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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굿즈까지 제작…헤비메탈 즐기는 Z세대 관객들
"K팝과는 또 다른 매력…메탈 문화 더 성장하고 대중화되길"
2022-09-26 17:33:33 2022-09-26 17:33:33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메탈음악 매력이요? 심장이 터질 것 같은 그런 거요!"
 
이것은 메탈 전성기를 보낸 '록 아재들'과의 대화가 아니다. 
 
17일 6시 반 무렵, 저녁 서울시 마포구 홍대 인근 공연장 프리즘홀 앞. 스무살도 채 되지 않은 고교 소녀들은 '메탈 음악이 왜 좋냐'는 본보 기자 질의에 1초의 망설임도 없었다.
 
디자인 전공생이라는 두 학생은 "평소 일본의 타라치오, 한국의 다크 미러 오브 트레지디 같은 밴드를 좋아해왔다"며 "주변 친구들 대부분 K팝이나 아이돌 음악을 좋아하지만, 최근에는 메탈 같이 센 음악을 찾는 흐름도 만만치 않게 올라오고 있다. 메탈 문화가 더 성장하고 대중화돼 우리 같은 학생들도 즐길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날 이곳에서는 국내 대표 메탈 음악 공연 중 하나인 '다운폴 페스트(DOWNFALL FEST)'가 열렸다. 2016년 처음 시작해 한국과 해외 헤비메탈 밴드들의 교두보 역할을 해 온 행사다. 7월 서울 문래동에서 열리는 '문래메탈시티'와 함께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국내 메탈문화를 견인하는 양대 지역 공연으로 각광받고 있다. 
 
기획은 다크 미러 오브 트레지디(DARK MIRROR OV TRAGEDY) 멤버들이 직접한다. 징 박은 가죽 재킷에 하얀 얼굴 분장을 한 독특한 분장으로 국내 블랙 메탈신의 주류로 부상 중인 밴드. 사실 이들은 먼저 세계 무대를 중심으로 활동해온 팀이다. 고전적 클래식 음악과 록, 메탈 사운드를 결합한 음악은 영국, 미국, 유럽의 메탈 팬들에게까지 닿고 있다. 국내에선 2019년 2월 말 '한국 대중음악상' 최우수 메탈&하드코어 부문 수상, 지난해 '온스테이지' 출연 등의 활동으로 평단과 대중의 주목을 받았다. 
 
멤버들은 "팬데믹 이후 국내 공연 생태계 자체가 위협받는 현실 속에서 헤비메탈신의 자생문제를 고민해왔다"며 "올해는 해외교류는 둘째 치고 높은 작품성과 예술성, 오랜 활동으로 해외에서도 어느 정도 성과를 올리고 관심을 받지만 비교적 기회가 없어 국내 메탈 팬들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았던 국내 밴드들을 중심으로 무대를 만들어봤다"고 했다.
 
17일 저녁 서울시 마포구 홍대 인근 공연장 프리즘홀에서 열린 '다운폴 페스트(DOWNFALL FEST)' 다크미러오브트레지디의 무대. 사진=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공연 부제를 'FUNDAMENTAL TONE(기음)'으로 정했다. 이들은 "기음을 울려 배음(HAMONIC OVERTONE)을 생성한다는 소리의 법칙을 가장 충실히 따르고 있는 음악이 바로 헤비메탈"이라며 "오늘날 라이브 음악의 기초가 되는 악기들(기타, 드럼, 베이스, 키보드)의 연주 테크닉의 토대가 된, 기음적 존재(헤비메탈)를 돌아보고자 했다"고 기획의도를 밝혔다.
 
최근 몇 년 새 10~20대 메탈 팬들이 몰려 들면서 이날 축제 역시 새로운 분위기를 형성했다. 이날 다크 미러 오브 트레지디가 무대에 오르자, 무대 앞은 이들과 손을 잡고 호흡하려는 젊고 열띤 객석의 에너지로 들끓었다.
 
국내 유일의 '심포닉 블랙 메탈(Symphonic Black Metal)' 밴드를 표방한다는 이들의 현장 음악은 북유럽 바이킹 전사를 맞닥뜨리는 긴장감과 유사한 것이었다. 전자 기타들의 치열한 폭주와 공중을 날카롭게 가르는 절규, 포효. 그러나 관현악과 포크가 빚어내는 아찔하되 장중하고 유려한 멜로디... 무대 위 연단을 일제히 오르내릴 때는 흡사 케이팝 칼군무 동작처럼 일련의 일사불란한 움직임들이 연주를 더 동적으로 느끼게 했다.
 
이날 이들의 공연 뒤 만난 다른 10대 소녀 팬은 "한 해 열리는 메탈 공연들의 스케줄을 기록하며 따라 다니고 굿즈까지 직접 제작한다"고 했다. 다른 20대 여성 팬 역시 "보컬의 스크리밍을 듣다보면 마음 속 응어리를 대신 풀어주는 느낌이 든다"며 "K팝 아이돌 음악에서는 기대하기 힘든 독특한 매력이 있다. 무대 아래 음악가들의 소탈한 모습은 음악 만큼 좋다"고 했다. 
 
다크 미러 오브 트레지디 무대 순서에 앞서 오른 다른 밴드들도 각기 개성이 담긴 무대를 선보였다. 심포닉 파워메탈 밴드인 '이슈타르(ISHTAR)'는 성악에 토대에 둔 여성 보컬을 앞세우고 헨델의 음악을 록과 결합시키는 식으로 색다른 매력의 무대를 선보였다. 프로그레시브메탈 크럭스(CRUX)는 그루브하고 멜로디 라인이 돋보이는 일부 곡들을 무대에 올려 객석과 호흡했다.
 
17일 6시 반 무렵, 저녁 서울시 마포구 홍대 인근 공연장 프리즘홀 앞에서 만난 미국 출신의 관객 제로드 스미스백 씨가 크럭스의 CD를 들어보였다. 사진=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이날 객석에서는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도 만날 수 있었다. 미국 출신의 관객 제로드 스미스백 씨는 이날 무대가 끝나자 이슈타르, 크럭스, 다크오브미러트레지디 세 팀의 CD를 사서 주머니 속에 넣었다. "스웨덴 메탈밴드 '바소리(Bathory)', 캐나다 브루털 데스 메탈 밴드 '크립탑시(Crytopsy)', 미국 스래쉬메탈 밴드 '슬레이어(Slayer)'를 필두로 메탈 LP만 1500장 정도 보유하고 있다"는 그는 "다크미러 오브 트레지디'는 영국 크래들오브필스(cradle of filth) 같다. 거리에서 흘러나오는 이미 세계적인 K팝과 비교해 한국의 메탈 음악은 덜 알려진 것이 아쉽지만 기술적으로는 이미 세계 수준"이라며 엄지를 치켜들었다.
 
다크 미러 오브 트레지디는 올해 하반기 유럽 6개국 12개 도시를 도는 투어를 계획 중이다. 미국 유명 헤비메탈 밴드 슬립낫이 헤드라이너로 서는 '해머소닉(인도네시아)'를 비롯해 플래시갓아포칼립스(이탈리아), 옴니엄더개더럼(핀란드) 등에 출연한다. 
 
10~20대 중심의 메탈 문화 전성기가 다시 올까. 한국 메탈 음악 시장에도 미약하지만, 훈풍이 서서히 불고 있다.
 
※이 기사는 서울문화재단에서 진행하는 '2022 인디음악 생태계 활성화 사업: 서울라이브' 공연 평가에 게재된 글입니다.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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