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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 확보 바쁜 서희건설, 눈물의 손절 이어져
증시 부진에 고전…카카오·메타플랫폼스 매도
당기손익-공정가치측정금융자산처분손실 177억
오너2세 재무본부 총괄…유동성 관리 변화 '주목'
2022-11-29 06:00:00 2022-11-29 06:00:00
(사진=서희건설)
[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건설업계 주식 투자고수로 꼽혔던 서희건설이 하락장에 손절을 거듭하고 있다. 본업인 지역주택조합 아파트 도급공사 등 건설업에서 벌어들인 돈을 기반으로 투자에 나섰지만, 인플레이션과 금리인상 등 악재가 겹치며 거액의 평가손실을 입은데 따른 대응이다. 특히 레고랜드발(發)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로 자금시장이 경색된 가운데 부동산 업황까지 악화하면서 서희건설도 현금 확보와 리스크 관리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서희건설의 연결기준 누적 순이익은 863억1689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동기(1317억1239만원)에 견줘 34.5% 감소한 수준이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1조799억원으로 15.9% 증가했다. 본업인 건설업에서는 매출을 일으켰지만 금융손실이 발목을 잡은 결과다.
 
실제 올해 3분기 타법인출자 내역을 보면 서희건설은 총 84곳의 회사에 출자해 455억9200만원의 평가손실을 기록했다. 손실이 집중된 부문은 ‘단순투자’로 나섰던 주식투자다. 서희건설은 단순투자 목적으로 43곳의 국내외 상장주식(ETF상품)에 투자했는데 해당부문에서만 126억4000만원의 손실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앞서 서희건설의 보유주식은 2019년만 해도 삼성전자, 셀트리온 등 14개에 불과했지만 2020년부터 상장주식의 포트폴리오를 확대하며 건설사 대표적인 주식투자로 거듭났다. 그러나 올들어 우크라이나 전쟁, 물가상승, 금리인상 등으로 증시가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투자 수익도 부진했다.
 
서희건설이 투자한 종목에는 삼성전자와 네이버, 카카오, 삼성바이오로직스, 롯데케미칼, 삼성SDI 등 국내 대형주를 포함해 아마존닷컴, 알파벳A,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 해외주식도 포함됐다. 특히 서희건설은 카카오(3만8000주)·한화솔루션(3만주)·엔비디아(2만6000주)·메타플랫폼스(9000주) 등을 처분하며 증시변동성에 대응했지만 손실은 면치 못했다.
 
올해 3분기 순금융손익을 나타내는 ‘당기손익-공정가치측정금융자산처분손실’은 75억1271만원으로 확정됐다. 누적 기준 당기손익-공정가치측정금융자산처분손실 규모는 176억9925만원으로 1년 전과 비교해 26배가량 늘었다.
 
부동산 업황 악화와 더불어 서희건설의 대여금 관련 부실 우려도 존재한다. 올해 3분기 장단기 대여금 관련 대손충당금은 작년 말 230억에서 439억1716만원(유동 기준)으로 증가하는 등 리스크 관리가 필요해진 까닭이다. 여기에 올해 3분기 연결 재무제표 기준 서희건설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1571억2268만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11.6% 줄었다.
 
한편 주식 투자 등 재무본부는 이봉관 회장의 차녀인 이성희 이사(전무)가 총괄하고 있어 유동성 관리 등 재무건전성 강화와 수익개선 위한 그룹차원의 전략이 나올지도 주목된다. 이 전무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지만 오너 일가인 만큼, 재무 관리에 대한 지속성은 이어질 수 있어서다.
 
신평사 한 관계자는 “서희그룹은 계열사 간 자금거래, 보증 등 재무적 지원을 상호 제공하고 있어 지원규모나 계열사 재무상태가 중요한 모니터링 요소”라며 “분양경기 저하 움직임이 확산될 경우 기존 수주 현장의 사업추진이 지연되거나 운전자본의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어 분양률이나 입주율 등도 살펴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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