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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 빠진 독? 물 계속 부으면 된다"…구인난에 대처하는 스타트업의 자세
과기정통부, AI·데이터 기업과 끝장토론…현장 소통 행보 강화
정부사업·인력난·해외진출 등 애로사항 털어놔…"정책 적극 반영할 것"
2022-06-23 16:29:25 2022-06-23 16:29:25
[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흔히 개발자 구인난에 대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고 하는데요, 물이 빠지는 속도보다 더 빨리 물을 계속 부으면 됩니다. 오히려 우리 회사에서 2~3년만 버티면 대기업으로 갈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어요."
 
개발자 인력 부족 현상을 바라보는 한 인공지능(AI) 중소기업 대표의 시각이다. 개발자 인력풀이 한정적이고 연봉을 많이 주는 대기업을 선호하는 현실은 바뀌지 않으니 이를 대하는 자신의 태도를 바꿨다는 '웃픈' 이야기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3일 서울 강남구 마블러스 사옥에서 '인공지능·데이터 전문기업 간담회'를 개최했다. (사진=과기정통부)
 
23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도로 열린 '인공지능·데이터 전문기업 간담회'에 참석한 기업 관계자들은 직접 체감하는 구인난은 생각보다 더 크다고 입을 모으며 정부의 실질적 지원을 요청했다. 
 
특히 병역특례 제도를 현실에 맞게 보완해 달라는 목소리가 높았다. 그나마 중소기업·스타트업의 인력 공백을 해소할 수 있는 것이 병특 제도인데, 재택근무 확대 등 최근의 업무 트렌드와 맞지 않는 부분이 있어서 실효성이 다소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황영규 알체라 대표는 "일반 직원들은 주간 근무시간만 채우면 업무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일을 할 수 있는데 병특 요원들은 유연 근무가 불가능해 협업에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IT 회사의 특성상 빠른 서비스 대응을 위해 직원이 한 데 어우러지는 것도 필요한데 병특 요원과 칸막이를 둬야 하는 규정도 개선이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이 '개발자 인력 양성소'가 된 상황에서 이를 기업을 지원해주는 근거로 삼아달라는 주장도 이목을 끌었다. 박정우 소이넷 공동대표는 "병특은 좋은 인프라"라고 인정을 하며 "인력들을 잘 키운 것에 대한 혜택을 정부가 많이 주면 되지 않을까 싶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해외 진출에도 정부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의견들이 주를 이뤘다. 해외 기업과 계약을 위해서는 결국 실력을 증명할 수 있는 '실적'이 필요한데 정부가 조달 사업 등을 통해 이를 보완해줬으면 좋겠다는 희망이다. 
 
장정훈 와이즈넷 상무는 "스타트업들은 브랜드가 갖춰져있지 않아 해외에 나가 제품을 판매하려면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며 "정부가 전문 기업들의 기술을 직접 적용하고 우수 사례들을 해외에 소개해주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수 플리토 대표 역시 "기술들의 플랫폼 역할을 해주는 것이 정부가 할 일"이라며 "소규모 기술이라도 지자체들이 사용을 해보고 그 성과들을 발판으로 해외 수출에 나서고 있는 이스라엘의 사례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AI·데이터 전문기업들이 한 자리에 모인 만큼 정부의 정책 사업에 대한 아쉬움도 전해졌다. AI 학습용 데이터 구축 사업에 대해서는 "실질적으로 기업이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가 제한적"이라는 비판이 나왔고, AI 바우처 사업 등에 대해서는 "경영진은 참여를 원하지만 실익이 크지 않아 실무진은 크게 선호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박윤규 과기정통부 제2차관이 23일 열린 '인공지능·데이터 전문기업 간담회'에서 마블러스의 서비스 시연을 해보고 있다. (사진=과기정통부)
 
한편, 이날 간담회는 과기정통부가 디지털 플랫폼 정부 구축이라는 국정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주요 ICT 분야 기업들의 목소리를 들으려는 현장 소통 행보의 첫 스타트였다. 격의 없는 소통을 위해 언론에도 간담회 전 일정이 공개됐다. 간담회를 주재한 박윤규 과기정통부 제2차관은 "허심탄회하게 이야기 하자"며 본격적인 대화에 나서기 전 양복 상의를 벗고 넥타이까지 풀었다. 
 
첫 간담회를 마친 박 차관은 "오늘 간담회에서 나온 의견들은 소중히 잘 검토해서 피드백을 드리겠다"며 "아마도 '디지털 혁신 전략'이란 제목으로 새 정부에서 셋업돼 있는 국정과제에 녹여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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