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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7시간' 대선 뇌관 부상?…역풍 우려도
16일 MBC '스트레이트' 방송 예고에 국민의힘 총력저지…정치권 이목 집중
2022-01-16 16:33:13 2022-01-16 21:26:14
[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부인 김건희씨의 '7시간 통화 녹취록'이 두 달도 남지 않은 대선 정국의 뇌관이 될 지 주목된다. 특별히 새로운 사실이 없을 경우 되레 역풍이 불 수도 있다. 여야 모두 촉각을 곤두세우는 가운데, 국민의힘은 방송의 불순한 의도를 주장하며 여론전에 나섰다.
 
윤 후보는 16일 서울 선대위 출범식 후 기자들과 만나 김씨의 녹취록 보도 예정에 대해 "내용에 대해 아는 바가 없어서"라고 극도로 말을 아꼈다. '내용에 대해 알지 못한다면 보도하는 상황에 대한 입장이라도 말해달라'는 요청에, 윤 후보는 "거기 대해서는 언급 안 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했다. 다분히 불편한 속내가 포함됐다.
 
국민의힘은 이날 김씨 녹취록 방송을 "MBC와 제보자X의 '권언유착2'"로 규정, 총공세를 폈다. 이양수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MBC 장모 기자는 적어도 지난 12월 음성파일을 입수했다. 열린공감TV와 서울의소리는 7월부터 '몰래 녹음' 상황을 공유해가며 더 일찍 터트릴 시점을 조율하고 있었다"며 "국민의 알권리 보장을 위한 순수한 의도라면 MBC는 왜 즉시 보도하지 않고, 대선에 임박한 설 명절 직전 2주로 편성 시기를 골랐는가"라고 따졌다.
 
홍준표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혹시 오늘 밤 방영될 김씨 녹취록에서 조국 사건의 진실이 나올 수 있을지 기대해 본다"고 했다. 홍 의원은 "조국 수사의 본질은 민주당 내 권력투쟁"이라는 기존 주장을 재언급한 뒤 "나는 아직도 그렇게 본다"고 확신에 찬 어조로 말했다. "국민들에게 공정과 정의로 포장되기는 했지만 본질은 당시 여권 내 권력투쟁"이라는 대목을 통해 윤석열 후보를 권력투쟁의 한 축으로 삼기도 했다.
 
이오하 페이스북 캡처/사진=국민의힘 제공
 
국민의힘, '김건희 7시간 방송' 총력 저지MBC와 충돌
 
앞서 유튜브 채널 '서울의소리' 기자 이모씨는 지난해 7∼12월 김씨와 50여차례 넘게 총 7시간45분가량 통화를 하고, 해당 녹음파일을 MBC에 넘겼다. MBC는 16일과 23일 2부작으로 시사 프로그램 '스트레이트'를 통해 녹취록을 공개할 예정이다. 녹취록에는 조국 사태를 비롯해 정치적으로 민감한 내용 외에도 사적 발언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은 해당 방송을 막기 위해 지난 13일 서울서부지법에 MBC를 상대로 방송금지가처분을 신청하는 등 총력 저지에 나섰다.
 
김기현 원내대표, 박성중·추경호·이채익 의원 등 10여명은 다음날인 14일 오전 MBC를 항의 방문하며 압박했다. 상암동 MBC 사옥 앞을 지키던 시민단체, MBC노조 측과 물리적 충돌도 빚어졌다. 30여분간 고성과 욕설이 오가는 아수라장이 펼쳐졌다. MBC노조는 성명을 통해 "검증 수단이 후보 배우자가 사적으로 통화한 녹취 파일이라 하더라도, 발언 내용 가운데 공적 영역에 해당한다고 판단되는 부분이 있다면 이를 입수한 언론에는 보도할 '의무'가 있고 국민에겐 알권리가 있다"고 했다. 대치가 길어지자 김 원내대표와 추경호 원내수석부대표, 박성중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간사 3명만 박성제 MBC 사장을 15분가량 면담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사진/국민의힘 제공
 
법원, 방송금지가처분 일부 인용…불 지피는 '동정론'
 
칼자루를 쥐게 된 법원은 14일 오후 김씨의 녹취록을 방송하되 김씨가 연루된 수사 관련 사안이나 정치적 견해와 관련 없는 일상적 대화는 방송하지 못한다고 방송금지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윤 후보는 15일 울산 선대위 출범식 후 법원의 결정에 대해 "아직 판결문도 보지 못했고, 일정이 워낙 바쁘다 보니 그걸 들여다볼 시간이 없었다"며 "뭐라고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을 극도로 아꼈다. 김씨의 허위경력 논란 당시 다소 격정적으로 반응하던 모습과는 달랐다.
 
국민의힘은 김씨를 적극 엄호하며 방어막을 쳤다. 이준석 대표는 15일 JTBC와의 인터뷰에서 "사적 대화를 전제로 한 대화들인데 (김씨가)뒤통수 맞은 모양새가 된다면, 일정부분 후보자 배우자에 대해 공감하는 부분이 생길 수도 있다"고 동정론을 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부인 김건희씨.사진/뉴시스
 
김건희 7시간 파장 놓고 엇갈린 관측
 
김씨 녹취록이 가져올 파장을 놓고는 의견이 나뉜다. 이날 공개되는 방송에서 김씨의 통화 속 말투가 지난달 26일 대국민 기자회견 당시와 극명하게 다를 경우, 가식적 이미지는 물론 당시 사과의 진정성 논란까지 야기할 수 있다. 국민의힘이 우려하는 정제되지 않은 발언이나 거센 톤 등이 여과 없이 전파될 경우 '쥴리' 등 사생활 괴소문까지 겹치면서 김건희 실체를 놓고 무성한 논란에 휘말릴 수도 있다. 조국 사태 등 민감한 정치 현안에 대한 김씨의 의견과 입장이 윤 후보에게 절대적 영향력을 미친 것으로 비쳐질 경우 해명도 쉽지 않아 보인다. 
 
반면 윤 후보의 국정운영 능력과는 무관한 배우자 문제라는 점에서 지지율에 큰 타격을 주지 않을 것이란 상반도 의견도 있다. 이미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결혼 뒤 부인에게 현금지급기 취급을 당하며 집안일까지 한다는 의미로 주방세제 '퐁퐁'과 윤 후보 이름을 합친 '퐁석열'이라는 동정론마저 고개를 들고 있다. 특별히 새로운 내용이 없거나 극히 사적 대화를 정치적으로 이용한 의도가 비쳐질 경우 동정론에 힘입어 역풍이 불 수도 있다. 
 
법원은 김씨 수사나 사생활과 관련된 내용을 제외했으나, 전체 분량이 7시간이 넘을 정도로 방대한 만큼 김씨의 육성이 담긴 녹취록이 어떤 파장을 가져올지 가늠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MBC는 16일 오후 탐사기획 '스트레이트'를 통해 김씨의 통화내용 일부를 방송한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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