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금융권의 디지털 전환이 빠르게 이뤄지면서 은행 등이 유휴인력 운영을 놓고 고심에 빠졌다. 대면 점포의 통폐합으로 인해 발생하는 유휴 인력을 인력 재비치나 재교육 등의 방안을 마련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금융의 디지털화가 가속화하는 만큼 몸집 줄이기는 어려운 숙제로 남았다.
23일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국민·신한·하나·우리 등 주요 4대 은행의 국내 영업점 감소는 2018년 12개, 2019년 38개, 2020년 222개, 2021년 224개로 확대되는 추세다.
반면 비용 절감 등을 이유로 은행권의 공동 점포, 무인 점포, 유통 결합 점포 등 비대면 방식의 영업 활동은 늘고 있다. 실제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지난달 25일 은행권 최초로 경기 용인 수지구 신봉동에 공동 점포를 개점했다. 또 신한은행은 지난해 10월 강원도 정선군 고한읍에 GS리테일 편의점 혁신점포를 선보였으며, 하나은행도 편의점 CU와 손잡고 편의점 점포를 내기도 했다.
문제는 은행권의 비대면 영업이 늘면서 유휴 인력의 운영이다. 시중은행들은 비대면 점포의 안내직원 등 인력 재배치나 재교육 등의 방안을 마련하고 있지만, 가속화된 디지털화 추세 속에서 인력 감축은 불가피한 실정이다.
일부 은행들은 점포 통폐합에 따른 유휴 인력을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하고 디지털 부서 재배치를 시행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대책이 되지 못하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현재 IT 인력이 필요할 경우 수시채용을 통해 경력직을 수혈하고 있다"며 "전통적인 은행원을 교육을 시킨다고 해서 바로 디지털 역량이 생기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대출 모집인 대신에 유휴인력을 활용하는 방안도 거론됐지만 여의치 않다. 대면 영업에 적용됐던 자동화 범위는 금리 산출과 거래 확인, 여신심사, 자금세탁방지 등 업무로 전반적으로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이유로 시중은행들의 희망퇴직도 대규모로 이뤄지고 있다. 지난 1분기 국민은행의 경우 674명, 하나은행 478명, 우리은행 415명, 신한은행 259명이 각각 해당 은행을 떠났다. 역대급 희망퇴직 규모로, 인건비 역시 최대치를 기록했다. KB금융지주는 올 1분기 직원 급여로 1조891억원을 지출했으며, 신한금융지주는 같은 기간 8648억원을 사용했다. 하나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도 각각 8236억원, 6290억원을 지출했다.
올해 은행권의 희망퇴직 특징을 보면 대상 연령이 뚜렷하게 낮아졌다는 점이다. 우리은행의 경우 만 40세 행원도 본인 희망에 따라 퇴직할 수 있게 됐는데, 비대면 금융거래 증가로 인력 수요가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인 만큼 희망퇴직 조건을 개선해서라도 인력 과잉 상태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게 업계의 입장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모바일뱅킹 등 비대면 거래 확대와 점포 효율화 추진에 따른 근본적인 환경 변화는 피할 수 없는 추세"라며 "은행들이 기존 인력들에 대한 대안 마련에 고심이지만, 해마다 더 좋은 퇴직 조건을 제시하거나 대상 인원을 확대하는 방법으로 희망퇴직을 유도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은행권 내부에서는 근무 연수가 많은 관리자급 대신 낮은 연차의 젊은 직원들 퇴사가 많아지면서 또다른 고민을 안게 됐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달 25일 은행권 최초로 공동점포가 개설된 경기 용인시 수지구 하나은행-우리은행 공동점포 신봉점에서 고객들이 은행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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