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강립 식약처장, WHO 사무총장 후보자 지명 참여

집행이사로 WHO 제150차 집행이사회 참석

지난해 12월27일 충북 청주시 식약처 브리핑룸에서 김강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화이자 코로나19 경구치료제 '팍스로비드' 긴급사용승인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식약처

[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는 지난 24일부터 오는 29일까지(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세계보건기구(WHO) 제150차 집행이사회에 김강립 처장이 수석대표로 참석한다고 27일 밝혔다.

 

이번 집행이사회는 34개 집행이사국만 스위스 제네바 현장에서 참석하고, 집행이사국이 아닌 회원국은 화상으로 참석하는 혼합형(하이브리드) 방식으로 개최됐다. 집행이사회에서는 차기 WHO 사무총장 후보자 지명 절차, 지난해 개최된 세계보건총회 특별회기 결과 보고, WHO의 지속가능한 재정에 관한 회원국 간 실무그룹 논의 결과 보고 등이 주요 의제로 올랐다. 

 

한국은 WHO 서태평양지역 집행이사국(2020~2023년)이자 집행이사회 부의장국(2021~2022년)으로 제네바에서 현장 참석했다. 김강립 처장은 WHO 집행이사직을 맡고 있다.

 

김강립 처장은 회의 2일 차인 25일 차기 사무총장 후보자 지명 절차에 참여하고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에수스(Tedros Adhanom Ghebreyesus) WHO 사무총장과의 면담을 가진 후 귀국했다. 

 

이후 윤찬식 보건복지부 국제협력관은 우리 측 교체대표로 참석했다.

 

게브레에수스 사무총장은 코로나19 종식이 국가 간의 긴밀한 협력에 달려 있다며 올해 중반까지 모든 국가에서 백신 접종률 70%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백신, 치료제, 진단기기 등 코로나19 대응 수단의 공평한 접근 보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강립 처장은 이후 이어진 세계보건총회 특별회기 결과 보고에서 지난 2년간의 전 세계 코로나19 대응을 평가하며 국제보건규칙(International Health Regulation, IHR) 이행이 부족했던 점, 정치적 리더십의 결집이 지연된 점, 백신 불평등 등 대응 과정에서의 한계를 지적했다. 

 

그는 이 같은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지난해 세계보건총회 특별회기에서 WHO 회원국이 감염병 조약 등 새로운 수단을 모색하고자 '국가 간 협상기구(INB, Intergovernmental Negotiating Body, 이하 INB) 출범에 합의한 점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국의 '글로벌 백신 허브화 전략'을 소개하며 백신의 신속한 개발과 공급 확대의 중요성을 제기했다. 이와 함께 감염병 조약의 중요한 요소로 형평성이 반영돼야 하며 향후 한국이 INB 논의 과정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25일 오전에는 차기 사무총장 후보자 지명절차가 진행됐으며, 게브레에수스 현 사무총장이 차기 사무총장 후보자로 단일 입후보했다.

 

김강립 처장은 사무총장 후보자 인터뷰에서 기후 변화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언급하며, 다음 5년간의 임기 동안 보편적 의료보장(Universal Health Coverage, UHC) 강화와 회복 탄력성 있는 보건의료 체계의 구축, 기후 변화에 대한 WHO의 역할 강화에 대해 후보자가 어떤 계획을 갖고 있는지 질의했다.

 

게브레에수스 사무총장은 그간 회원국이 회복 탄력성 있는 보건의료 체계를 만들도록 최선을 다했으며 기후변화가 도서 국가와 개발도상국에서 특히 중요한 문제로서 비감염성 질환(Non-communicable diseases, NCDs), 감염성 질환을 비롯해 전반적인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에서 기후 변화와 건강에 대한 포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후 진행된 집행 이사국의 투표 결과, 집행이사회는 게브레에수스 사무총장을 제75차 세계보건총회에 추천하는 차기 사무총장 최종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강립 처장은 37개 WHO 서태평양지역 회원국을 대표해 게브레에수스 사무총장의 최종 후보자 지명을 축하하며 미래 감염병에 대비하고 지속가능한 재원을 조달하는 등 WHO의 역량과 영향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긴밀히 협력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최종 후보자로 지명된 게브레에수스 사무총장은 오는 5월 예정된 제75차 세계보건총회에서 전체 회원국의 투표를 통해 차기 사무총장으로 최종 확정된다.

 

김강립 처장은 WHO의 주요 인사뿐 아니라 집행이사회에 현장 참석한 국가의 수석대표와 면담을 가지며 협력 저변을 확대했다.

 

먼저 그는 게브레에수스 WHO 사무총장과 면담을 갖고, 한-WHO 간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특히 한국이 백신, 치료제 등 의약품의 개발과 생산, 규제에 필요한 충분한 역량을 갖춘 만큼 바이오 인력양성 허브 지정을 비롯하여 국제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분야를 설명했다.

 

또 백신 불평등 해소를 위해 중저소득국의 백신·바이오 생산역량 확충이 필요하다는 WHO의 구상에 공감하며 관련 교육과정과 인프라를 갖춘 한국이 글로벌 바이오 인력양성 총괄 허브(Main-Hub)로 선정된다면 큰 시너지를 창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WHO가 올해 새롭게 도입할 예정인 WLA(WHO Listed Authorities) 제도에 공감을 표했다. WLA는 WHO가 정한 우수규제기관 역량기준을 모두 충족한 규제기관으로 허가 및 실사정보 인용, 품질인증(PQ) 예외 등에 활용 예정이다.

 

김강립 처장은 식약처가 WLA 신청을 위한 GBT(Global Benchmarking Tools) 자체평가(Self-benchmarking)를 시작했고, 이후 정식평가(Formal benchmarking) 절차에도 참여하고자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김강립 처장은 SK바이오사이언스(302440)의 코로나19 백신 'GBP510'의 허가 절차가 올 상반기 진행된다면 한국 최초의 코로나19 백신이 될 것이라는 점과 미래 감염병 대응을 위한 경험과 기술 축적을 축적한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했다. 이와 관련, 향후 WHO의 긴급사용목록(Emergency Use Listing, EUL) 등재를 신속히 심사해주기를 요청했다.

 

게브레에수스 사무총장은 WLA 제도와 관련해 현재 전환 로드맵 등을 준비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 측 요청에 주목하고 한국 개발 백신의 긴급사용목록 등재에 대해서도 기꺼이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김강립 처장은 "이번 WHO 집행이사회에서 코로나19의 교훈을 바탕으로 거버넌스 개혁과 지속가능한 재원 조달을 통해 WHO의 역량을 강화하고자 하는 회원국 간의 공감대를 확인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이제 한국은 WHO 집행이사국이자 집행이사회 부의장국이라는 위상에 걸맞은 노력을 경주해야 할 때"라며 "세계적인 수준의 바이오 개발·생산 역량을 바탕으로 백신의 공평한 접근 보장이라는 중요한 이슈에 한국이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지훈 기자 [e-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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