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연된 윤석열…주인공은 김종인·이준석
사흘째 숨바꼭질 이준석에 온통 언론 집중
이준석, 잠행 마침표 광주일 경우 윤석열에 직격탄
입력 : 2021-12-02 18:23:08 수정 : 2021-12-02 18:23:08
[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보이질 않는다.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에 이어 이준석 대표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면서 대선후보가 조연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교롭게도 이 두 사람 모두 윤 후보와의 갈등 정점에 서 있다. 자연스레 윤 후보의 정치력과 리더십에도 상처가 났다. 
 
'당대표 패싱'에 대한 불만으로 사흘째 잠행을 이어가고 있는 이 대표는 2일 제주를 찾았다. 당 대표실에 따르면, 이 대표는 지난 1일 전남 여수에서 출발해 배편으로 이날 오전 제주에 입도했다. 전날 순천에서 이 대표와 만난 순천갑 당협위원장인 천하람 변호사는 한 라디오에서 "이 대표는 자기가 생각하고 있는 위기감이 해결되지 않는 한 서울로 쉽사리 올라갈 생각이 없어 보였다"고 전했다. 
 
이준석의 '동선의 정치'여수·순천·제주 다음은? 
 
'윤 후보에게 무언의 요구를 하고 있는 거냐'는 진행자 질문에 천 변호사는 "그렇다. 자기가 생각했을 때 최소한 대선을 이길 수 있는 정도로 내지 대표와 후보 당 전체가 같이 잘 해나갈 수 있을 정도의 어떤 조건들이 관철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준석(왼쪽 세번째) 국민의힘 대표가 2일 제주도를 방문해 한 식당에서 4.3유족회와 간담회를 갖고 있다.사진/국민의힘 대표실 제공
 
특히 이 대표는 윤 후보를 겨냥하는 동선을 밟고 있다. 가장 먼저 향한 곳은 부산으로, 그중에서도 자신에게 비판을 쏟아냈던 장제원 의원을 콕 집어 그의 지역구인 부산 사상 당원협의회 사무실을 기습 방문했다. 장 의원은 권성동 사무총장과 함께 윤 후보의 최측근으로 분류된다. 이 대표는 이후 순천으로 이동했는데, 공교롭게도 이 곳은 지난 7월 윤 후보가 기습 입당했을 당시 이 대표가 지역일정을 소화하던 곳이다. 이 대표는 당시 윤 후보의 입당 사실을 사전에 알지 못했다.  
 
이 대표가 순천을 거쳐 제주로 향한 것 또한 의미심장하다. 여순항쟁과 제주 4·3항쟁 등 그간 보수진영이 외면했던 한국 현대사의 아픈 대목들을 되짚는 행보로 해석됐다. 이 대표는 허향진 도당 위원장과 오임종 제주4.3희생자유족회장 등과 함께 오찬을 겸한 간담회를 가졌다. 오 회장은 4·3특별법 개정을 위해 국회가 협조해 줄 것을 요청했고, 이 대표는 당 차원의 협조를 약속했다. 4·3특별법 개정안은 현재 국회 상임위를 통과해 8일 법사위, 9일 본회의 의결을 앞두고 있다. 
 
때문에 다음 행선지로 광주가 유력시된다. 허향진 위원장 등 이 대표와 함께 했던 일행들은 "이 대표가 하루이틀 더 제주에 머물며 비공식 일정을 소화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다음 행선지에 대해서는 '모르쇠'로 일관했다. 다만 여수와 순천, 제주에 이어 한국 현대사의 가장 비극은 광주가 유일해 국립 5·18민주묘지를 찾아 참배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렇게 되면 윤 후보에게는 사실상 직격탄이 된다. 윤 후보는 앞서 '전두환 미화' 발언과 '개사과' 사진 논란으로 여론의 역풍을 맞은 뒤 사죄 차원에서 5·18민주묘지를 찾았지만 시민들의 거센 항의에 참배를 중간에서 포기한 바 있다.   
 
