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99℃에서는 물이 끓지 않는다. 100℃까지 가기에 지금 상황은 조금 부족하다."
인공지능(AI) 반도체칩 설계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박성현 리벨리온 대표는 22일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제10차 디지털 국정과제 현장 간담회'에서 한국이 AI 분야에서 앞서나가기 위해서는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며 이 같이 말했다.
박 대표는 AI 관련 기업과 인력을 육성하려는 정부의 노력에 감사의 뜻을 표하면서도 현장에서 느낀 아쉬운 점을 가감없이 털어놨다. 현재의 방식으로는 엔비디아 같은 세계적인 AI 기업이 나오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박 대표는 "기업이 일정 규모 이상이 되면 정부의 과제를 수행하기 어려워진다"며 "여러 과제들을 뭉쳐서 하나의 과제 규모를 키우는 등의 대안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학계의 평가 기준도 논문 개수가 아닌 논문의 피인용 건수 등 질적인 측면을 봐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이대로라면 보급형 AI 기업만 여러개 생기는 것에 그칠 것"이라며 "하나의 엔비디아가 필요하다면 평가 시스템 등이 수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투자와 관련해서도 박 대표는 "퀄리티가 좋은 AI를 만들려면 좋은 인프라가 갖춰져야 한다"며 "데이터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박윤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2차관이 22일 서울 종로구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대회의실에서 '최고 수준의 인공지능 기술력 확보 방안' 주제로 열린 '제10차 디지털 국정과제 현장 간담회' 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최고 수준의 AI 기술력 확보 방안'을 주제로 진행된 이날의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은 인력 양성과 규제 완화라는 공통된 목소리를 냈다.
먼저 인재 육성과 관련해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이성환 고려대 교수는 최근 일본의 교수를 만난 경험을 공유하며 "일본의 AI 기술이 한국보다 못한 이유는 관이 도와주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그는 "훌륭한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정부도 많이 도움을 줬고, 기업들도 열악한 환경에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향후에도 정부가 긴 호흡으로 지원을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인력 양성은 몇 년 바짝해서 될 것이 아닌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런 안목으로 투자를 해주면 세계적인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란 시각이다.
인력 양성과 관련한 규제를 완화해달라는 주문도 이어졌다. 배순민 KT AI2XL 소장은 "국내 대학들과 추진 중인 계약학과 면접을 보다보면 학생들이 매우 강한 의지를 갖고 지원을 한다"며 "인원 제한 등으로 학과를 만들 수 없는 경우가 더러 있어 아쉬움이 크다"고 언급했다. 그는 또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해외 기업들, 인력들을 유치해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도 제안했다.
이에 박 차관은 "최근 영국을 다녀와 놀란 것은 런던을 인재의 메카로 만들기 위해 정주여권 등의 특별 대책을 만들어 시행하려 한다는 것"이라며 "우리도 이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어 법무부와 비자 개선 등의 문제를 반영하자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규제 완화에 대해서는 기업의 사업 리스크를 줄여달라는 요청도 있었다. 성낙호 네이버 클로바CIC 책임리더는 "과거 인터넷이 갑자기 성장을 한 것처럼 AI도 플랫폼으로서 갑자기 클 수 있는 상황이 됐다"며 "자사의 기술을 바탕으로 플랫폼화의 계획도 있지만 자칫 회사에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어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다른 나라들과 다른 규제들이 뭐가 있는지를 파악해주길 바란다"며 "AI를 모르더라도 활용이 가능한 플랫폼으로 발전할 수 있는 정책을 짜준다면 고민하는 내용들이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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