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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완 "데뷔 45주년 산울림 생명력은 적응력"
'산울림 LP 리마스터링 프로젝트' 기자간담회
"산울림 원본 다시 들으며 '순수' 가치 깨달아"
2022-10-06 18:38:11 2022-10-07 02:55:40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생명력이라는 것은, 적응력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아시다시피 2008년 우리 막내(김창익)가 세상을 떠나면서 (산울림 음악이) 우리 손을 떠났다고 생각은 하지만, 시대적 변화에는 잘 적응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6일 서울 마포구 '벨로주 망원'에서 열린 '산울림 LP 리마스터링 프로젝트' 관련 기자 간담회. 가수 김창완(68)은 '산울림 음악의 생명력이 존속되는 비결이 무엇인지' 묻는 본보 기자의 질의에 이 같이 답했다. 
 
산울림 음반 전체의 '마스터 릴 테잎(음반을 발표하려고 녹음한 녹음할 당시의 연주가 담긴 릴 테이프 원본)'을 직접 소장하고 있었다는 그는 "예전 산울림 음악들을 다시 들어보니 어린 시절 우리들의 '순수' 같은 가치를 발견하게 됐다"고 했다.
 
"그 속에 고스란히 담긴 젊은 시절의 떨림, 불안 그런 감정들이 다 느껴졌어요. '내가 요즘은 노래를 순 엉터리로 부르고 다니는구나, 순 가짜네, 너무 겉멋만 든 거 아닌가' 싶었어요."(김창완)
 
6일 서울 마포구 벨로주 망원에서 열린 산울림 LP 리마스터링 프로젝트 간담회에서 직접 노래를 부르는 김창완. 사진=뮤직버스
 
데뷔 45주년을 맞은 산울림이 '리마스터링 LP(바이닐)'로 재부활한다.
 
최근 유행하는 LP 재발매용 복각판(CD 디지털음을 LP로 단순 변환)이 아니다. 오리지널 릴 마스터 테이프를 기반으로 한 이번 작업은 원본의 LP판과 똑같은 파형을 그대로 활용했다는 점에서, 기존 단순 재발매식 과정과 판이하게 다르다.
 
함께 프로젝트에 임한 김경진 대중음악평론가 겸 번역가는 "근본부터 다른 재발매"라며 "1977년 등장한 산울림의 음악은 외계에서 떨어진 별똥별 같은 존재였고, 한국 대중음악사의 위대한 유산이었다. 제대로 남겨보고 싶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고 했다.
 
국내 최초의 그래미 레코딩 엔지니어 수상자인 황병준 엔지니어가 디지털 변환과 리마스터를 맡았다. 황병준 엔지니어는 "1973년 발매됐던 핑크 플로이드 '다크 사이드 오브 문'이 이후 릴 마스터 테이프 기반으로 LP 재발매와 리믹스 음반까지 내는 것을 보고 부러웠던 기억이 있다"며 "국내에는 릴 마스터 테이프가 남아 있는 경우가 거의 없어 아주 이례적인 작업이었다"고 돌아봤다. 
 
미국에서 래커 커팅(래커 판에 마스터 음원을 소리골로 새기는 작업)·스탬퍼(LP 생산을 위한 원판) 작업도 거쳤다. 실제로 이날 '내 마음의 주단을 깔고' 같은 곡들을 들어본 결과, 오히려 원본 LP판에서 다소 흐릿하게 뭉개져 있던 소리의 질감들이 명료하게 들렸다.
 
"‘그대는 이미 나’(1978년 3집)의 중간 부분 무그 사운드가 있거든요. 그 소리 자체를 제가 잊고 있었는데 다시 깨닫고 정말 뭉클했던 것이죠. 쥬라기공원의 공룡이 되살아난 기분이었습니다. 그 공룡 피 안에 '산울림의 DNA'가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김창완)
 
김창완은 "처음 제의를 들었을 때 LP 복각판을 내자는 얘기인 줄 알고 고사했었다"고 했다. 굳이 옛 음악을 다시 꺼내는 것이 내키지 않아서였다고. "사라지는 것에 미련 가질 것 없고 세상에 스러지지 않는 것이 있겠냐 하는 인생 철학 때문에요. 하물며 별도 스러지는데요... 그런데 직접 들어보니까 45년 전 제 목소리가 저를 질책하더군요. '사라지는 것은 사라지더라도 소중한 가치는 있는 법이구나.'"
 
6일 서울 마포구 벨로주 망원에서 열린 산울림 LP 리마스터링 프로젝트 간담회에서 직접 노래를 부르는 김창완. 사진=뮤직버스
 
이번 프로젝트를 산울림 전집으로 확장하기로 했다. 1, 2, 3집이 오는 10월 중 발매되고 
전작 17장과 김창완의 솔로 앨범 3장이 순차적으로 LP와 디지털 음원으로 나오게 된다. LP의 경우 장당 2500개 한정으로 찍는다.
 
어쩌면 이번 프로젝트는 UFO를 타고 과거로 날아가, 숨겨져 있던 산울림의 소리 원형을 찾는 과정일지 모른다. 단순히 산울림이라는 의미를 넘어, 한국형 사이키델릭과 록의 역사, 원형을 찾아가는 작업이기도 하다. 
 
"가요사에 남는 족적일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산울림 노래는 이제 더 이상 우리 형제들 것이 아니니까요. 무엇보다 숟가락 두드리는 것 같은 소리로 녹음이 됐던 원본이 이제야 제대로 녹음이 된 것 같아 만족스럽습니다."
 
한국 대중음악시장은 여전히 특정 음악에 대중적 관심이 집중돼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는 지난 27년 간 DJ로서 한국의 다양한 음악을 소개하는 데도 앞장 서왔다. 종묘제례악 같은 국악의 대중화에도 관심이 많다. 
 
"어떤 음악이나 어떤 문화나 타고난 환경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당장의 치유책이나 방책보다는 그야말로 스포트라이트는 아니더라도 작은 빛이라도 받았으면 하는 게 소망이고요. 산울림도 척박한 환경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러나 척박한 환경도 환경입니다. 요즘만큼 좋은 시절은 없다고 생각해요. 시가 안읽히는 시절이지만, 시를 계속 쓰듯. 꿋꿋하게 살아가는 이들에게 갈채를 보냅니다."
 
6일 서울 마포구 벨로주 망원에서 열린 산울림 LP 리마스터링 프로젝트 간담회에 진열된 LP. 사진=뮤직버스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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