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송'한 세상②)취업도 안 되고 돈도 못벌어…"문과 괜히 왔다"
대기업, 상반기 공채 10명 중 6명 이공계서 선발
반도체·모빌리티 등 채용연계형 학과도 이공계만
"공무원만이 살 길"…시험 몰려 또다른 문제 양산
입력 : 2022-06-27 06:00:00 수정 : 2022-06-27 06:00:00
[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수학만 잘했어도 인문계를 선택하지 않았을 거에요. 차라리 전문대에 갔으면 취업이라도 빨리 했을 텐데요."
 
서울시 소재 4년제 대학 신문방송학과에 재학 중인 최모씨(여·22)는 26일 "이공계와 인문계를 함께 봤을 때 이공계열 친구들의 취업이 더 쉬워 보이는 게 사실"이라며 취업 시장에서 인문계의 이점이 전혀 없다고 토로했다. 최씨는 인문·사회학과 출신 학생의 초봉도 일반적으로 이공계보다 낮기 때문에 여러모로 진학한 과가 만족스럽지 않다고 말했다.
 
수도권 이공계 학과를 다니다 서울 소재 대학 편입을 위해 문과로 전과한 A씨(남·27)도 자신의 선택에 대해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A씨는 "서울 소재 대학을 나오는 게 취업이 쉬울 것 같아 문과로 편입했는데 실제로 해보니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며 "이공계 출신 학생은 IT던 반도체던 한 분야의 전문가라는 인식이 있는데 문과는 그렇지 않아서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A씨는 문과에서 그나마 전문성을 살릴 수 있고, 연봉도 높은 직업을 갖기 위해 세무사 시험을 준비 중이다.
 
실제 취업 시장에서 문과 학생들의 인기는 높지 않은 편이다. 지난 3월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매출액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2022년 상반기 신규채용 계획'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올 상반기 대졸 신규채용 계획 인원 10명 가운데 6명은 이공계 졸업자였다. 구체적으로 이공계 비중이 61%, 인문계열은 36.7%, 의약·예체능 등 기타 전공계열은 2.3% 순이었다.
 
지난 15일 오후 서울 서부 고용복지플러스센터. (사진=뉴시스)
 
기업들이 대졸 취업자에 희망하는 전공과 일반대학 졸업자의 전공 비중과 비교하면 불균형은 더욱 심각하다. 지난해 4년제 일반 대학 졸업자 가운데 인문계열은 43.5%였지만 이공계열은 37.7%에 그쳤기 때문이다. 인문계열 졸업생이 더욱 많은데 기업에선 이공계 졸업자를 더욱 선호하는 셈이다.
 
졸업 후 채용을 보장하는 채용조건형 계약학과도 이과에 쏠려있다. 최근에도 반도체나 모빌리티 관련 계약학과만 신설됐을 뿐 인문·사회계열에서는 소식이 없다.
 
이처럼 문과생의 취업 문턱이 계속해서 높아지자 상위권 수험생들의 경우 적성과 관계없이 이과를 선호하는 경향이 더 뚜렷해지고 있다.
 
종로학원이 이달 전국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와 상위권 일반고 52곳 학교 3학년 문·이과 현황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총 564개 학급 가운데 68.6%에 이르는 387곳이 이과반이었다. 문과반은 177개 학급(31.4%)에 그쳤다. 이과반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과학탐구를, 문과반은 사회탐구를 선택한 학생이 모인 반이다. 2015학년도 수능 때는 이들 학교에서 문과가 46.3%, 이과가 53.7%로 거의 반반이었는데, 8년 만에 이과 쏠림이 더욱 심화한 것이다.
 
상위권 학생이 아니더라도 이과를 선호하는 추세다. 최근 8년 동안 수능 응시생들의 문·이과 선택 추이를 보면 이과 선택 학생들은 2015학년도 40.9%, 2018학년도 47.8%, 2022학년도 48.9%로 늘었다. 반면 문과는 꾸준히 하락세다.
 
대학에서 사회계열 전공을 한 취업 준비생 김모씨(여·29)는 "취업이 쉽지 않으니 문과 학생들이 공무원 시험으로만 쏠리는 것 같다"며 "학창시절로 다시 돌아가면 수학을 열심히 해 이공계 학과를 전공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래픽/구선정 디자이너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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