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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세금으로 유세차량, 이대로 좋은가?
2022-02-17 06:00:00 2022-02-17 06:00:00
2월15일은 대통령 선거운동 첫날이었다. 그런데 안철수 후보 유세차량에서 2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삼가 고인들의 명복을 빈다.
 
사고 소식을 보면서, 이번 기회에 선거운동 방식과 선거비용 보전제도에 대해 근본적으로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 했다. 기후 위기 시대에 에너지를 많이 써가면서 굳이 전광판까지 달린 유세차량을 써야 하는지? 그리고 그런 선거운동 방식에 국민 세금으로 선거비용 보전까지 해 주는 것이 옳은지? 라는 의문이 드는 것이다.
 
물론 모든 후보가 선거비용 보전을 받는 건 아니다. 현행법상으로는 후보의 지지율이 10%를 넘겨야 선거비용의 절반을 보전받고, 15%를 넘겨야 선거비용 전체를 보전받기 때문이다.
 
그러나 거대양당 소속 후보들의 경우에는 선거비용을 보전받는 것이 거의 확정적이다. 그래서 유세차량을 마음 놓고 사용한다. 어차피 유세차량 비용은 선거가 끝나면 보전받기 때문이다. 이렇게 거대양당 후보들이 유세차량을 대거 사용하면, 거대양당 후보와 경쟁해야 하는 다른 후보들의 경우에도 유세차량을 전혀 사용하지 않기는 어렵다. 그래서 선거 때마다 거리에 많은 유세차량이 등장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식의 선거운동이 과연 바람직한 것일까? 소음과 차량 혼잡은 물론이고, 과도한 에너지 소비에 세금 낭비까지 문제가 된다.
 
지난 2017년 19대 대선 당시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선거비용 보전액으로 지급한 국민 세금만 해도 총 1240억6000여만원에 달했다. 당시에 지지율 15%를 넘어서 선거비용 전액을 보전받은 정당은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3개 정당이었다. 이렇게 보전된 선거비용 중 큰 부분을 차지한 것이 유세차량 비용이었다. 정당별로 편차는 있지만, 최소 수십억원 이상을 유세차량 비용으로만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대선 선거운동 첫날에는 또 다른 익숙한 풍경들도 보였다. 기차를 타는데 모 후보의 유급 선거운동원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거리에서 후보 이름을 외치는 것이 보였다. 대선만이 아니라 국회의원 선거와 지방선거에서도 선거비용을 보전받는 거대양당 후보들은 유급 선거운동원을 채용하는데 거리낌이 없다. 어차피 나중에 다 보전받는 비용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선거비용 보전 여부가 불확실한 후보들은 고민에 빠진다. 아예 안 할 수는 없고, 그렇다고 거대양당 후보들만큼 할 수는 없는 고민이다.
 
그러나 이렇게 유급 선거운동원을 채용해서 길거리 홍보를 하는 선거운동이 꼭 필요한 일일까? 정책에 대한 홍보도 아니고, 그저 기호와 후보자 이름을 외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아마 후보자가 많은 6월 지방선거 때에는 더 많은 유급 선거운동원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올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엄청난 비용을 유세차량이나 유급 선거운동원에 쏟아붓는 것이 결코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따라서 공직선거법을 개정해서 대형 유세차량 사용을 금지하고 유급 선거운동원 숫자도 대폭 줄이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대형 유세차량 사용을 아예 금지하기가 어렵다면, 선거비용 보전대상에서라도 제외해야 한다. 그리고 유급 선거운동원도 선거캠프 운영에 꼭 필요한 필수인력 정도로 제한할 필요가 있다. 이미 자원봉사자들은 숫자와 관계없이 선거운동에 참여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이렇게 하면서 선거비용 보전기준을 낮춰서 소수정당 후보자들도 선거비용 보전을 받을 수 있도록 하면, 국민 세금도 더 들어가지 않으면서 선거를 더 공평하게 치를 수 있다.
 
그리고 선거법을 개정해서 돈이 안 드는 선거운동을 허용해야 한다. 후보자나 지지자들이 정책을 담은 간단한 유인물을 배포하면서 정책을 알리는 선거운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유럽이나 미국에서 허용되는 호별방문(Door to Door)도 허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미국에서는 집집마다 방문해서 정책과 후보자를 알리는 선거운동이 가장 돈이 안 드는 선거운동으로 인정받고 있다. 일부에서 제기하는 금품 살포 우려는 제보자에 대한 포상금 강화 등의 방식으로 풀어야 할 문제이다. 뒤집어서 보면, 호별방문을 금지한다고 해서 음성적인 금품 살포가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이미 온라인과 SNS를 통한 선거운동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세상이다.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선거운동도 여전히 유효하다. 굳이 대형 유세차량을 돌리고 유급 선거운동원들을 거리에 동원하는 방식의 선거운동 방식을 유지할 이유가 없다.
 
하승수 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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