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외모보다 생존이 먼저”…자영업자 '눈물의 삭발식' 감행
코자총, 삭발식 후 자영업자 파산 선언
삭발식에 30대 청년·여성도 참가
"2월10일께 광화문서 대규모 투쟁" 선언도
입력 : 2022-01-25 15:26:41 수정 : 2022-01-25 15:26:41
[뉴스토마토 변소인 기자] 매서운 겨울바람 속에서 자영업자들이 결국 머리카락을 잘라냈다. 긴 머리의 여성, 30대 청년들도 삭발에 망설임이 없었다. 살기 위해서 나왔다는 자영업자들은 삭발식에서 눈물을 보이기도 했지만 이내 굳은 결의를 드러내며 파산을 선언했다.
 
25일 자영업자들이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부근에서 정부의 방역지침에 반발해 집단 삭발식을 하고 있다. 사진/변소인 기자
 
한국외식업중앙회 등 9개 소상공인 단체로 구성된 코로나 피해 자영업 총연대(코자총)는 25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부근에서 정부의 방역지침에 대한 반발의 의미로 집단 삭발식을 단행했다. 이날 삭발식은 10명씩 릴레이 형식으로 진행됐다.
 
코로나 피해 자영업 총연대는 25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부근에서 정부의 방역지침에 반발해 집단 삭발식을 진행하기 위해 모였다. 사진/변소인 기자
 
부산, 충북 등 전국 각지에서 상경한 자영업자들은 참가자 명단을 작성하자마자 삭발 대상자라는 뜻으로 빨간 조끼를 입었다. 특히 유흥업, 노래연습장업 종사자들이 상당수였다. 영업제한과 집합금지 등으로 오랜 시간 영업을 하지 못해 피해가 큰 업종에 속한 이들이다.
 
부산에서 올라왔다는 30대 A씨는 “2년간 일을 못해서 적자가 심각하다”며 “도저히 안 될 것 같아서 삭발을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또 부산에서 라운지 펍을 운영하는 B씨는 “여자라서 외모가 중요하다는 생각보다는 살아야겠다는 마음으로 왔다”며 “삭발이든 단식이든 단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B씨의 가게 인근에서 쌀국수 집을 운영하는 C씨는 “청년자영업자로서 희망적으로 살 수 있는 길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삭발로 강하게 얘기하고 싶었다”며 “홀 영업이 망해 배달로 전환했지만 배달료, 비품료로 죽어나는 상황이다. 수천만원의 빚을 지고 있다”며 울분을 토로했다.
 
자영업자들이 25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부근에서 집단 삭발을 하고 있다. 사진/변소인 기자
 
이밖에도 삭발식엔 다양한 성별과 연령대의 자영업자들이 참여해 비장한 표정으로 머리카락을 밀었다. 구슬픈 노래가 깔리면서 눈물을 보이는 이들도 있었다. 이를 취재하기 위해 일본 언론도 행사장을 찾았다.
 
삭발식 후 민상헌 코자총 공동대표는 ‘대한민국 자영업자 파산’을 선언했다. 민 대표는 “코로나 사태 초기 국민들의 외출과 모임 기피로 자영업자들은 직격탄을 맞았고 건국 이래 최초의 영업정지와 제한으로 자영업자들의 코로나 발병 이후 735일은 죽음의 고통에서 헤어 나올 수 없는 극한의 하루가 반복되고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근로자들이 단 한 달만 월급이 밀려도 국가적 사태가 되어 온 사회가 들고 일어났을 것”이라며 “자영업자들이 수입이 없어 가족 같은 근로자를 내보내고 월세는커녕 전기료도 감당 못해 전기가 끊기고 가게에서 내몰려도 누구하나 관심 없는 것이 국가로부터 버림받은 오늘날 대한민국 자영업자의 현실”이라고 강력하게 규탄했다.
 
민 대표는 인건비와 임대료, 공과금, 각종 대출을 갚을 길이 없는 자영업자들의 상황을 언급하며 파산 선언에 대해 “단순한 선언적 의미가 아니라 자영업자의 진짜 현실을 가슴 절절히 호소한다”고 말했다. 
 
마이크를 이어 받은 오호석 코자총 공동대표는 투쟁선언문을 발표했다. 그는 “오늘은 삭발식으로 항의를 표하지만 이제는 목숨 하나 남은 상황에서 자영업자들은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로 생존권을 위해 투쟁해나갈 것”이라며 정부와 정치권에 투쟁을 선포했다.
 
오 대표는 “2월10일쯤 광화문에서 소상공인, 자영업자 단체뿐만 아니라 정부의 방역정책에 피해를 입고, 방역정책의 오류를 지적하는 대한민국의 양심적인 모든 세력들과 연대해 대규모 투쟁을 펼쳐나갈 방침”이라며 “이 자리에 대선후보들이 반드시 참석해 온전한 자영업자 손실보상 공약 이행서에 서명과 함께 대국민 약속을 선언할 것”을 촉구했다. 
 
이날 코자총은 △지난 2년 코로나 사태로 인한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피해 소급 전액 보상 △직접적인 영업제한 피해 업종 외 매출피해가 일어난 전 자영업자들의 피해 전액 보상 △일방적인 피해를 되돌릴 수 있는 신속한 영업재개와 관련한 일정 및 입장 공개를 요구했다.
 
변소인 기자 bylin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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