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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는 보험금 8293억…보험사 배만 불려
2022-10-07 08:07:18 2022-10-07 08:07:18
[뉴스토마토 허지은 기자] 국내 보험사들이 계약자의 청구권 소멸시효가 완성해 발생한 수천억원대 휴면보험금을 대부분 별도의 계정 관리도 없이 자산운용에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국내 보험사 휴면보험금 잔고 현황'을 분석한 결과 7월말 기준 휴면보험금은 8293억원(144만8182건)에 달했다.
 
업권별로는 생명보험이 6054억원(88만 7651건)으로 전체 휴면보험금의 73.0%를 차지했다. 손해보험은 2239억원(55만8531건)이었다.
 
국내 보험사가 보유하고 있는 천문학적 수준의 휴면보험금은 더욱이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2017년말 4945억원(101만9245건) △2018년말 4827억원(97만2046건) △2019년말 5937억원(128만5403건) △2020년말 6497억원(136만5277건) △2021년말 7279억원(141만 5116건) △2022년 7월말 8293억원(144만 8182건)이다.
 
휴면보험금 중 권리자들이 정상적으로 찾을 수 있는 보험금은 71%인 5900억원에 달했다. 휴면보험 보유 사유별 규모를 보면 △기타(지급 가능 또는 보유사실 미인지건) 5,889억원(118만8128건) △압류계좌(지급 불가능) 2014억원(20만7718건) △지급정지계좌(지급 불가능) 333억원(3만9707건) △기타(지급 불가능, 소송 중 보험금 미확정건 등) 78억원(1만1351건) △공동명의계좌(지급 가능) 9억원(816건) △임원단체명의계좌(지급 가능) 5억원(462건) 순이었다.
 
보험사는 휴면보험금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고 자산운용에 사용하고 있었다. 휴면보험금 중 일부는 보험사가 1년에 1회, 서민금융진흥원에 출연하고 있으나 출연금의 규모는 전체 휴면보험금(8293억원)에 비해 매우 적은 수준인 7.7%(637억원)밖에 되지 않았다. 대부분의 휴면보험금은 별도의 계정을 두고 관리하지 않은 채, 보험사 자산운용에 사용하고 있었다. 여기에서 발생되는 수입이 얼마인지 산출하지도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강민국 의원실이 보험업권 전체에 요청한 '휴면보험금 현금보관, 예금보관, 투자, 이자 수익 현황' 질의에 금감원은 "각 보험사는 휴면보험금 규모를 별도 관리하고 있으나, 해당 금액을 별도로 분리해 운용하지 않아 휴면예금 및 현금 보관현황과 이자수익 내역을 산출할 수 없다"는 의견을 제출했다. 또한 금감원은 보험금청구권 소멸시효(3년)가 지난 휴면보험금의 경우 서민금융진흥원에 출연하고 있을 뿐 별도의 이자를 산출하지 않고 있다고 답변했다.
 
휴면보험금의 73%를 차지하고 있는 생명보험업권별 휴면보험금 잔고 현황을 살펴보면 삼성생명이 1550억원(23만3478건)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한화생명이 794억원(9만2841건), NH농협생명이 610억원(5만6712건)이었다.
 
손해보험업권에서는 삼성화재가 289억원(5만8463건)으로 가장 잔액이 많았다. 다음으로 한화손해보험 285억원(7만6434건), 현대해상 284억원(5만 9448건) 순이었다.
 
강 의원은 "보험사들이 휴면보험금을 별도의 계정으로 관리하지도 않은 채, 여러 경로로 수익을 올리고 있는 실태를 금감원이 철저히 점검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금융위원회는 보험사들이 휴면보험금을 통한 자산운용 시, 이를 별도의 계정을 두어 관리하고, 그 이자를 고객에게 돌려주거나 서민금융진흥원에 전액 출연 시키도록 관련 법·규정 개정을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도 마련을 주문했다.
 
연도별 보험업권 휴면보험금 잔고현황. (자료 = 강민국 의원실)
 
허지은 기자 hj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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