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모델하우스 내부. 관람객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김성은 기자)
[뉴스토마토 김성은 기자] 분양시장에서 수요자들의 '옥석 가리기'가 심화된 가운데 시세 차익이 확실한 무순위 청약(줍줍) 단지들은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몰려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반면 올해 분양에 나선 단지 중 여러 차례 줍줍에도 모집가구 수를 채우지 못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어 분양시장 양극화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2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무순위 청약을 받은 '동탄역 예미지 시그너스'는 5가구 모집에 1274건 신청으로 254.8대 1을 기록했다.
이 단지는 경기도 화성시 동탄2택지개발지구 C7블록에 지하 4층~지상 47층, 4개동, 아파트 498가구 규모로 지난해 10월 준공됐다.
지난 2018년 4월 분양됐으나, 특별공급 5가구(전용면적 84㎡)의 계약취소로 이번에 재공급됐다. 분양가는 4년 7개월 전 가격인 4억5530만~4억7880만원으로 나왔다.
올 1월 같은 평형대 분양권이 7억7930만원에 거래됐으며, 지난해 최고 8억6810만원까지 매매된 적 있다. 3~4억원의 시세 차익이 예상되면서 수요가 몰린 것이다.
지난 10월 서울에서는 '송파 시그니처 롯데캐슬'의 1가구 무순위 일반공급에 3만1780명이 청약했다. 분양가는 당시 인근 시세 대비 4억원 가량 낮은 8억7100만원이었다.
같은 달 경기 과천의 무순위 일반공급에서는 수천대 1의 경쟁률이 나오기도 했다. '과천 푸르지오 벨라르테'는 1364.7대 1을 기록했고, '과천 푸르지오 라비엔오'는 902.2대 1로 큰 이슈가 됐다. 이 또한 수억원의 시세 차익 기대감 영향이 컸다.
하지만 줍줍이라고 모두 높은 경쟁률을 보이는 것은 아니다. 고분양가 논란이 일었던 서울 강북구 '한화 포레나 미아'는 5차 무순위 청약을 진행했으며, '칸타빌 수유팰리스'는 7차례 무순위 청약을 받았다.
지난해 분양시장 분위기와 달리 수요자들의 옥석 가리기 경향이 더욱 짙어진 것이다. 한 분양업계 관계자는 "집값 하락세가 지속되면서 소비자들 사이에서 최근 분양가가 비싸다는 인식이 강해졌다"며 "가격이나 입지 장점이 없으면 굳이 청약에 나서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얼어붙은 분양시장 활성화를 위해 대출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신영 리얼투데이 본부장은 "대출 규제가 일부 풀렸어도 고금리와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등 영향으로 예비청약자들의 자금 조달이 원활하진 않다"며 "자금을 마련하지 못해 계약취소 사례가 나오고 있어 대출 규제를 풀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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