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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운임제는 '안전'하지 않다?…빈약한 통계 부풀리는 국민의힘
지엽적 통계 대신 핵심 취지 살펴야
2022-12-05 17:36:20 2022-12-05 17:36:20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총파업 닷새째인 지난달 28일 부산 남구 신선대부두 인근 주차장에 운행을 멈춘 대형 화물차가 줄지어 서 있다.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와 대상 품목 확대 등을 요구하며 집단으로 운송을 거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강석영 기자] '안전운임제 법안(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 처리에 소극적인 국민의힘이 자신의 입맛에 맞게 통계를 해석한 것으로 드러났다. 핵심 쟁점은 안전운임제 시행 이후 교통사고 사망자 증가 여부를 둘러싼 해석 차다.
 
당정은 안전운임제 시행 이후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더 늘었다는 이유로 일몰제 폐지가 아닌 '3년 연장'을 제시했지만, 아전인수격 해석이란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노동계 인사들은 5일 여권을 향해 안전운임제 핵심인 과적·과속·과로가 감소했다는 분석은 외면한 채, 한계가 있는 분석 결과를 확대 재생산했다고 꼬집었다. 
 
앞서 당정은 화물연대 총파업을 이틀 앞둔 지난달 22일 △안전운임제 일몰제 3년 연장 △컨테이너·시멘트 외 품목 확대 불가 등에 협의했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를 거부한 데 대해 "안전운임제를 실시하면 사망사고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는데 올라갔다"고 반론을 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여당 간사인 김정재 의원이 대표발의한 화물자동차법 개정안에도 "당초 도입 목적인 교통안전 확보의 효과는 뚜렷하지 않았음"이라고 적시됐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한발 더 나가 지난 1일 "안전운임제라고 하지만 막상 들여다보니 안전에 기여한 바는 전혀 없고 이름만 허울 좋은 안전"이라고 주장했다.
 
근거 자료는 한국교통연구원이 지난해 12월 국토교통부에 제출, 국토부가 국회에 보고한 '화물차 안전운임제 성과분석 및 활성화 방안 연구'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안전운임제 시행 이후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늘긴 했다. '사업용 특수차'의 교통사고 사망자수는 안전운임제가 시행된 2020년 37명으로, 시행 전 2017년 23명보다 많다. '사업용 견인형 특수차' 역시 2019년(21명)에 비해 2020년(25명) 4명 늘었다.
 
특히 국토부는 지난 9월 국회 민생경제안정특별위원회 보고서에서 "교통안전 개선효과 불분명"이라고 평가했다. 견인형 특수차의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시행 전인 2019년(21명)보다 시행 후인 2020년(25명) 19%, 2021년(30명) 20% 증가율을 보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당정의 이같은 해석엔 허점이 있다. 먼저 조사 대상의 문제다. 조사 대상인 '견인형 특수차' 3만5000여대 중 대상 차량은 78%(2만7500여대)로, 7000대가량의 비대상 차량이 섞여 있다. 표본의 격차가 큰 데 비해 증가한 사망자 수는 적다. 안전운임제 시행 직후 1~2년만 조사해 조사 기간도 짧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업용 특수차'의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2017년 23명, 2018년 50명, 2019년 36명, 2020년 37명으로 들쑥날쑥한 지점도 짧은 기간 조사에 한계가 있음을 보여준다. 사망자 수는 증가했지만 교통사고 발생은 증가세에서 감소세로 변화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보고서는 "분석 기간의 한계로 구체적인 추가 조사 및 분석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고 결론내렸다.
 
교통사고 사망자에 대한 분석은 전체 보고서의 일부라는 지적도 나왔다. 보고서에 따르면, 안전운임제 도입의 핵심 취지인 과적·과속·과로 감소에 '도움이 된다'는 응답이 대다수(컨테이너 차주 66%, 시멘트 차주 73%)였다. 안전운임제 도입으로 최소 운임비가 보장되면서 월 업무 시간이 평균 8% 감소했다는 결과도 도출됐다. 화물연대는 한국안전운임연구단의 '한국 안전운임 시행효과 분석 및 지속가능한 제도시행을 위한 조사결과'(2021년)를 바탕으로 노동위험지수(K-CTDI)가 안전운임 시행 전(62.28점)보다 시행 후(54.16점) 13% 감소하며, 중간 값인 55점 이하로 하락해 노동위험수준이 감소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박연수 화물연대 정책실장은 통화에서 "표본이 정확하지 않고 교통사고를 유발하는 변수도 다양해 애매한 통계다. 호주의 경우 안전운임제를 50년간 시행하고 30년간 교통사고 증감률을 살폈다. 최소 10년 이상의 장기적 평가가 필요한 부분"이라며 "교통사고 통계보단 교통사고를 유발한 장시간 노동이 얼마나 줄었는지 등에 초점을 맞추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교통안전 효과를 더 조사하기 위해 일몰제를 연장해야 한다는 국민의힘 주장에 대해선 "일몰제가 있으니 현장에서 제도 불안정성이 높다. 제도 효과를 보려면 일몰제를 전제로 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강석영 기자 ks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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