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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가 급한데"…팁스 자급집행 지연
일부 기업에 자금 집행 예년보다 1개월 가량 더 늦어져
벤처 "계획 틀어져 자금 동났다"…돈 빌리는 사례도
2022-12-08 15:18:26 2022-12-08 18:19:09
[뉴스토마토 변소인 기자] "9월에 팁스(TIPS) 지원 창업기업으로 선정됐다. 1년차에 팁스 자금을 집중적으로 사용하고 싶었는데 자금 집행이 이렇게 늦어질지 몰랐다. 지난달부터 이미 자금이 바닥나서 초조한 상황인데 이번 달 후속투자금이 들어와서 겨우 위기를 면했다. 팁스 자금이 후속투자금보다 늦을 줄 몰랐다." (A벤처기업 대표)
 
"4월에 선정이 되고 3개월이 지난 7월에서야 자금을 지급받았다. 한참을 기다렸다." (B벤처기업 공동창업자)
 
"지난해 팁스 지원 창업기업으로 선정돼 한 달 반만에 받았다. 요즘은 팁스 자금이 빠르게 투입되지 않아 아는 벤처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더라. 자금이 떨어진 아는 벤처기업에 돈을 빌려줬다." (C벤처기업 대표)
 
(사진=팁스 홈페이지 캡처)
 
8일 벤처업계에 따르면 팁스 자금 집행이 늦어지면서 벤처기업들이 자금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나 지원으로 사업을 영위하는 벤처기업들은 팁스 자금 집행 일정이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자금 조달 계획에 차질이 생기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팁스는 중소벤처기업부 기술창업 지원 프로그램으로, 민간 투자사가 우수 기술을 보유한 창업기업에 선투자(1억~2억원 내외)·보육·멘토링을 제공하면, 중기부가 연구·개발(R&D), 창업사업화 자금 등을 2년간 매칭 지원(최대 5억원)하는 사업이다. 합계로 최대 7억원까지 지원되기 때문에 벤처기업들에게 인기가 높은 사업이다. 
 
그러나 올해에는 자금 집행이 지연되면서 벤처기업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선정 후 두 달이 채 되기 전에 첫 번째 자금 집행이 이뤄졌지만 올해 하반기부터는 자금 집행이 한 달가량 더 늦어지고 있다.
 
지난 9월 팁스 8월 추천 창업기업으로 선정된 A기업은 아직 자금을 받지 못했다. A기업 대표는 "다음 주부터 자금 집행이 가능하다는 안내를 받았다. 8월이 올해 마지막 팁스 선정이어서 기업들이 많이 몰린 탓에 3개월 이후에 자금 집행이 가능하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평소보다 자금집행이 늦어졌다는 설명도 있었다. 우리 기업이 그런 케이스가 됐다"고 덧붙였다.
 
A기업 대표는 이로 인한 불편을 호소했다. 그는 "팁스 사업에 지원할 때는 자금 집행이 이렇게 늦어질지 몰랐다. 당장 11월부터 자금이 떨어졌다"며 "팁스 사업부 측에서 2차 지원금을 신청할 때도 한 달 정도 늦어질 수 있다는 것을 감안하고 자금 유동성 계획을 세우라고 하더라. 바로 팁스로 자금을 충당하려고 했던 벤처들은 투자시장도 얼어붙어 돈을 빌려야 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중기부는 1개월 내외의 집행 지연이 발생한 사실이 맞다고 밝혔다. 중기부 기술창업과 관계자는 일부 기업에 팁스 자금집행이 늦어진 이유에 대해 "코로나19 완전극복 및 민생안정을 주요 목적으로 하는 2022년 2회 추가경정예산 추진 과정에서 지출 재원 확보를 위해 팁스 R&D 신규 과제 지원개월 수가 일부 축소됐다"며 "이에 자금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일부 기업에 대해 1개월 내외의 집행 지연이 발생했다"고 답변했다.
 
중기부는 이번 건의 경우 1년차 지원 개월 수를 축소시켰으나, 축소된 기간만큼 3년차 때 지원기간을 추가하게 돼 기업에 전달되는 자금의 총액(기업당 최대 5억원)은 같다고 부연했다. 다만 집행 시기만 1개월 정도 뒤로 밀리게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기부는 자금 총액이 같기 때문에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벤처기업들은 가뜩이나 벤처 자금경색이 심화한 상황에서 자금 집행 지연은 치명적이라고 꼬집었다.
 
이 때문에 팁스 사업에 선정됐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기업들은 당장 필요한 돈을 구하러 백방으로 뛰어다녀야 하는 형국이다. 아는 기업인에게 최근 돈을 빌려줬다는 C기업 대표는 "지난해에는 자금 집행에 문제가 없어 수월하게 사업을 했는데 최근 팁스에 선정된 기업들은 자금이 빨리 들어오지 않아서 스트레스 많이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변소인 기자 bylin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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