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가게가 사라진다③)"법률 제정해 장수소상공인 체계적 지원해야"
(16주년 창간기획)
코로나19 손실보상에 밀려 장수소상공인 관련 입법화 '뒷전'
"도시재생 관점에서 소상공인 대상 '상가 지원제도' 검토 필요"
입력 : 2022-05-11 06:03:39 수정 : 2022-05-11 06:03:39
[뉴스토마토 이보라 기자] 장수소상공인이 장수기업으로 발전할 경우 일자리 창출과 기술 전승, 사회 공헌 효과를 거둘 수 있을 뿐 아니라 국가 경쟁력 제고에도 크게 이바지할 가능성이 크다. 해외 국가들이 일찌감치 장수소상공인 지원 제도를 마련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나라 역시 장수소상공인의 문화를 계승하고 장수기업으로 키워나가기 위한 장수 소상공인 지원제도를 도입했으나 그 역사는 매우 짧다. 업력이 30년 이상된 소상공인 및 중기업을 발굴하기 위한 백년가게 육성사업과 백년소공인 사업은 각각 2018년, 2019년 도입돼 이제 막 초기단계다.
 
백년가게 사업으로 대표되는 국내 장수 소상공인 지원제도는 업종 간 차별성 없이 인증현판 제공과 컨설팅, 홍보 등에 치중돼 있다는 점이 문제로 꼽힌다. 장수소상공인들이 겪는 문제는 대부분 영세한 규모에서 비롯되는데, 이같은 구조적 한계를 개선하는 차원의 지원책이 눈에 띠지 않는다. 최근에는 소상공인 현안이 코로나19 손실보상에 쏠린 까닭에 장수소상공인 지원과 관련한 입법 움직임은 더욱 요원한 상태다. 백년가게 지원이 사실상 구호로만 남은 가운데, 전문가들은 장수소상공인 육성을 위한 별도의 법률 제정을 통해 체계적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입을 모은다.
 
을지로 3가에서 40여년간 장사하며 노맥문화를 이끈 을지OB베어. (사진=뉴시스)
 
현재 백년가게 제도는 '법적인 근거'를 통해 운영되는 것이 아니라, 사업공고에 따라 선정대상을 구분하고 그에 따라 지원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장수소상공인 지원은 소상공인법을 넓게 해석해 적용할 수 있겠지만 장수소상공인의 주된 판단기준이 되는 업력에 관련된 사항은 소상공인법에 명시돼있지 않은 데다 관련 정책도 구체적이지 않다. 장수소상공인의 사멸을 지켜만 볼 것이 아니라 법률제정을 통해 육성의 영역으로 끌어들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장은정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연구위원은 "다양한 지원책을 바탕으로 장수소상공인을 발굴하고 육성해 소상공인 성장의 바람직한 롤모델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면서 "장수소상공인이 안정적인 사업 추진을 위해 소상공인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대한 개정을 통해 입법적으로 보완하는 동시에 장기적으로는 (가칭)장수소상공인 육성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 연구위원은 "법제화를 통해 △장수소상공인 선정기준과 방법 △사업장의 지속성과 사업승계 관련 조세특례 검토 △고용보조금 지원 등의 사항을 구체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효과적인 장수소상공인 제도 정착을 위해 각 지방자치단체와 정부부처 등에 흩어진 정책을 한 데 모아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백년가게와 유사한 제도로는 2016년부터 중기부가 45년 이상의 업력을 지닌 중소·중견기업을 대상으로 시행하는 명문장수기업 확인제도가 있으며 이밖에도 서울시의 '서울미래유산', 인천시의 '이어가게', 경기도의 소상공인 가업승계 지원사업' 등이 있다. 이에 선정되면 주로 홍보와 마케팅 등이 지원된다. 하지만 이같은 수준의 지원은 한계가 명확한 만큼 각 제도를 운영하는 정부와 지자체가 장수소상공인 육성이라는 공통의 목표를 설정하고 연계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미순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본이 노포 집적지역 중심으로 관광지가 형성되고 발달된 것만 보아도, 주변의 인프라와 협업의 중요성을 알수 있다"면서 "각 부처나 지자체의 정책은 지원영역이 다를 수 있다. 협업차원에서 공동의 목표를 세워 지역단위의 포괄적 지원체계로 전환한다면 효과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연구위원은 또 "백년 소상공인 제도가 지자체에서 시행하고 있는 유사 지원제도와 차별성을 두기 위해 제품 및 지역 확대에 초점을 둘 것인지, 전통 고수에 초점을 둘 것인지 등 맞춤형 컨설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단순하게 소상공인 문제로 한정지을 것이 아니라 도시 재생과 설계라는 거시적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차남수 소상공인연합회 본부장은 "도시설계 및 도시재생 관점에서 소상공인 문제를 접근해야 한다"면서 "프랑스의 '비탈 카르티에(Vital Quartier·생기 있는 거리) 제도를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비탈 카르티에란 민관 합작법인이 기금을 조성해 주요 도시의 빈 상가들을 매입하고,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에게 이를 저리로 임대해주는 제도다. 일정 기간이 지난 후 해당 법인이 금융기관을 주선해 소상공인에게 그간 장사해온 상가를 매입할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차 본부장은 "노포와 오래된 상가가 도시 곳곳에 자리하면 도시 생존률을 높여 결국 국가경쟁력 제고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보라 기자 bora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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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보라

정확히, 잘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