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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직 플랫폼 수난시대②)해외 플랫폼 커지는데…"신산업 갈라파고스화 우려"
신산업·전통산업간 갈등서 정부 중재 역할 절실
전문가들, 해외 대비 국내 규제 심한 편…"해외 기업에 시장 뺏길 수도"
2022-05-18 06:00:00 2022-05-18 06:00:00
[뉴스토마토 이선율 기자] 법률 플랫폼 로톡과 미용의료 플랫폼 강남언니 등의 서비스에 대해 기존 전문직들은 이용자 소개, 알선 행위라고 지적한다. 이에 대해 플랫폼들은 단순 연결 플랫폼인데 이마저도 제재하는 것은 혁신을 막는 과한 조치라고 반박한다. 양측의 입장이 팽팽하게 맞선 가운데 전문가들은 정부가 하루 빨리 신산업과 전통산업 사이 중재 역할에 나서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 해외에선 플랫폼 서비스 영역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만큼 신구 산업 간 갈등으로 소모적인 시간을 보낼 경우 추후 해외 기업에 국내 시장을 내주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해외 법원 전경. (사진=픽사베이)
 
우선 로톡과 같은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리걸테크(법과 기술이 결합한 법률 정보 기술) 부문은 국내 대비 해외에서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트랙슨에 따르면, 2019년에 리걸테크를 사업으로 하고 있는 9개 이상의 유니콘이 전 세계에 존재하며, 유니콘이 될 잠재력을 가진 이머징(Emerging) 유니콘'까지 포함하면 전 세계적으로 높은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기업의 수는 약 25개에 이른다. 이들 기업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북미에 20곳, 유럽에 3곳, 아시아에 2곳 분포해 있다. 특히 미국, 독일 등 해외 주요 선진국을 중심으로 리걸테크 산업 육성에 나서는 중이다. 미국에서는 리걸테크 유니콘 기업들이 꾸준히 나타나고 있다. 현재 미국내 리걸테크 기업수만 2016년도 1100여개에서 2020년 1887개로 늘었다. 독일에서는 정부차원에서의 산업을 키우고자 신속한 법률 개정이 이뤄지고 있는 분위기다.
 
리걸테크 산업은 2010년 이후 인공지능 기술력과 틈새시장 등 서비스 확대를 통해 법률소비자에게 접근성을 한층 높여줬다는 평가다. 빠른 성장세를 보이는 미국에서는 필수적 절차로서 데이터 관리의 요소를 특히 중요한 것으로 파악해 이를 더욱 발전시켰고, 법률서비스에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기술을 본격 도입하며 생태계를 키우기 시작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로톡이 지난해 중소벤처기업부가 지정하는 '예비 유니콘'으로 선정되는 데 그쳤으며, 변호사단체와의 갈등으로 글로벌 기업들과의 산업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는 중이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인 시각에서 신산업의 등장을 바라보고 접근해야한다고 지적했다. 리걸테크 산업처럼 성장이 채 시작도 안된 상태에서 규제부터 강화해나간다면 향후 해외 기업들에게 시장을 뺏기는 최악의 상황에 이를 수 있다는 의견이다.
 
정혜련 경찰대 교수는 "리걸테크 산업의 경우 아직 국내에선 발전도 안된 상태로, 산업 기술 발전을 저해한다는 시각은 다소 강한 측면이 있다"면서 "시장 지배적 지위를 가진 리걸테크 사업자가 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는 우려에는 공감하지만 그보다 더 두려운 상황은 국내 사업자가 경쟁력이 없는 상태에서 급성장한 해외 사업자가 국내 시장을 장악할 때다. 그렇게 되면 시장은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강남언니 앱 화면. (사진=강남언니)
 
미용의료 플랫폼의 경우 해외 시장도 이제 막 태동하는 단계다. 대표적으로 미국의 리얼셀프, 중국 신양 등 선행업체가 있으며, 이들 기업 모두 빠른 성장세로 인지도를 넓히는 중이다. 그 중 한국의 강남언니는 지난해 12월 일본에 진출했으며, 현지 서비스 출시 8개월 만에 일본 내 최다 고객 병원을 확보했다.  
 
중국, 일본, 미국 등 해외에서는 전문직 단체와의 미용의료 플랫폼 규제 이슈가 없고 의료광고 규제 기준을 정부에서 만들고 있다. 우리나라도 정부에서 규제를 만들고는 있지만, 대한의사협회 등 전문직 단체에게 의료광고 자율심의권한이 주어진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특히 전문직 단체가 정하는 ‘자율검수기준’은 정부의 기준보다 과도한 측면이 있다. 
 
보건복지부 가이드에서는 소비자 알권리 측면에서 비급여 미용의료 가격을 공개하도록 권장하지만 의협은 이를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에서는 비급여 영역에서 환자 알선을 금지하고 있지 않는 반면 국내는 의료광고 법과 별도로 의료법에 '환자알선조항'이 있다. 다만 아직까지 의료광고 규제를 환자 알선 조항으로 본 판례는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 조항을 근거로 의료 전문직 단체에선 '의료광고 플랫폼이 환자 알선에 다름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스타트업 업계에선 모빌리티, 디지털헬스케어, 리걸테크 등 신산업들이 세계적 흐름에 대응할 수 있는 혁신 성장의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는 "신산업과 전통산업의 갈등 영역에서 이해관계 충돌이 발생하게 되면 국민 전체 이익으로 판단하라는 원칙을 제시했는데 타다 사례처럼 이 원칙이 실제론 안 지켜졌다"면서 "규제 샌드박스에서도 이해관계 충돌한 건들의 경우 소비자들의 의견은 듣지 않는 등 원칙 이행이 안되고 있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이어 "의료 영역의 경우 국민의 생명과 건강과 관련된 부분은 건강보험을 적용하고 공공적인 관점에서 의료를 관리하는 게 맞지만, 강남언니 사례는 미용의료 후기 공유를 하는 서비스로 국민의 생명권과 건강권보단 행복 추구권에 관련돼 있다"며 "가격이나 이용 후기를 공유하는 것 자체를 문제삼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빌리티, 디지털 헬스케어, 리걸테크 영역은 유니콘, 데카콘 기업도 많이 나오고 있는 만큼 세계적으로 발전하고 있기에 글로벌 격차를 해소하는 수준으로 규제 방향이 바뀌어야 한다"고 부연했다. 독점 우려 때문에 규제해야 한다는 시각에 대해선 "경쟁 활성화로 해결해야 한다"면서 "우리 기업들이 독점기업이 될까봐 걱정하는 사이에 나중에 구글과 같은 독점 사업자에게 시장을 내줘야 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규제로 신산업 등장을 막으면 갈라파고스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선율 기자 melod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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