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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가덕도 신공항, 지금이라도 재논의해야
2022-04-28 06:00:00 2022-04-28 06:00:00
올해 국토교통부 예산서를 훑어보다가 공항 건설 예산 부분에서 숨이 턱 막혔다. 가덕도 신공항, 새만금신공항, 제주2공항 이런 항목들이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설계예산 정도가 잡혀 있지만, 모두 대형사업이다. 그리고 대규모 환경파괴를 낳을 수밖에 없는 사업이다.
 
한편으로는 기후 위기 때문에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야 한다고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밖에 없는 항공기 운항을 늘리고 새로운 공항을 건설하겠다고 하는 것은 모순이다. 2020년 2월 영국에서는 법원이 기후변화를 이유로 히스로공항 제3활주로 계획에 제동하는 일도 있었다. 파리기후변화협약에 서명하고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겠다고 약속한 것과 모순된다는 것이다. 이런 판단이 상식적인 것이다. 기후 위기를 걱정한다면, 새로운 공항 건설은 자제해야 한다.
 
그런데 4월 26일 국무회의는 지금 거론되는 공항 중에서 가장 많은 예산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덕도 신공항 건설추진계획을 통과시켰다.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 제정에 따라 작년 5월에 착수한 ‘가덕도 신공항 사전타당성 검토연구용역’의 결과에 따른 계획을 의결한 것이라고 한다.
 
언론을 통해 드러난 계획을 보면, 그동안 부산시 등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주장해왔던 측에서 얘기한 것들과도 많이 다르다. 우선 가덕수로를 지나는 선박 등과의 관계를 고려해서 안전성을 확보하려면 국내 최초의 순수 해상공항으로 건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가덕도 인근 수심이 최대 30미터로 깊고, 연약지반의 두께가 최대 45미터에 달하는 상황에서 해야 하는 난공사이다. 바다를 매립해야 하니 당연히 공사 과정에서 대규모 환경영향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매립할 토석을 확보하려면 대규모 육상 발파를 해야 하고, 그 토석으로 바다를 매립하면 해양생태계에 큰 피해를 줄 수밖에 없다.
 
그에 따라 공사비와 공사 기간도 대폭 늘어났다. 현재 계획상으로도 해당 공사는 공사비 13조 8천억원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대규모 토건 사업이다. 이런 종류의 사업들을 많이 봐 왔지만, 처음 계산보다 공사비는 늘어나기 마련이다. 이 막대한 예산을 대규모 토건 사업에 쏟아붓는 것이 옳은 일인가? 그러고도 4대강 사업을 비판할 자격이 있을까?
 
공사 기간도 무려 9년 8개월이나 걸린다고 한다. 2025년 하반기에 착공해서 2035년 6월에야 개항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 역시 지금의 계산일 뿐이다. 초유의 난공사인 점을 감안하면, 공사 기간이 더 늘어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
 
정부 계획대로 된다고 하더라도 공항이 완공되는 2035년이면 기후 위기가 더욱 심각해져 있을 때이다. 이상기후, 산불, 가뭄과 홍수, 슈퍼태풍 등이 지금보다 훨씬 심각해져 있을 것이다. 식량 위기 등이 현실화되면서 수많은 인구가 생존의 위기에 처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지구의 이산화탄소 농도도 마지노선인 450ppm을 넘어서거나 그에 근접해 있을 가능성이 높은 때이다.
 
그때쯤이면 인류의 생존을 위해 항공기 운항뿐만 아니라 온실가스 배출을 낳는 각종 산업과 행위에 대해 더 강력한 규제를 해야 한다는 국제적인 움직임도 있을 수 있다. 그런데 가덕도 신공항은 그때야 완공이 된다고 한다. 이것이야말로 한 치 앞도 보지 못하는 졸속 결정이다. 도대체 기후 위기를 걱정한다면서 '탄소중립'을 입에 올려온 정권이 할 수 있는 결정인지? 의심스럽다.
 
이번에 나온 계획에 따르면 2065년에 가덕도 신공항의 국제선 여객 수요가 2336만명, 화물은 28만 6000t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는데, 정말 헛웃음이 나오는 얘기이다. 2065년이 되면 기후 위기가 너무 심각해져서 전혀 다른 세상이 될 수도 있다. 이런 수요예측을 하고 있다는 것을 후대가 보면 뭐라고 생각할까?
 
게다가 부산시는 2030년 부산월드엑스포 유치를 들어서 가덕도 신공항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했다. 그런데 신공항 완공시기는 엑스포로부터 5년 이후이다. 전혀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을 해 온 것이다.
 
이렇게 문제가 많은 공항이라면, 지금이라도 멈춰야 한다.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하고 공항 건설을 강행할 것이 아니라, 지금이라도 재논의를 해야 한다. 지금 발표된 계획을 보면, 가덕도 신공항은 제2의 4대강 사업이라고 불러도 전혀 지나치지 않다. 그대로 강행하려 한다면 엄청난 국민 세금을 낭비하고 환경만 파괴한 사업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하승수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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