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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제왕적 당선인이 제왕적 대통령이 안 되려면?
2022-04-04 06:00:00 2022-04-04 06:00:00
하승수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변호사
대선이 끝난 지 한 달도 되지 않은 때이다. 정상적이라면, 윤석열 당선인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야 할 시기이지만, 지금 분위기를 보면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당선인 측의 첫 행보가 민생을 챙기는 것이 아니라 국방부를 강제 퇴거시키고 대통령집무실을 옮기겠다고 하는 것이었던 탓이 크다.
 
애초에 공약했던 광화문이 아니라 용산으로 가겠다는 것이기 때문에 공약을 이행하는 것으로 보기도 어렵다. 집무실 이전을 추진하더라도 취임 후에 절차를 밟아서 진행하는 것이 합리적인데 ‘기존의 청와대에서는 단 하루도 일하지 않겠다’고 하는 바람에 논란은 더욱 커졌다.
 
용산 이전이 타당하냐 아니냐도 쟁점이지만, 더 본질적인 쟁점은 ‘왜 이렇게 서둘러서 이전하려고 하느냐?’가 되어 버렸다. 당선인의 의지만 확고하다면 지금의 청와대에서 몇 달이라도 일하다가 이전하면 될 것 아니냐는 것이 상식적인 생각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윤석열 당선인은 이런 핵심적인 의문에 대해 명확하고 설득력 있는 답변을 못 하고 있다.
 
게다가 윤석열 당선인은 대통령 집무실 이전이 필요한 이유로 ‘국민과의 소통’이나 ‘제왕적 대통령에서 벗어나겠다’는 것을 들고 있다. 그러나 국민과의 소통이나 제왕적 대통령에서 벗어나기 위한 해법이 ‘대통령 집무실 이전’이라는 것은 생뚱맞다.
 
우리와 같은 대통령제 국가인 미국의 경우에도 국민과의 소통을 강조하는 대통령들이 취임했지만, ‘백악관을 이전하자’는 주장은 하지 않았다. 대표적으로 2009년 취임한 오바마 전 대통령은 ‘정보공개 확대’와 ‘국민이 참여하는 정책토론’, 그리고 온라인을 통한 소통의 활성화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취임하고 나서 첫 번째로 한 일은 정보공개를 확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것이었다. 그리고 보건의료 정책을 미국 국민들이 참여하는 토론을 거쳐 만드는 등의 노력을 했다.
 
사실 중요한 것은 장소가 아니라 마인드이다. 권력자인 대통령이 국민과 소통하겠다면, 첫 번째로 해야 할 일은 중요한 정책결정·집행, 예산사용 등과 관련된 정보부터 공개하는 것이다. ‘정보 없이는 참여 없다’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국민이 알아야 의견도 낼 것 아닌가? 그리고 이렇게 해서 나오는 국민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그에 성실하게 답하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소통’이다.
 
그런데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고, ‘집무실 이전’만 강조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전 세계 어느 나라 집권자가 ‘집무실 이전이 소통’이라고 한 선례도 없는 것 같다. 오히려 지금 당선인 측이 국민들의 비판적인 여론에 귀를 닫고 밀어붙이는 것을 보면, 말로만 ‘소통’을 얘기하면서 실제로는 ‘불통’을 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제왕적 대통령’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해야 할 일은 ‘집무실 이전’이 아니라 개헌과 정치개혁이다. 과거에 ‘국민의 힘’의 전신이었던 당들도 분권형 대통령제를 주장했었다. 그것을 위한 헌법 개정안도 당론으로 채택했었다. 대표적으로 2018년 4월 2일 당시 자유한국당은 의원총회를 통해서 대통령 권한을 축소하고 국무총리를 국회에서 선출하는 등을 내용으로 하는 개헌안을 당론으로 채택하기도 했다. 당시에 자유한국당이 채택했던 개헌안의 내용 중 일정 부분은 이재명 후보가 대선 당시에 얘기한 개헌의 내용과도 맞닿아 있다. 가령 이재명 후보는 국무총리 추천제를 주장했었다. ‘선출’이냐 ‘추천’이냐의 차이는 있지만, 충분히 논의해 볼 접점이 있는 것이다.
 
따라서 윤석열 당선인이 ‘제왕적 대통령’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진정성이 있다면, 앞으로 해야 할 일은 개헌에 관한 논의를 야당들과 해나가는 것이다. 그리고 개헌과 연계된 선거제도 개혁을 통해서 다당제 정치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결국 ‘분권형 대통령제’로 가려면, 대통령의 권한을 국회로 분산시키는 것이 필요한데, 그 전제로 민심을 제대로 반영하는 국회 구성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 방법은 정당 득표율대로 국회의석이 배분되도록 함으로써 선거제도의 ‘비례성’을 높이는 것이다.
 
이처럼 ‘제왕적 대통령’에서 벗어나려면, 제도를 바꿔야 한다. 대통령 집무실을 이전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그런데도 여론의 비판을 무시하고 일방통행식으로 일을 밀어붙인다면, 윤석열 당선인이야말로 ‘초제왕적 대통령’이라는 비판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그것은 당선인 본인에게도 불행한 일이고, 대한민국 정치의 발전을 위해서도 좋지 않은 일이다.
 
하승수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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