우 차입금과 회사채를 통한 외부자금 이자 비용이 상승하게 돼 자금조달에 부정적 영향을 피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작년 말 기준 삼성물산·현대건설·DL이앤씨·GS건설·대우건설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은 18조6623억원으로 1년 전보다 10.4% 늘었습니다. 그러나 건설사별로 보면 장밋빛 전망만 존재하지 않습니다. 운전 자본부담 통제를 통해 원활한 현금흐름을 시현할 수 있을지 여부가 관건이 된 상황에서 미분양과 같은 ‘악성 재고’가 쌓이면서 현금흐름이 악화하는 등 재무건전성에 부담이 가해지고 있어섭니다.
 
(표=뉴스토마토)
 
실제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이 가장 많은 현대건설의 경우 작년 말 기준 4조7722억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5조2784억원)에 견줘 9.6% 감소한 수준입니다. 같은 기간 잠재적인 부실 뇌관으로 꼽히는 미청구공사 금액은 3조7345억원으로 15% 늘었으며 상환능력을 가늠할 수 있는 유동비율은 190.8%에서 177.6%로 13.2%포인트 하락했습니다.
 
반면 부채비율은 3.6%포인트 오른 111.9%를 기록했습니다. 시공에 들어가고도 못 받은 자금과 부채비율이 늘어난 상황에서 지급능력은 다소 줄어든 것입니다.
 
미분양·미입주 등 하방압력 높아…중소·중견건설사 줄도산 우려도 
 
DL이앤씨의 경우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2조2726억원으로 1년 새 0.42% 늘었지만 차입금이 1조980억원으로 9.05% 증가했습니다. 이로 인해 순현금(1조1746억원)은 6.49% 감소했습니다. 시공능력평가 5위인 GS건설의 경우 3조원이 넘었던 현금(예금) 및 단기금융상품 자산은 2조5180억원으로 급감한 반면 차입금은 3조3650억원에서 4조4030억원으로 30.9% 뛰었습니다.
 
유동성은 줄었는데 부채 부담은 커진 셈입니다. 이밖에 대우건설의 차입금은 1조5047억원에서 2조1056억원으로 39.93% 증가했으며 PF 대출 보증잔액과 미착공 PF 잔액은 각각 173.7%, 296.9% 급증한 1조1879억원, 9649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시장에서는 주택시장을 둘러싼 하방압력이 커지면서 차입금 증가가 불가피하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금리인상에 따른 부담으로 전국적으로 미분양이 증가함에 따라 신용도가 하락하고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이 부족할 경우 도산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 까닭입니다.
 
앞서 한신평은 건설 산업에 대한 신용전망(Credit Outlook)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며 롯데건설과 한신공영·태영건설·HDC현대산업개발·동부건설 등의 유동성 확보 수준, 대체자금 조달 진행 상황을 모니터링 요인으로 꼽기도 했습니다.
 
안희준 한국신용평가 연구위원은 “부동산경기 저하로 실적과 현금흐름 변동성, 자산건전성 저하 위험이 확대됐다”면서 “금융시장 경색에 따른 유동성 위험도 상승한 상황”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