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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스푸어 재등장②)치솟은 주담대에 2012년 재현 우려…“영끌푸어 더 심각”
지난해 무주택자 103만여명 주택 구매…2030세대 매입세 급증
기준금리 6연속 인상에 대출 이자 증가…주담대 금리 상한 8% 육박
"집값으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 10년 만에 등장…집값 높아져 고통 더 클 것"
2022-12-05 06:00:00 2022-12-05 06:00:00
서울 아파트 모습.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김현진 기자] 지난해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며 부동산 시장에 많은 수요가 유입되며 가격이 천정부지 치솟았다. 이에 영혼까지 끌어모아 주택을 마련한 '영끌족'도 크게 증가했다.
 
올해 기준금리가 급격히 치솟음에 따라 상황은 반전됐다. 집값 하락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금리 인상으로 인한 주택담보대출 등과 같은 대출 금리는 급격히 상승하기 시작했다. 집값은 내림세를 보이는 반면 대출로 인한 이자비용은 증가하며 '하우스 푸어' 문제가 심각했던 2012년 상황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통계청이 지난달 15일 발간한 '2021년 주택소유통계 결과' 보고서 개인별 주택소유 현황에 따르면 2020년 무주택자였던 103만6000명이 지난해 주택을 매입했다.
 
특히 젊은 세대에 속하는 2030세대의 아파트 매매가 급격히 증가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30대 이하의 서울 아파트 매수 비중은 41.4%를 기록했다. 이후 같은 해 3분기 43.3%까지 치솟았다.
 
지난해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며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도 커져 비교적 소득이 낮은 2030세대도 무리를 해서라도 아파트를 구매한 것으로 보인다.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지난해는 주택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 심리가 만연해 있었던 것 같다"며 "2030세대의 경우 앞으로 소득을 창출할 기간이 많이 남았기 때문에 당시 금리 정도라고 한다면 견딜 수 있겠다고 판단해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올해 주택 시장 분위기는 지난해와 상반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기준금리가 급격히 치솟으며 부동산 시장에 대한 수요가 급감, 가격도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달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통해 연 3.00%인 기준금리를 3.25%로 0.25%포인트 올렸다. 지난 4월부터 사상 처음으로 6차례 인상된 것으로 지난해 7월 기준금리가 0.50% 수준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2.75%포인트 상승했다.
 
금리가 급격히 오르며 부동산 시장에 대한 수요세도 급감, 가격 하락세가 이어지기 시작했다. 한국부동산원 '202년 10월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 10월 기준 전월 대비 1.24% 하락해 2008년 12월(-1.73%) 이후 13년 10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올해 들어 10월까지 누적하면 서울 아파트값은 2.89% 떨어졌다.
 
서울 한 시중은행 주담대 안내문. (사진=뉴시스)
집값이 큰 폭으로 하락한 반면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짐에 따라 이와 연동되는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큰 폭으로 상승했다. 2일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는 5.16~7.8%로 집계됐다. 현재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한이 8%에 육박하는 상황이지만, 저금리 상황이 이어지던 지난해 7월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한은 4%에도 미치지 못했다.
 
집값 하락폭은 확대되는 반면 대출 금리 상승으로 인한 이자부담이 증가함에 따라 '하우스 푸어'가 속출했던 2012년 상황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012년 당시 집값이 연일 폭락하는 반면 전세가격은 천정부지 치솟으며 대출금을 갚지 못한 서민들이 하우스 푸어로 전락했다.
 
실제로 당시 대출금을 제때 갚지 못해 경매장에 나오는 매물도 속출했다. 실제로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수도권에 나온 경매주택은 2만1693건이었지만 2012년에는 2만7219건으로 6000건가량 늘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10년 만에 집으로 고통을 받는 사람들이 또 등장했다"며 "2012년에는 하우스 푸어였다면 지금은 영끌 푸어로 집을 보유하고 있지만 무리한 대출로 이자 부담 때문에 빈곤하게 사는 사람이라는 측면에서 비슷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영혼까지 끌어 모아서 집을 산 영끌 푸어는 10년 전보다 집값이 많이 오른 만큼 대출금액도 많을 것이기 때문에 더 고통스러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현진 기자 khj@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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