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국내 근로자가 2800만명인데 이 중 개발자는 0.5% 밖에 되지 않는다. 100명을 모아두면 개발자가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정부가 추진하는 디지털 인재 100만 육성을 달성해도 이 비율은 고작 3%에 이른다"
개발자 전문 양성 기업 대표가 지적한 국내 디지털 인력의 현 주소다. 윤석열 정부가 100만 디지털 인재를 키우겠다고 공언했지만 여전히 현실과 이상의 괴리는 크다. 기업들은 부족한 인력을 직접 교육하는 자구책을 택했다. 이 같은 상황을 벗어나고자 정부는 기업, 대학과 적극 협력해 디지털 인재 육성의 골든 타임을 놓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7일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제3차 디지털 국정과제 연속 현장 간담회'를 개최했다. '디지털 인재양성을 위한 민·관 협력 활성화'를 주제로 진행된 이번 간담회는 이달 말 관계 부처 합동으로 발표되는 '디지털 혁신인재 양성 방안'의 사전 의견 수렴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7일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제3차 디지털 국정과제 연속 현장 간담회에서 박윤규 과기정통부 제2차관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과기정통부)
이날 간담회에서는 LG, 삼성, 네이버, 카카오, SK텔레콤, KT 등 국내 대표 IT 기업들이 자사의 디지털 인재 육성 현황을 공유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직원들의 디지털 전환을 돕는 자체 교육 프로그램과 대학생 등 구직자들의 소프트웨어(SW) 역량을 키우는 외부 연계 교육 프로그램을 실행하고 있었다. 인공지능(AI)을 비롯한 IT 인력들에 대한 수요는 급격히 커지고 있는 데 반해 외부 인력 수급 만으로는 대응이 어려워진 데 따른 고육지책인 셈이다.
대표적으로 LG그룹은 사내에 AI 대학원을 운영하고 있다. 교육부 등의 정식 인가를 받은 코스는 아니지만 해당 프로그램을 이수하면 외부 기관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은 것과 동등한 대우를 해주고 있다. 현재 사내 연구원들을 중심으로 교수진이 구성돼 있으며 이를 점차 확대해 전문 대학원으로 키울 계획도 있다.
대학생들을 대상으로는 최근 LG AIMERS 과정을 오픈했다. 4000명 규모로 운영되는 이 프로그램은 이론과 실습을 병행한다. 실제 현장에서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이수하면 인증서가 발급되고 채용으로 연결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된다.
이 밖에 청소년을 대상으로 AI 지니어스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으며 과기정통부와 함께 'AI 대학원 챌린지'를 시행하고 있기도 하다.
이미 기업들이 디지털 인재 육성을 위한 활발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는 만큼 이들은 정부에 기업들의 행보를 지지하고 지원을 확대해 줄 것을 요청했다. 교육을 담당할 교수진과 인프라 등의 지원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은 "기업들이 소프트웨어 인재 육성에 직접 나서는 것은 쉽지 않은 투자를 하고 있는 것"이라며 "지속적으로 베네핏을 제공하면서 투자가 멈추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금의 상황을 오히려 기회로 생각하고 기업과 대학이 힘을 합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기업들이 재교육을 통해 인재를 육성해나갈 수 있도록 꾸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조규찬 네이버커넥트재단 이사장은 "교육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강사들이 많이 부족하다는 것"이라며 "디지털 교육 관련 스타트업을 비롯해 인재들을 양성하는 기관들이 많아질 수 있도록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고등교육을 담당하는 대학들도 이와 비슷한 시각을 공유했다. SW중심대학 사업단장인 이상환 국민대 교수는 "업계에서의 IT 인력 연봉이 높아지다보니 교원 모집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기업체의 현장 인력들을 겸임 교수로 활용할 수 있도록 참여 기업들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의 혜택을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들은 인재 육성에 직접 나서는 기업들에 보조를 맞춰 대학에서도 관련 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기했다. 한국컴퓨터교육학회장을 맡고 있는 김한일 제주대학교 교수는 "중고등학교의 디지털 관련 수업 시수를 늘리는 등 공교육에서부터 디지털 인재를 키우겠다는 철학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AI대학원협의회장을 겸임하고 있는 이성환 고려대 인공지능대학원장은 "석박사 인력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학부생 육성이 강화돼야 한다"며 "디지털 관련 학과에 한정해서라도 수도권 대학의 정원 확대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현장의 소리를 적극 정책에 반영하겠다고 약속했다. 박윤규 과기정통부 제2차관은 "디지털 인재와 관련해 대학, 기업, 정부가 다 같이 고민하고 많은 부분들을 실행하고 있다"며 "정부의 지원이 필요한 부분의 의견을 주면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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