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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약차주 중도상환수수료 면제' 은행권 난색
정치권 무리한 추진에 "대출 제반비용 은행에 전가" 불만
중도상환 규모 적어 실효성 의문도
2022-12-09 06:00:00 2022-12-09 06:00:00
[뉴스토마토 이혜현 기자] 정치권과 정부가 취약차주의 이자 부담 경감을 위해 한시적으로 대출 중도상환수수료를 면제해주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은행권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약정기간보다 일찍 돈을 갚아 자금 운용에 손실이 생긴 은행이 대출과정에서 발생한 비용이나마 보전받는 해약금을 모두 은행에게 전가한다는 것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와 여당은 신한·KB·하나·우리·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을 대상으로 금융 취약차주의 은행대출 중도상환수수료 면제를 추진하고 있다.
 
앞서 5대 은행은 신용등급 하위 30%, 코리아크레딧뷰로(KCB) 기준 7등급 이하, 코로나19 프리워크아웃 적용 차주 등 저신용자를 상대로 6개월~1년간 중도상환수수료를 면제하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이번 협의에서 대상 범위를 KCB 기준 5~6등급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중도상환수수료는 은행에서 대출을 받은 차주가 약정기간 만기 전에 대출금을 상환했을 때, 은행이 대출을 취급하는 과정에서 부담한 비용 일부를 보전받는 수수료다. 통상 수수료율은 가계대출은 0.5~1.4%, 기업대출은 0.9~1.4% 수준에서 책정된다. 
 
올해 10월 말까지 5대 은행 중도상환수수료 수익은 1734억원에 이른다. 중도상환수수료 면제를 한시적으로 시행할 경우 5대 은행 수수료 면제액은 연간 최대 600억원 수준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은행권에서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중도상환수수료는 조달자금 불일치에 따른 손해를 보상받는 것인데, 대출 과정에서 발생하는 제반 비용을 모두 은행에게 전가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중도상환수수료 면제 대상이 실제로 많지 않아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취약차주들이 대출 이자 내기만도 빠듯한 상황에서 원금과 이자를 한 번에 중도상환 할 수 있을 만큼 자금 여력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또 대환대출에 중도상환수수료가 면제될 경우, 대출상품 금리가 전반적으로 올라간 상황에서 취약차주들이 대출 갈아타기에 나선다고 해도 기존보다 낮은 금리의 상품을 찾기가 쉽지 않아 중도상환수수료 면제 실효성이 실질적으로 크지 않다.
 
취약차주들이 중도상환수수료 때문에 금리가 낮은 금융상품으로 갈아타는데 제약이 있다는 당정의 주장은 실상과는 동떨어졌다는 것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고금리 시대에 사상 최대 순이익을 올린 은행 입장에서 취약차주 금융지원을 요구를 거스르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은행들이 수수료 이익이 줄어들어 중도상환수수료 면제를 반기지 않는 게 아니라 취약차주 대상을 대폭 늘리라는 금융당국의 압박이나, 한시적으로 정한 기간이 추가로 늘어나면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어 우려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이혜현 기자 hyu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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