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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1만890원 요구 VS "폐업하라는 뜻"…업종차등도 '재충돌'
올해 대비 18.9% 인상안 제시…월 기준 '227만6010원'
경영계 "이미 중위임금 대비 62%…소상공인 폐업 조장"
업종차등 부결에 공익 "차등적용 연구용역 안건 상정하자"
노동계 '반발'·경영계 "표결 안하면 이후 회의 차질" 경고
2022-06-21 17:12:56 2022-06-21 17:12:56
[뉴스토마토 용윤신 기자] 노동계가 내년도 시간당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18.9% 인상된 1만890원으로 제시했다. 경영계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요구안'이라며 반대 의사를 표했다. 
 
업종별 차등적용 관련한 공방도 이어지고 있다. 제4차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내년도 최저임금 차등적용을 하지 않기로 표결했으나 공익위원 측이 관련 연구용역에 대한 안건 상정을 제안했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위원회 근로자위원들은 21일 오후 5차 전원회의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내년도 최초 요구안으로 1만890원을 최저임금위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노동계 요구안을 주 40시간 기준 주휴수당 포함 월급으로 환산하면 227만6010원이다.
 
근로자위원들은 "최저임금의 결정 기준 및 대내외 경제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며 "최근 저성장 고물가의 경제위기 이후 미래 불평등 양극화를 방지하기 위한 정책적 수단으로서 최저임금의 현실적 인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된 5차 전원회의에서 근로자위원인 박희은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올해 최저임금위원회에서는 최저임금 제도의 취지와 목적에 맞게 논의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어 "경영계가 경제위기와 지불능력을 이유로 또 다시 동결을 최초 요구안을 밝힌다면, 사업주의 편법과 불법을 선동하는 것이나 다름없을 뿐 아니라, 노동자 생존권에 대한 일말의 책임도 지지 않으려는 태도에 강력하게 규탄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노동계는 최저임금 수준에 대해 가구생계비를 반영해 결정해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최저임금법 제4조가 규정하고 있는 노동자 생계비, 유사 노동자 임금, 노동생산성 및 소득분배율에 맞춰 심의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동계 최초 요구안과 관련해 사용자위원 측은 즉각 반발했다.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저희 사용자위원들은 도대체 이해할 수 없는 요구안"이라며 "최저임금 수준은 이미 중위임금의 62%로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최근 5년간 42% 가까운 과도한 인상으로 중소기업, 소상공인들은 몸을 가눌 수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류기정 위원은 "이런 상황속에서 노동계가 최저임금 18.9% 인상하겠다고 하는 것은 중소기업, 소상공인들 폐업하라고 하는 것과 같다"고 강조했다.
 
이태희 중소기업중앙회 스마트일자리본부장도 "저희들로선 너무 현실하고 괴리가 큰 수치라고 얘기를 드린다"며 "구분 적용이 무산된 마당에 저희들 입장에선 가장 취약한 업종을 기준으로 논의가 돼야 한다고 말씀드린다"고 호소했다.
 
최저임금위원회 근로자위원들은 21일 오후 제5차 전원회의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어 최초 요구안으로 1만890원을 최저임금위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진은 최저임금위원회 모습. (사진=뉴시스)
 
이날 회의에서 최저임금 수준에 대한 논의를 진행할 가능성은 낮아보인다. 공익위원 측이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적용을 노동부가 맡는 연구 용역 안건 상정 논의를 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노사가 평행선을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 4차 전원회의 표결에서 부결된 만큼, 노동계에서는 강력 반발하고 있다.
 
노동계 위원인 이동호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한국노총은 이미 표결로서 논의가 끝난 업종별 차등적용 안건에 대해 사용자 단체 달래기용으로 안건상정을 제안한 것은 지금의 최저임금 운영 관행과 노사공 신의 원칙을 깬 대단히 독선적인 행위라 생각한다"고 반발했다.
 
그는 "그동안 노동부장관이 요청한 결정단위, 구분적용, 수준 외에 안건을 표결로 부친 사례는 없고, 2017년 제도개선위원회 구성, 2006년 등 수차례 채택한 대정부 건의문은 모두 전원합의로 이뤄졌다"며 "관례에도 어긋하고 법적 근거도 명확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박희은 부위원장은 "만약 안건 상정을 강행할 시 민주노총은 강력한 항의를 전개할 수밖에 없으며, 향후 최저임금위원회 운영 파행은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과 간사를 비롯한 공익위원들에게 있음을 밝힌다"고 강조했다.
 
이에 이태희 전무는 "제안이 바람직하면 투표에서 찬성하시고, 제안이 바람직하지 않으면 반대하면 된다"며 "오늘 이 사안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사용자위원 간사로서 앞으로 운영하는 데 있어서도 차질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익위원인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 교수는 "업종별 구분 적용을 전제로 해서 가능한 통계를 수집하자는 게 아니고 구분 적용을 할 수 있는지 여부를 제도적 인프라를 통해 판단해보자는 취지"라며 "회의 한번 더 거쳐서 (업종별 구분) 처리 방안에 대해 논의하겠다고 지난 회의때 말씀드리고 정회한 바 있는 만큼 이어서 회의를 속개해서 그 논의를 매듭짓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날 박희은 부위원장은 "공익위원 간사인 권순원 교수가 지난 4차 전원회의가 있던 날 오전에 대통령과 주요 경제부처 장·차관들이 모여 판교에서 진행한 회의에 참석한 것은 매우 부적절한 처사"라며  "윤석열 정부의 노동개악 움직임에 최소한의 독립성을 갖추고 운영해야 할 간사가 참여했다는 것은 최저임금제도개악을 위해 정부와 함께 한다는 합리적 의심을 거둘 수 없다"고 항의했다.
 
세종=용윤신 기자 yony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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