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송'한 세상①)이과생들이 몰려온다…올해 수능도 '문과 침공'
서울 주요대 문과 정시 합격자, 이과생이 '절반'
통합수능 도입 후 교차지원 문과생만 어려워
입력 : 2022-06-27 00:00:00 수정 : 2022-06-27 00:00:00
[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인문·사회계열이 고사위기로 내몰렸다. 통합수능 여파로 이과생들이 입시에서 유리해지고 졸업 후 취업난도 더욱 심해 문과생들은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다. 수년 전부터 퍼졌던 '문송'(문과라서 죄송하다)하다는 말이 우스갯소리가 아닌 자조로 바뀐 지 오래다. 이 가운데 정부가 과학기술 개발 만을 강하게 외치면서 수험생들은 적성에 맞지 않아도 이과를 선택하는 형국에 이르렀다. 정부는 인문계열을 살리기 위한 정책을 추진하고는 있지만 이미 꺾여버린 날개가 다시 펴지기는 쉽지 않다는 관측이다(편집자주). 
 
통합수능 영향으로 2023학년도 입시에서도 이과생의 문과 침공이 계속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문과의 경우 가뜩이나 이과보다 취업 경쟁이 심한데, 입시에서까지 두 번 울게 됐다는 지적이다.
 
26일 입시업계에 따르면 2022학년도 입시에서 이과생들은 높은 수학 점수를 발판삼아 주요 대학 인문계열에 대거 합격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를테면 연세·고려대 이공계열에 갈 수 있는 성적을 받은 이과생이 서울대 문과에 교차지원해 입학한 것이다. 이 때문에 문과생들은 자기 성적보다 눈높이를 낮춰 대학에 입학하는 설움을 겪어야 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정경희 의원실에 따르면 올해 서울대 정시모집에서 인문·사회계열 최초합격자 중 이과생은 44%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종로학원이 경희대 정시 일반전형 인문·사회계열 최종 합격자 776명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10명 중 6명(60.3%)이 미적분 등을 선택한 이과생이었다.
 
오종운 종로학원 평가이사는 "고려대, 연세대, 서강대, 한양대, 중앙대 등 주요 대학이 구체적 수학 선택과목별 입시 통계 자료를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인문·사회계열 모집단위의 정시 합격자 중 이과생이 대체로 50~60% 정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26일 입시업계에 따르면 통합수능 등의 영향으로 2023학년도 입시에서도 이과생의 문과 침공이 계속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사진은 자료사진. (사진=뉴시스)
 
이런 '문과 침공'의 주요 원인은 통합수능의 여파로 보인다. 통합수능은 문·이과 구분 없이 시험을 치르는 방식을 말한다. 국어와 수학의 경우 공통 문항에선 문·이과가 함께 경쟁하고 선택과목 중 하나를 골라 응시하는 방식이다.
 
문과생을 특히 울게 한 과목은 수학이다. 수학의 경우 문과 학생은 주로 확률과 통계, 이과 학생은 미적분이나 기하를 선택하는 경향이 있는데, 대학의 이과 학과에서 미적분이나 기하 과목의 성적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 문과 학생은 교차지원이 거의 불가능하다. 반면 이과는 교차지원이 상대적으로 쉬운 편이다.
 
특히 미적분이나 기하 과목이 확률과 통계보다 공부량도 많고 어려워 이과생은 표준점수에서 유리하다. 이 때문에 교차지원 시 대학 상향도 가능하다. 표준점수는 100점을 기준으로 한 내 점수의 상대적인 위치로, 평균보다 잘한 경우 100점보다 높은 점수가 나오는 식이다. 미적분이나 기하 과목은 평균점수가 다른 과목보다 낮은 편이기 때문에 확률과 통계와 같은 점수를 받았더라도 통상 표준점수가 높게 나온다. 이로 인해 수학 과목에서 높은 표준점수가 나온 이과생들이 명문대 문과에 상향 지원할 수 있는 것이다.
 
이과의 문과 침공이 현실화하자 입시 전문가들은 최상위권 문과생이 불리한 점을 최소화하기 위해 확률과 통계 대신 미적분을 볼 수 있다는 관측도 한다. 다만 상위권 학생이 빠져나가면서 확률과 통계, 미적분·기하의 표준점수 차이는 더 벌어져 문과 중·하위권 학생들의 피해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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