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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쉬면서 일할까…호텔에 사는 '워케이션' 뜬다
서울 한복판 용산 '드래곤시티' 가보니…취사·세탁·사무공간 마련
장기투숙 생활편의시설…'편리함'에 끌려 평균 32일·200만원 지출
2022-09-25 09:00:00 2022-09-27 16:05:31
 
[뉴스토마토 김하늬 기자] 일에 지쳐 온전하게 쉬던 호캉스(Hotel+Vacance, 호텔에서 즐기는 휴가)도 옛말이다. 요즘 MZ세대는 쉬면서 일한다.
 
제주도 등 대표적인 휴가지가 아니어도 집을 벗어나 가까운 호텔에 장기 투숙하며 워케이션(Work+Vacation, 기존의 사무실을 벗어나 일을 하면서 휴가도 즐기는 새로운 문화)을 즐기는 것이다. 사우나와 수영장, 피트니스센터 등 호텔이 가진 다양한 인프라를 이용하면서도 룸 청소, 세탁 등 고객 맞춤 서비스 이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장기 투숙 상품이 2030 세대뿐 아니라 전 세대를 사로잡은 것.
 
호텔에서 일하면 어떨까. 서울 한복판. 용산역 3번출구와 연결돼있는 서울드래곤시티는 럭셔리부터 이코노미까지 4개의 브랜드 호텔이 모여있다. 총 1700개 개실 규모를 가진 이곳은 가족 단위 투숙객과 장기 투숙객에 최적화된 레지던스형 호텔이다. 
 
서울 용산 드래곤시티의 그랜드 머큐어 디럭스 스위트 내부에 위치한 사무용 공간. (사진=뉴스토마토)
 
4개의 호텔중 전체 투숙객의 절반 가까이가 장기고객이라는 그랜드 머큐어를 지난 23일 찾았다. 숙소 내부에 가장 눈에띄는 곳은 '사무용 공간'이다. 노트북을 펴놓고 집중하기 좋은 조도의 조명과 스탠드가 반겼다. 작은 서재를 연상케했다.
 
부엌을 살폈다. 객실에는 냉장고, 인덕션, 전자레인지, 식기세척기, 식탁, 세탁기 등이 구비돼 있다. 세탁세제와 설거지용품, 각종 컵과 그릇, 커피머신, 조리도구 등도 하나씩 자리를 차지했다. 
 
호텔 지배인은 "인테리어 공사 등의 이유로 가족단위 장기투숙하는 고객이 많고, 최소 한달이상 지방에서 올라와 업무를 보거나 출퇴근 시간을 줄이기 위해 서울 중심에서 일하려는 등 다양한 이유로 호텔에 머물고 있다"며 "기간에 따라 가격과 조건이 상이하지만 대부분의 숙박권이 주차, 조식, 객실 청소, 세탁 서비스, 피트니스 센터 등 부대시설 이용권 등을 포함하는 만큼 수요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그랜드 머큐어의 경우 작년에만 전체 투숙객의 40%가 장기고객이다. 올해는 지난 6월기준으로 전년대비 장기투숙객이 70%나 증가했다. 이는 이곳 호텔뿐 아니다. 호텔 롱스테이 플랫폼 '호텔에삶'에 따르면 올 1월부터 7월까지 호텔에삶을 통한 롱스테이거래액은 1년 전보다 247% 증가했다. 
 
이 호텔의 장점은 애견동반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엘리베이터 한 개는 애견동반으로 지정돼있으며 배변 쓰레기통이 설치된 산책로, 애견동반 식당 등 호텔에서 애견과 함께살기가 가능하다. 피트니스센터, 골프연습장, 수영장, 사우나, 스크린야구장, 스크린골프장 등 부대시설을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점도 혜택이다. 
 
4개의 호텔이 모여있는 만큼 고급형 객실 뿐 아니라 합리적인 가격으로 장기거주도 가능하다. 객실에 부엌 공간이 따로 마련돼있지 않지만 노보텔 스위트·노보텔·이비스 스타일 장기투숙객이라면 누구나 24시간 이용할 수 있는 생활편의시설 '두두 라운지'가 있기 때문이다.
 
이비스 스타일 8층에 자리한 두두 라운지는 주방 도구 뿐 아니라 기본적인 취사가 가능한 공유주방, 세탁기와 건조기를 이용할 수 있는 세탁실이 마련돼 있다. 
 
프라이빗하게 식사할 수 있는 공간 뿐 아니라 함께 즐기수 있는 대형 테이블까지 고객 니즈를 맞췄고, 120인치 대형 스크린으로 영화를 즐길 수 있는 시네빔, 쾌적한 휴게 라운지 등이 구비됐다. 또 개인 짐을 보관할 수 있는 ‘두두 큐브’ 공간이 있다. 
 
이처럼 호텔에서 일하는 장기투숙 삶의 수요가 늘어난 데는 코로나19이후 재택근무가 확산된 여파가 크다. 호텔업계는 이러한 트렌드에 맞춰 3성급부터 5성급까지 다양한 장기투숙 상품을 출시했다. 그간 침체국면을 맞았던 호텔업계가 내국인 대상으로 장기투숙 및 워케이션 상품을 출시하는 다양한 시도가 이뤄진 셈이다. 
 
전월세가격이 크게 오른점도 영향을 끼쳤다. 보증금 부담이 없는 호텔에서 사생활 보호 뿐 아니라 주기적인 침구 세탁 및 배달음식 뒤처리 등의 청소까지 ‘편리함’에 끌리는 것이다. 플랫폼 '호텔에삶'에 따르면 1박당 3만원대부터 다양한 조건의 장기숙박 상품이 마련돼있는데 이용객 1인당 평균 숙박일 수는 32일, 평균 200만원을 상품에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하늬 기자 hani487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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