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적 산식 적용에 8년 만에 최저임금 법정 기한 준수
공익위원들 초반부터 '법정 심의기한' 강조
기계적 산식 적용으로 속전속결 9620원 산출
사회적 대화 성격 최임위 스스로 퇴색시켜
내달 5일 발표 예정 '6% 물가' 의식 지적도
입력 : 2022-06-30 16:56:03 수정 : 2022-06-30 16:56:03
[뉴스토마토 용윤신 기자] "예측 가능하고 하나의 결정의 기준이 될 수 있는 산식들을 마련해 보자는 것이 작년, 올해 공익위원들이 가졌던 기본적인 문제의식이었다. (심의) 기간을 지키는 것이 제도의 불확실성을 방지하고 합리성을 높이는 데 굉장히 중요한 선례가 된다는 생각을 강하게 했다."
 
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을 필두로한 공익위원들이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 과정에서 법정 심의기한을 밀어붙이면서 최임위는 2014년 이후 8년만에 심의기한을 지켰다. 하지만 최초요구안 제시 이후 일주일, 노사가 수정안을 제시하고는 하루 만에 최저임금이 결정되면서 충분한 사회적 논의가 이뤄졌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특히 지난해에 이어 공익위원측이 근거로 제시한 '산식'의 기계적 적용이 도마에 올랐다. 
 
최저임금위원회는 2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제8차 전원회의'에서는 내년도 최저임금을 9620원으로 의결해 법정 심의기한을 지켰다. 2014년 최임위 이후 8년 만이다.
 
결정은 지난 23일 노사가 공식적으로 최초요구안을 제출한 뒤 불과 일주일 만에 이뤄졌다. 공익위원측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최저임금 '산식'을 기계적으로 적용하면서 논의를 속전속결로 진행했기 때문이다.
 
산식은 정부·한국은행·한국개발연구원(KDI)의 경제전망 평균을 이용해 계산했다. 올해 경제성장률 2.7%와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 4.5%를 더하고 취업자 증가율 2.2%를 빼서 구했다. 계산하면 5.0%가 도출된다.
 
사실상 노사가 개진한 의견보다 최저임금의 근거 마련에 집중하면서 최임위의 사회적 대화 성격이 퇴색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관성적으로 법적 심의 기한을 어겨온 상황은 개선돼야 하지만 심도있는 논의가 이뤄졌는지 여부는 별도의 평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공익위원측은 "최저임금이 평년 대비 빠르게 결정됐으나 회차 상 지난해(9회)와 유사한 8회 수준이라며 '충분한 논의가 진행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올해 최임위의 경우 업종별 차등적용 논의에 시간을 많이 할애해 정작 최저임금 수준에 대한 논의는 단 세 차례에 그쳤다.
 
한 노동계 관계자는 "최저임금이 결정되면 왜 그런 숫자가 결정됐냐, 객관적이지 않다고 하니까 산식을 적용하기 시작한 것 같다"며 "그런데 숫자를 맞춰서 할 거면 정부가 알아서 하면된다는 얘기가 나오는 딜레마적 상황에 놓인 것 같다"고 말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2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제8차 전원회의'에서는 내년도 최저임금을 9620원으로 의결해 법정 심의기한을 지켰다. 2014년 최임위 이후 8년 만이다. 사진은 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 (사진=뉴시스)
 
아울러 10년 만의 고물가에 압박을 받은 공익위원들이 논의를 서둘렀다는 지적도 나온다. 물가 상승압력은 점점 높아져 당장 내달 5일 통계청이 발표하는 6월 소비자물가는 6%대가 점쳐지고 있다. 앞선 최임위처럼 7월 중순에 최저임금을 결정할 경우 6% 물가가 가시화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3.2% 인상률을 기록한 뒤 반년 만에 4%대로 올라섰다. 5월 물가는 5.4%를 기록했다. 정부는 지난 16일 발표한 새정부 경제정책방향에서 올해 물가전망치를 4.7%로 2.5%포인트 올려잡았다. 각 기관들도 수정전망치를 발표하면서 우리나라 물가가 더욱 오를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여기에 문재인 정부 당시 임명된 공익위원들이 윤석열 정부 최저임금 심의에 부담을 느낀 것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박준식 위원장 등 8인의 공익위원은 문 정부 중반인 2018년 위촉됐다. 1년 연임되면서 임기는 내년 5월까지이지만 최저임금 심의에 참여하는 것은 사실상 올해가 마지막이다.
 
한 근로자위원은 "올해 최저임금이 유난히 빨리 결정된 데는 매월 오르는 물가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 당시 임명된 공익위원들이 최저임금 심의에 부담을 느낀 것도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460원 오른 9620원, 월급 환산시 208만580원이다. 인상률로 따지면 5.0%로 윤석열 정부 첫해 최저임금 인상률은 이명박(6.1%)·박근혜(7.2%) 정부 첫 최저임금보다도 낮다.
 
세종=용윤신 기자 yony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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