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선율 기자] 루나와 테라 폭락 사태를 놓고 금융당국과 정치권의 책임론이 나오고 있다. 루나 사태 이전에도 대규모 투자자 피해 사례가 있었지만 솜방망이 처벌을 하는 등 피해자 보호 조치에 소극적이었다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가상자산 관련 법안 시행까지 최소 2년이라는 시일이 걸리는 만큼 현행법 체계 안에서 빠른 조사에 나서는 한편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정부와 국회는 루나 사태를 계기로 디지털자산기본법 입법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속도를 내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24일 전문가들과 거래소 대표들을 불러모은 긴급간담회도 개최한다. 그러나 해당 법안에 대한 논의가 속도를 내더라도 법 시행까지는 최소 2년이 걸린다. 내년에 제정해도 2024년에서야 법 집행이 가능한 셈이다.
23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루나·테라 사태, 원인과 대책' 긴급세미나가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현재 국회에는 가상자산업권법과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 개정안 등 가상자산 관련 법안 13개가 모두 계류중인 상태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말 암호화폐 관련 법률인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이 마련했지만, 현행법상 거래소의 자금 세탁 행위만 감시하고 있다.
문제는 당장 코인 가격 폭락이 벌어진 뒤에도 상폐빔(상장폐지를 앞둔 코인의 가격이 급등하는 현상)과 같은 위험한 투자가 횡행하고 있는데 관련 법·제도가 전무하다는 것이다. 코인 상장과 상장폐지 기준도 거래소별로 제각각이고 불투명하다는 지적 또한 과거 수차례 제기돼온 바 있다. 미공개 정보 이용, 시세 조종, 부정 거래 등 불공정 거래 행위에 대해서도 가상자산 시장에서는 관련 법·제도가 부재해 문제삼기 어려운 실정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업권법 추진과 별개로 사전에 기존 자본시장의 법률들을 참고해 이에 준하는 수준의 규제 체계를 적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실제로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선진국에선 금융투자상품에 해당하는 가상자산에 대해 기존 증권법을 적용하고 있다.
홍기훈 홍익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미국은 증권법에 따라 규제를 하고 있고, (코인 사기 등 피해 발생시) 사후 처벌이 가능한 반면 우리나라는 그러지 못하고 있다. 결국 사후처벌이 되지 않는 국내는 사전 규제로 가야하는데, 이를 하지 못해 문제를 또 양산했다"며 "당장 쉽게 할 수 있는 부분은 새로운 법 개정보다는 가상자산 업권법을 자본시장법, 공정거래법에 준하게 만들어 금융위나 공정위에서 가상자산과 거래소 등을 관리하도록 조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센터에 최근 폭락한 루나 코인 시세가 표시되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업권법 추진의 경우 땜질식 처방에 입각한 법을 만들어선 안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루나 사태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분석을 토대로 제대로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김형중 한국핀테크학회장(고려대 특임교수)은 "마스터 플랜이 현재 없다보니 사안이 터질 때마다 갈팡질팡 휩쓸리고 있다"면서 "지난 3월 미국 바이든 대통령은 가상자산과 관련해 행정명령을 내렸다. 법을 만들라는 것이 아닌, 각 부처가 어떤 일을 해야하는지를 지시한 것이다. 이처럼 투자자 보호와 산업 발전에 입각해 방향성을 갖춘 마스터 플랜부터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규제를 위한 규제를 하기보단 산업 진흥까지 같이 고려할 수 있는 장기적 안목을 갖춰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최화인 블록체인 에반젤리스트는 "가상자산 산업은 글로벌적으로 돌아가는 산업이다보니 국내에서만 규제 수위를 높인다고 큰 효과가 나타난다고 보여지진 않는다"면서 "국내 거래소, 프로젝트들이 산업 발전에 저해되는 규제가 만들어진다고 생각해 한국을 떠나 해외에서 사업하는 형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규제들이 실질적으로 원하는 본래 목적에 부합하고 있는지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선율 기자 melod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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