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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CI 선진국 편입 '산 넘어 산'…'실시간 주가데이터 공개' 새 쟁점 부각
MSCI "한국 주식 실시간 데이터 공개하라"…한국물 선물·옵션 장사 속내
거래소·증권사 "한국 파생, 우리 먹거리…지수 편입과도 별개 문제"
2022-01-28 06:00:00 2022-01-28 06:00:00
[뉴스토마토 우연수 기자] 한국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편입 추진 과정에서 '실시간 주가 데이터 공개'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정부가 외환시장 손질 방안을 발표하면서 MSCI 선진국 지수 편입 준비가 급물살을 타고 있지만, MSCI 측의 핵심 요구 사항 중 하나인 실시간 주가 데이터 공개에 대해 금융투자업계에선 반대 목소리가 나오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는 MSCI가 공개된 주가 데이터로 한국물 선물·옵션 상품을 만들어 거래시킬 경우 외국인들이 국내 파생시장에 들어오지 않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 반면 오랜 기간 MSCI 선진국 편입 필요성을 강조해온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등은 업계의 우려가 과하다는 입장이다.
 
27일 금투업계에 따르면 전국사무금융노동조합연맹은 전날 정부와 정치권이 MSCI 선진국 지수 편입 추진 과정에서 충분히 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최근 정부의 전향적인 태도에 힘입어 급물살을 탔던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지난 25일 정부는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을 위해 외환시간을 연장하고 역외 원화거래 허용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간 정부는 외환시장 안정을 이유로 외환거래 자유화에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했으나, 변화가 생긴 것이다. 또한 금융위원회 역시 상반기 중 가급적 공매도를 전면 재개해 정상화하겠다고 밝혔다. 공매도 금지는 그간 글로벌 스탠다드에서 벗어나 MSCI 지수 편입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꼽혔다. MSCI 선진국 지수에 편입되면 국내 자본시장에 대한 신뢰도가 제고되고 해외 자금 유입이 늘어날 것이란 기대가 있다.
 
사무금융노조의 지수 편입 신중론 이면엔 '실시간 국내 주식 데이터 공개'를 둘러싼 엇갈린 이해관계가 있다. MSCI는 그간 외환거래 자유화, 외국인 투자등록제 외에도 실시간 주식 데이터 공개를 지수 편입 조건으로 요구해왔다. 당국이 외환시장에 대해선 최근 개선 의지를 밝혔지만, 실시간 주식 데이터 공개 문제는 업계 먹거리를 둘러싼 이해관계와도 얽혀있어 아직 해결점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 한국물 파생상품은 국내 시장에서 독점적으로 거래되고 있다. 거래소가 주식 실시간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MSCI는 코스피200 등 한국물 선물·옵션 파생상품을 만들고 싶어해 국내 데이터 활용을 요구하고 있지만 당국은 이를 전신 지수 편입 문제과 별개라는 입장을 취해왔다. MSCI는 인도 Nifty50지수 등 각국 지수를 활용한 선물·옵션 파생상품을 만들어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ME) 등 해외 거래소에서 거래시키고 있다. MSCI가 더 많은 돈을 벌어들이기 위한 장삿속이라는 지적의 목소리고 컸다.
 
특히 금투업계에서는 MSCI의 요구가 지수와 상관 없는 '장삿속'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주가지수 선물이 미국 시카고 등 외국 파생 시장에서 거래되면 외국인들이 한국에서 원화를 사서 한국 시장에서 옵션·선물을 거래할 이유가 없어진다"며 "MSCI가 한국물 파생 상품을 만들어 장사하면 우리 증시의 파생 상품들은 상대적으로 메리트가 떨어지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거래소가 운영하는 지수 선물 시장 규모가 꽤 크고, 증권사들 입장에서도 선물 시장에서 이뤄지는 수수료 수입이 적지 않다"며 "자본시장에 국한해서 봤을 때 양보할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외국인들이 한국 주식을 사들이면 이를 헤지하기 위해 롱·숏 표지션을 잡는 과정에서 선물옵션 거래가 필수적인 만큼 거래규모가 큰 시장이다.
 
반면 업계의 우려가 과도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전경련 관계자는 "업계에서는 우리 먹거리를 내준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며 "실제로 상황이 돼봐야 득과 실을 논할 수 있겠지만, 외국인들한테 우리나라 주식이 더 주목받을 수 있게 돼 실보다 득이 많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의 외환시장 개선 추진 방안에 대해서는 늦은 감이 있긴 하지만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과거에도 지수 사용 문제를 두고 이슈가 있었던 적은 있었으나, 지금은 크게 걸림돌이 되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며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게 (MSCI가) 거래소에 적절한 사용료를 내고 쓰는 거에 대해선 뭐라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사진/뉴시스
 
우연수 기자 coincidenc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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