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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위 이후'도 문제…이준석 반발에 전대 시기 놓고도 신경전
이준석 가처분신청 임박…13일 기자회견 열고 전면전 선포 예정
'전당대회 언제?'로 신경전 가열…김기현 "9월 중" 대 주호영 "내년 초"
2022-08-08 17:25:48 2022-08-08 17:25:48
[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출범이 초읽기인 상황에서, 당 안팎에선 '비대위 이후'가 더 문제가 될 걸로 우려한다. 비대위 출범과 함께 당대표 직에서 자동 해임되는 이준석 대표는 효력정지 가처분신청 등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이 대표를 지지하는 당원모임 등도 대토론회와 집단소송, 탄원서 제출 등을 통한 결사항전에 돌입했다. 비대위가 조기 전당대회를 위한 징검다리가 될 것으로 관측되면서 전당대회 날짜를 놓고 당권주자들의 신경전도 치열해졌다.
 
국민의힘은 9일 오전 전국위원회를 열고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도 비대위원장을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당헌 개정안 찬반 투표를 진행한 후 가결되면 곧바로 비대위원장을 선임, 비대위 출범을 공식화한다는 방침이다. 당헌 개정안은 지난 5일 상임전국위에서 참석자 40명 중 26명이 찬성, 전국위 안건으로 올려졌기 때문에 전국위에서도 가결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비대위원장엔 5선의 주호영 의원이 유력하다.
 
앞서 지난 1일 국민의힘은 의원총회를 열고 당의 현재 상황을 '비상상황'으로 규정, 비대위 전환을 서둘렀다. 비대위는 그로부터 열흘도 안 돼 일사천리로 출범하게 됐다. 하지만 비대위가 꾸려진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풀리는 건 아니다. 오히려 비대위가 새로운 갈등만 유발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무엇보다 비대위에 대한 이 대표와 지지자들의 반발이 거세다. 우선 이 대표는 비대위를 무력화하기 위해 가처분신청을 법원에 제출하고 오는 13일 기자회견을 통해 절차적 하자 등 부당함을 호소할 계획이다. 이 대표는 상임전국위 직후에도 "비대위원장을 임명하는 즉시 가처분신청을 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현직 당대표가 소속 정당을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선다는 정치적 부담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가 직접 행동에 나서기로 한 건 전면전을 불사하겠다는 의지다. 이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내부 총질 당대표"로 지목된 이후 사실상 윤 대통령과 '윤핵관'(윤석열 핵심관계자)을 상대로 전쟁에 돌입했다. 이 대표는 자신을 향한 윤 대통령의 발언을 "한심한 인식"으로 받아친 데 이어 윤핵관 장제원 의원을 겨냥해선 "2017년 대선에서 3명의 후보를 밀었던 삼성가노(三姓家奴) 아니냐"고 조롱했다. 이 대표 측 인사인 김용태 최고위원은 8일 오전 MBC 라디오에서 "이제는 정말 비상상황"이며 "이 대표는 (가처분신청을)낼 것 같다"고 강경 기류를 전하기도 했다. 
 
7월27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국가안보문란 실태조사 태스크포스(TF) 4차회의에서 한기호 위원장(당 사무총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 대표를 지지하는 모임 '국민의힘 바로세우기'(국바세)도 이날 여의도에서 대토론회를 열고 비대위 전환을 "무너진 정당 민주주의"로 규정, 절차적 하자를 지적했다. 모임을 이끄는 신인규 전 국민의힘 상근부대변인은 "국민의힘 당헌·당규 어디에도 중앙윤리위원회·전국위원회에서 당대표를 해임할 권한은 없다"고 강조했다. 국바세는 비대위에 반대하는 1000명을 모아 가처분신청 집단소송과 탄원서 제출도 추진할 방침이다. 이 대표 측 인사인 정미경 최고위원과 한기호 사무총장 등이 당직에서 사퇴, "이제 더는 거대한 흐름을 피할 수 없다"고 사실상 비대위 전환에 굴복했지만 김용태 최고위원은 홀로 지도부에 남아 고군분투 중이다. 다만 정 최고위원은 "옳고 그름을 말하는 것조차, 동지들이 서로 원색적 비난을 쏟고 분열하는 것도 고통스럽다"며 내분을 안타까워했다. 
 
비대위가 조기 전당대회로 가는 징검다리가 될 걸로 예상되면서 전당대회 시기를 놓고도 갈등이 재연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국민의힘은 비대위 출범만 서두른 탓에 비대위의 존속기간 등에 관해선 미처 합의를 끝내지 못했다.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비대위 기간이 미정인 것은 이 대표의 법적 대응 여파도 작용했다. 법원에서 가처분신청이 인용되느냐에 따라 비대위가 중도에 엎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 탓이다.
 
이러다 보니 당에선 전당대회를 국정감사 전인 9월에 하느냐, 정기국회 일정을 마친 내년 초에 하느냐를 놓고 의견이 엇갈린다. 당권주자인 김기현·안철수 의원을 비롯해 친윤계(친윤석열)에서는 하루빨리 새 지도부를 선출, 더 이상의 혼선을 막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 의원은 지난 2일에도 페이스북을 통해 "혼돈으로부터의 빠른 탈출이 절실하다"며 "국민께 속죄하는 마음으로 하루빨리 질서 있는 회복을 통해 당을 정상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최대 경쟁자인 안 의원이 당내 세력을 규합하기 전에 서둘러 전당대회를 하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 9월 전당대회를 강력하게 밀고 있다는 후문이다. 
 
반면 비대위원장이 유력한 주호영 의원과 당내 비주류는 내년 초 전당대회 개최에 힘을 싣고 있다. 물리적으로 국감도 하랴, 당 내홍을 수습하랴, 이 대표에도 대응하랴, 전당대회를 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주 의원은 "2~3개월짜리 비대위원장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까지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 의원이 전당대회를 늦추자는 속내엔 비대위 출범 이후 성과를 내 존재감을 부각하고 정치적 입지를 키우려는 목적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8일 신인규 전 국민의힘 상근부대변인이 여의도 한 카페에서 '국민의힘 바로세우기'(국바세) 주최 토론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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