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 삼성물산, 현대건설, DLE&C, 대우건설, GS건설, 포스코건설 전경.(사진=각사)
[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지난해 국내 주요 건설사들이 수주 확대에 힘입어 외형 성장을 일궜지만, 내실은 챙기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자회사의 실적부진과 늦어진 원가율 산정, 원자재 가격 상승 영향으로 비용부담이 커지면서 영업이익률이 감소하는 등 질적 개선을 이뤄내지 못한 까닭입니다.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시공능력평가 상위 10대 건설사 가운데 작년 성적을 발표한 삼성물산 건설부문·현대건설·DL이앤씨·포스코건설·GS건설·대우건설 등 6개 건설사의 연결기준 매출액은 총 75조4871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매출액은 전년동기(62조6074억원)보다 20.57% 증가한 수준입니다.
반면 내실은 떨어졌습니다. 레미콘 철근, 시멘트 등 원자재가격 인상으로 매출원가가 오르며 실제 벌어들이는 수익이 줄었기 때문입니다. 실제 지난해 건설사의 영업이익은 3조5773억원으로 1년 전(3조7871억원)에 견줘 5.54% 감소했습니다.
효율성 지표 '영업이익률'은 하락…유동성 관리 부담 확대
여기에는 건설경기 둔화와 화물연대 파업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습니다. 원가관리 역량도 떨어진 상황입니다. 건설사 매출에서 원가와 판매관리비 등을 모두 제외한 뒤 순이익을 비율로 계산한 영업이익률을 보면 삼성물산(5.99%)을 제외한 5개 건설사 모두 하락했습니다.
낙폭이 가장 큰 건설사는 DL이앤씨입니다. DL이앤씨의 연결기준 영업이익률은 6.6%로 상위권을 보였지만 전년(12.5%)과 비교하면 5.92%포인트 하락했습니다. 별도기준 영업이익률은 7.6%를 기록했으며 주택원가율은 1년 전보다 7.9%포인트 상승한 86.7%로 나왔습니다.
같은 기간 GS건설의 영업이익률은 7.15%에서 4.51%로 내려갔으며 포스코건설의 영업이익률은 2.1%포인트 떨어진 3.28%로 잠정 집계됐습니다. 대우건설의 경우 창사이래 최대실적을 경신했지만 영업이익률은 8.5%에서 7.3%로 1.2%포인트 하락했으며, 현대건설은 1.43%포인트 쪼그라든 2.74%에 그쳤습니다.
문제는 덩치에 비해 내실이 떨어진 상황에서 금리 인상 기조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자금 조달 여건 악화가 장기화할 경우 재무건전성에 부담이 가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대형건설사의 경우 상대적으로 유동성에 여유가 있는 상황이지만, 고금리와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로 주택 시장 부진이 지속되면 실적에도 악영향이 가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표=뉴스토마토)
국내 주택 부문 침체…신사업·해외 수주 '관건'
건설사의 안전성과 유동성을 판단할 수 있는 부채비율 역시 부진한 실정입니다. 삼성물산의 경우 부채비율이 2020년 65%, 2021년 66% 수준을 보이다 지난해에는 85%로 올랐고, 현대건설의 부채비율은 108.3%에서 111.9%로 3.6%포인트 증가했습니다. GS건설의 부채비율 또한 211.6%에서 216.4%로 상승했습니다. 대우건설의 부채비율은 199.1%로 전년 말(225.1%)보다 줄었지만, PF 대출 보증잔액과 미착공 PF 잔액은 각각 1조1879억원, 9649억원으로 전년 말에 견줘 각각 3배, 4배가량 많은 상태입니다.
시장에서는 건자재 가격 상승 여파가 추가적으로 반영될 경우 영업이익이 하락하는 등 올해도 원가관리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서 유동성관리와 해외·신사업에 대한 성과가 건설사의 향배를 좌우할 관건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박세라 신영증권 연구원은 “작년 대형건설사 신규수주와 매출액은 전년대비 증가하며 선전했으나 외형 성장만큼 수익성은 따라오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면서 “현대건설, GS건설, DL이앤씨의 경우 국내 주택 부문에서의 원가율이 높아지면서 이익률이 훼손됐고, 해외 일부 현장에서의 추가 원가 반영이 아쉬웠다”라고 평가했습니다.
송유림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부터는 분양 물량의 감소가 가시화됨에 따라 이에 대한 방어와 동시에 해외, 신사업 수주에 열을 올릴 때”라며 “국내 주택 시장에 대한 우려가 지속됨에 따라 건설업 주가의 추세 상승을 기대하기 어려우나 주택 시장이 더 이상 침체로 흘러가지 않는다면 해외와 신사업과 관련한 이슈가 구간 구간마다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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