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응열 기자] 동물은 생명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기본법인 민법은 동물을 물건으로 전제한다. 이와 달리 사회적 인식은 이미 동물을 고귀한 생명체로 본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이들이 많아지고, ‘길냥이’라 불리는 길고양이를 돌보는 ‘캣맘’도 등장하는 등 사회는 동물에 친화적이다. 법 제도가 사회 인식을 제때 따라오지 못하는 가운데 동물학대 범죄의 처벌은 부족한 실정이다. 실형을 선고받는 경우가 드물어 동물학대를 심각한 범죄로 인지하지 못하게 된다는 비판이 나온다. 민법 개정안, 동물보호법 개정안 등 제도적 보완책이 마련됐지만 구멍은 여전히 남아있다. <뉴스토마토>가 동물학대 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법률적 대안을 모색해봤다. <편집자 주>
동물학대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해가 지날수록 학대 범죄는 늘어나지만, 범죄자가 실형을 선고받는 경우는 드물다. 동물을 바라보는 사법부 인식이 과거에 머물러있기 때문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우리나라 기본법인 민법은 동물을 물건으로 전제한다. 이런 탓에 ‘솜방망이’ 처벌이 반복되고, 사회적으로 동물학대 범죄를 방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분위기를 바꾸려면 민법에서 동물을 생명으로 규정해야 하지만, 발의된 개정안들은 좀처럼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1대 국회에는 동물은 물건이 아니라고 규정하는 내용이 담긴 민법 개정안이 16일 기준 4건 발의돼 있다.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성만 민주당 의원, 정청래 의원 등이 각각 대표발의했다. 법무부도 지난해 10월 법률안을 제안했다. 정부 차원에서 이런 내용을 민법 개정안에 포함시킨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 법안이 공통으로 규정하고자 하는 건 동물은 사물이 아니라는 동물의 법적 지위다. 발의된 법률안 각각에는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내용의 조항을 신설하겠다는 내용이 공통으로 담겼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늘고 동물권에 관한 인식이 신장하면서, 동물의 법적 지위를 사회적 통념에 맞게 제고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다.
(그래픽=구선정 디자이너)
그러나 이러한 개정안들은 현재 국회에 계류된 채 진전이 없다. 박 의원과 이 의원 발의안을 비롯해 법무부가 내놓은 법률안도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된 이후 논의 테이블에 오르지 못했다. 정 의원 안건은 지난해 6월 법사위에 상정됐으나, 그 후로는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법무부의 민법 개정안 발의 이후 후속 개정안들도 의원 입법 형식으로 발의됐는데 현재 국회 계류 중”이라고 설명했다.
민법 98조는 물건을 ‘유체물 및 전기 기타 관리할 수 있는 자연력’으로 규정한다. 동물은 유체물로 물건 취급을 받는다. 이런 탓에 사법부에서 동물을 하나의 생명으로 간주하는 인식이 제대로 형성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사회적으로는 동물권에 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는 반면, 기본법인 민법이 동물을 물건으로 보고 있고 법해석을 하는 사법부 역시 다소 소극적으로 판단하면서 동물학대 범죄에 대한 처벌도 미약한 편이다.
송기헌 민주당 의원실 조사결과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전국 1심 법원의 동물보호법 위반 사건 재판은 246건이었는데, 이중 징역형이 선고된 이들은 12명으로 4.9%에 그쳤고, 약 57%인 140명이 벌금형을 받았다. 집행유예는 13.4%였다. 실형을 산 동물학대범은 100명 중 5명꼴이다.
재경 법원에서 근무하는 한 판사는 “동물을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은 많이 변했는데, 법리적으로는 사회 통념을 반영하는 데에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민법이 사회적 인식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면서 '솜방망이 처벌-동물학대 범죄에 대한 인식 부족-동물학대범죄 발생'이라는 악순환은 계속되고 있다. 시간이 갈수록 동물학대 범죄가 늘어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게 법조계와 동물권 단체의 시각이다.
실제 이은주 정의당 의원실이 경찰청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바에 따르면 지난 2020년 발생한 동물보호법 위반 사건은 992건이다. 10년 전인 2010년에는 69건이었는데 해마다 꾸준히 늘어 1000건에 육박한다. 경찰이 검거한 동물보호법 위반 사범은 2010년 78명에서 2020년 1014명으로 증가했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처벌이 제대로 되지 않다 보니 동물학대가 범죄라는 인식이 약한 것”이라며 “약자인 동물을 괴롭혀 쾌감을 얻는 사회병리 현상을 두고, 사회적으로 대응·예방할 수 있는 논의가 활발해져야 한다”고 진단했다.
민법 개정안의 표류와 폐기가 계속되며 발생하는 동물학대 범죄를 막기 위해서는 사법부가 보다 적극적인 입장을 보여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입법 공백에 대한 사법부의 보완작용을 주문하는 목소리다.
송병호 한국범죄심리학회장도 “동물학대가 동물에서 끝나지 않고 사람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사법부가 엄격한 처벌을 할 수 있도록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동물보호연합 회원들이 지난달 20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사거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동물학대 강력처벌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응열 기자 sealjjan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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