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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웹툰 위상 높은데 표준 시스템 미비…첫 '웹툰법' 추진에 관심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의원, 국내 첫 웹툰법 발의 추진
신규 법 마련 필요성에 공감대…웹툰 창작 근로자 개념 부재 등 지적
전문가들 "기존 만화진흥법으론 한계…웹툰만을 위한 법체계 시급"
2022-09-27 15:54:14 2022-09-27 15:54:50
[뉴스토마토 이선율 기자] 매년 웹툰시장이 급격히 커지며 빠른 성장세를 보였지만 신규 산업에 대한 사회 안전망이 없어 창작자들이 보상 등과 관련해 불합리한 대우를 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가운데 이들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법이 다음달 국회에서 발의될 예정이어서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해 정치권에선 웹툰작가 등 창작자들의 권익 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만화 진흥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을 내는 등의 움직임은 있었다. 하지만 웹툰산업만을 다룬 별도의 제정법을 추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웹툰 창작자들은 신규 웹툰법 추진을 반기는 한편, 변화된 작품 창작 시스템에 맞춰 웹툰 창작 근로자에 대한 개념 재정의부터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네이버웹툰과 카카오웹툰 앱 화면 이미지 캡처.
 
27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웹툰법(가칭)'을 다음달께 국회에 발의한다고 밝혔다. 법안에는 웹툰 창작 노동에 대한 세분화한 보상 체계와 유급 휴재권 개념을 도입하는 한편 메인작가 외에도 보조업무를 맡는 근로자 등에 대한 명시를 해 창작 근로자에 대한 개념을 명확히 세분화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또한 창작 노동자에게 부당하게 위험을 전가하거나 계약 내용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는 관행을 시정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될 예정이다. 이밖에 불법 웹툰 사이트 유통으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한 저작권 보호방안도 담긴다.
  
이진수 카카오엔터 대표이사가 지난 8월12일 오전 서울 마포구 카카오엔터테인먼트 합정오피스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민생우선실천단 빅테크 갑질대책 TF '웹툰 정산정보제공 시연 및 플랫폼·창작자 상생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현재 웹툰 창작자들은 열악한 연재 환경과 건강권 침해부터 불공정 계약, 이중 수수료 배분 등에 이르기까지 문제들이 만연한데 웹툰 생태계의 현실을 반영하는 실태조사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플랫폼·에이전시(CP)를 거쳐 작품을 공급하는 작가들은 CP와 계약 조건에 따라 휴재 등 조건이 다르게 적용되는데 이와 관련해 체계적으로 기준을 잡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웹툰을 만화와 별도로 보는 시각이 중요하다는 게 창작자들의 목소리다. 하신아 웹툰작가노조 사무국장은 "웹툰은 만화와 다른 영역인데 기존 만화의 범주에 놓고 관리를 해 한계가 많다"면서 "웹소설 역시 회차당 판매가 되는 방식으로 웹툰과 비슷한데, 만화진흥법 테두리 안에서는 웹소설 관리도 어렵다"고 말했다.
 
하 국장은 웹툰에 대한 표준 규격을 만드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웹툰 관련 기본 규격을 마련해야 판매량이나 시장규모를 제대로 집계할 수 있는데 현행법에선 웹툰에 대한 개념 정립조차 제대로 돼있지 않은 실정이다. 그는 "ISBN(국제표준도서번호)은 권당으로 책정을 하는데 웹툰은 회당 책정 방식이 구조상 맞다"면서 "ISBN 방식에 따르면 한회당 한권이 되는데 어불성설이고, 시대 변화를 못따르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불어 웹툰 창작 근로자의 개념 정립도 시급한 실정이다. 하 국장은 "웹툰시장이 1조500여억원 규모인데 현재 창작 근로자수는 5000명밖에 안된다고들 한다. 정확한 집계가 아니다"라며 "프리랜서, 계약직 등의 형태 등으로 묻혀있는 근로자가 최소 수만명이 있을텐데 이런 내용들은 통계에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고 문제를 짚었다.
 
전문가들 역시 웹툰 시장에 대한 별도의 법안 정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한다. 기본 법률 체계 안에서는 웹툰 관련 분쟁, 불공정행위가 발견됐을시 해결하는 데 한계가 많다는 이유에서다. 
 
범유경 변호사는 "웹툰에 대해 만화진흥법, 예술인 관련 법률, 저작권법, 공정거래법 등 다양한 법률이 적용되고 있는데 이 중 무엇이 적용될지는 계약 형태나 작가의 역할에 따라 매우 다르다"면서 "현재로서는 애초에 상황마다 적용돼야 할 '기존 법률'이 무엇인지 특정조차 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범 변호사에 따르면 프리랜서 웹툰 작가의 경우 주 60시간에 달하는 과노동에 시달리는 등 플랫폼이나 제작사에 강력하게 종속돼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들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보기에는 독립사업자로서의 특징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기존의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경우처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받을 수 있는지가 애매해질 수 있다. 범 변호사는 "이들에 대해서는 다른 방식의 보호가 필요하고, 보건과 건강의 영역에서 요구되는 보호를 구체화한 것이 휴재권"이라면서 "기존 법률에서는 구체적으로 작가들의 쉴 권리를 규정하고 있지 않으므로 이에 대한 보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송경재 상지대 교양학부 교수 역시 "시장 규모가 1조원이 넘는 만큼 웹툰도 기존 도서출판 산업의 범주가 아닌 새로운 범주에 놓고 봐야한다"면서 "특히 웹툰은 게임처럼 해외에서 대표 K콘텐츠로서 영향력을 넓히는 중이기 때문에 진흥 차원에서 정부가 적극 나서 보호하고 육성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작가, CP사, 플랫폼 등의 복잡한 계약관계에 대한 문제 역시 계속 나타나는 만큼 관련한 법체계 정비도 동시에 해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선율 기자 melod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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