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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이철이 포블게이트 대표 "역차별 당하는 가상자산산업…네거티브 규제해야"
고팍스 실명계좌 확보 환영…본격 내실 강화 나서
한국핀테크산업협회 부회장 겸임…가상자산 네트워크 확대
"트래블룰,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조치 수반돼야"
벤처기업 제외 조치…스타트업 성장과 산업 발전 저해 지적
2022-03-31 06:11:00 2022-03-31 06:11:00
[뉴스토마토 이선율 기자] "고팍스의 실명계좌 발급은 코인마켓 거래소들에게 희망을 보여줬습니다. 실명계좌 확보를 위한 모든 준비는 완료한 상태로 내실 강화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견고했던 4대 거래소 체제(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가 고팍스의 합류로 5대 체제로 재편되면서 다른 코인마켓 거래소들도 실명계좌를 확보할 수 있을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9월 특금법(특정금융정보법) 이후 처음 실명계좌를 발급받은 사례인만큼 운영에 어려움이 많았던 코인마켓 거래소들에게는 희소식이기 때문이다.
 
29일 서울 강남역 부근 포블게이트 사옥에서 만난 이철이 포블게이트 대표는 고팍스 소식에 반가움을 표했다. 특금법 도입으로 자금세탁방지의 책임이 은행에 있어 실명계좌 발급에 대한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이번 전북은행의 조치를 놓고 은행들도 주시하고 있는 분위기다. 
 
이철이 포블게이트 대표가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가상자산 산업의 제도와 관련해 답변하고 있다. (사진=이선율 기자)
 
 
이 대표는 "(실명계좌 확보를 위해) 지금은 좀더 집중적으로 내실을 만드는 중"이라며 "SK 등 대기업도 가상자산 산업에 뛰어드는 등 시장이 더욱 커지고 있다. 전북은행을 계기로 은행들이 보다 긍정적인 방향으로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특히 그는 실명계좌를 발급 받은 이후에 대한 사업구상도 함께 하고 있다. 이 대표는 "단순히 실명계좌를 얻는다고 크게 바뀔 것이라고 보진 않는다"면서 "중요한 것은 은행과의 시너지 창출로, 가상자산시장 사업을 성장시켜오면서 쌓아온 노하우를 전통시장인 금융권과 협업해 어떻게 시너지를 낼까 이러한 부분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이 대표는 포블게이트를 총괄하는 동시에 한국핀테크산업협회 부회장으로도 활동중이다. 가상자산 산업의 성장을 이끌고 블록체인 기반 탄탄한 네트워크를 형성해온 공을 높게 평가받아 새로운 직책을 맡게됐다. 이 대표는 삼성SDS 핵심 개발자 출신으로 삼성증권 HTS 개발에 참여했고 이후 톰슨 로이터, 피나스트라 등 IT와 핀테크 분야에서만 20년 이상 경력을 쌓아온 베테랑이다.
 
포블게이트에는 2020년 3월부터 합류해 블록체인 산업 성장을 주도했다. 당시 포블게이트는 국내 최초로 독자적인 토큰 공개 시스템인 A-IEO와 거래소 수익 공유 시스템 '포블 멤버십' 등 차별화된 서비스를 선보여 투자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았다. 2020년 말에는 출범 1년만에 거래 대금 1500억원을 돌파,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3위에 올라서는 저력을 보여줬다. 그러나 특금법 이후 코인마켓으로 전환되면서 매출 급감의 어려움을 겪었다. 그럼에도 이상거래 탐지 시스템 고도화, 고객확인절차(KYC) 인증 도입부터 최근엔 오입금 복구 98%를 기록하며 투자자 보호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이와 별도로 포블게이트 인재개발원을 설립, 인재 육성에도 힘쓰고 있다.
 
이철이 포블게이트 대표. (사진=포블게이트)
 
이 대표는 거래소의 자체 노력과 함께 정부의 제도적 지원이 수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가상자산 시장은 코스닥 시장과 맞먹을 정도로 커졌는데 정부에서의 지원 육성책은 미비한 실정"이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특히 지난 2018년 가상자산 기업들이 벤처 업종에서 제외되면서 신규 사업을 하는데 제약이 많다고 토로했다. 이 대표는 "벤처기업이라면 세금부터 직원 채용까지 여러 면에서 혜택이 많은데 가상자산사업만 사행산업이라는 이유로 제외시키는 것은 역차별"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가상자산사업자들이 라이센스 취득부터 여러 기준들을 적용하고 있는 와중에 최근에는 라이센스 허용 기준을 낮춰주겠다고 공표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벤처기업 제외 조치는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이러한 조치는 인력 유출을 부추겨 신규 사업을 하는 가상자산사업자들에게는 사업을 확장하기 어려운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라 우려했다. 이 대표는 "스타트업들이 제대로 된 비즈니스를 하려면 충분한 인력 확보가 바탕이 돼야하는데 가상자산사업자들의 경우 규제는 규제대로 들어오고 이러한 기준에 맞춰 플레이를 하는 것도 모자라 인력 유출을 막기 위한 다양한 조치도 해나가야하는 상황"이라며 "열악한 상황에서도 꿋꿋이 하는 이유는 가상자산 시장이 글로벌하게 봤을때 주류가 될 수 있다는 신념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일관성없는 규제 조치가 스타트업들의 도산을 부추길 수 있다고도 우려했다. 그는 "지금 흐름대로 규제가 이뤄진다면 대기업 위주로 가상자산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처음엔 작은 업체들 위주로 했다가 나중에는 주요 금융기관들이 다 들어오게 된 마이데이터 사업을 예로 들은 그는 "대기업들이 들어올 수 있게끔 길을 터주는 그런 정책으로 갈게 아니라 성장 잠재력이 있는 스타트업들이 클 수 있게 육성해주는 지원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자금세탁방지를 위해 지난 25일부터 시행된 트래블룰(가상자산 이전시 정보제공 의무)에 대해선 좀더 충분한 사전 준비를 토대로 시행됐어야했다고 강조했다. 트래블룰 솔루션은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등 4대 원화마켓 거래소를 중심으로 구현됐는데, 당초 계획과 달리 업비트의 자회사 람다256의 베리파이바스프와 빗썸, 코인원, 코빗 3사가 합작법인을 세워 만든 코드간 연동이 이뤄지지 않아 이용자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4사는 연동 작업이 다음달 24일에 마무리된다고 예고했다.  
 
이 대표는 "금융권에서는 스위프트(국제은행간통신협회) 등 인프라가 구축된 상황에서 트래블룰이 적용된 반면 가상자산시장은 가이드라인도 없고 준비도 안된 상태에서 일단 시행부터 하라고 해서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소비자를 보호한다는 명목하에 시행됐지만 거꾸로 소비자가 피해를 보는 그런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트래블룰은 충분한 준비를 토대로 해외 기준과도 부합되는 조치를 해나가하는데 국내만 우물안 개구리가 되는 역효과가 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이 대표는 미국, 유럽과 같이 가상자산 산업 육성에 기반한 네거티브 규제 정책을 적용하는 한편, 금융위원회와 별개의 산업 진흥을 우선하는 디지털자산위원회와 같은 전문 조직 설립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선 "실명계좌 및 트래블룰 대응을 모두 완료한 상황으로 실명계좌를 받게 되면 사업을 본격 확장하는 시기가 될 것"이라며 "안정적인 운영을 토대로 NFT(대체불가능한토큰), 디파이 등 은행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사업으로 본격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선율 기자 melod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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