이 대표는 이날 4·3평화공원에서 기자들과 만나 "순천과 여수, 제주도 등 과거사 문제에 있어 저희가 조금 더 전향적으로 움직이는 부분들을 다시 한 번 의지를 확인하고 또 유족 분들에게도 저희의 생각을 재확인시켜 드리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해, 현 동선에 깔린 의미를 시사했다. 
 
또 "후보 선출 이후에 저는 당무를 한 적이 없다. 후보 의중에 따라 사무총장이 교체된 이후 제 기억에는 딱 한 건 이외에 보고를 받아본 적이 없는 것 같다"며 "(윤 후보가)당무에 대해 어떤 의사를 물어온 적이 없기 때문에, 협의도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당무 공백이 발생했다는 인식 자체가 이해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저한테 물어본 것이 없기 때문에 제가 의견을 제시하거나 판단을 할 사안이 없다"며 그런 이유로 "현재 당무는 공백 없이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일 경기 안양시 안양여고 인근 도로포장 공사 사망사고 현장을 찾아 굳은 표정으로 사고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사진/윤석열 캠프 제공
 
"김종인과 이준석, 윤석열보다 언론 많이 탄다" 
 
휴대전화를 꺼놓은 채 마치 숨바꼭질 하듯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는 이 대표의 게릴라식 행보 때문에 언론의 관심도 온통 이 대표에게로 쏠렸다. 제주에도 기자들이 급파됐다. 특히 이 대표가 일부러 언론을 통해 동선을 흘리는 듯한 행보를 보이면서 당내 모든 이슈를 집어삼켰다. 윤 후보는 이날 예정에 없던 안양 사고 현장을 찾은 것을 비롯해 조찬 간담회, 주한-주북 영국대사 접견 등을 소화했지만 주목도는 극히 떨어졌다.
 
윤 후보 측은 표면적으로는 이 대표와 소통하겠다고 했지만, 내부적으로는 부글부글하는 분위기다. "고춧가루 제대로 뿌렸다"는 격앙된 반응도 나왔다. 한 관계자는 "당 대표가 말을 좀 줄이고, 욕심을 내려놔야 한다"며 "당 대표는 대선 후보한테 맞춰주는 역할을 하는 게 맞다. 뒷받침해 주는 조연에 그쳐야 하는데, 주연이 되려는 욕심을 부리고 있다"고 성토했다.
 
신경식 당 상임고문은 윤 후보 면전에서 "지금 김종인과 이준석, 두 분이 후보보다 더 많이 언론을 탄다"며 "한 발 더 내다보고 아무리 불쾌하고 불편하더라도 꾹 참고 당장 오늘 밤이라도 이 대표가 묵고 있다는 어디 경상도 바닷가라도 찾아가서 같이 하자(고 하라)"고 조언했다. 또 "윤 후보가 이 두 분을 끌어안고 같이 나가지 못할 때는 이게 마치 포용력 없는, '그저 법대로 검찰에서 법을 휘두르던 성격을 가지고 정치를 한다'고 해서 잃어버리는 표가 상당히 많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장예찬 전 윤석열캠프 청년특보는 이 대표를 향해 "이번 한 번만 형의 정치에서 주인공 자리를 후보에게 양보할 수 없느냐"고 요청했다. 장 전 특보는 "취중 페이스북으로 폭탄 발언을 하고, 갑자기 칩거에서 부산-순천 행보를 하는 것은 정권교체를 목전에 둔 제1야당 대표다운 행동이 아니다"며 "평소에는 당대표 대우를 해 달라고 주장하다가 불리하면 37살 청년이니까 이해해 달라는 듯한 행보를 보이는 것은 형답지 않다"고 몰아붙였다. 
 
6일로 예정된 중앙선대위 출범식이 원만하게 진행될 지도 미지수다.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은 이날 한 라디오에서 이 대표가 선대위 발족식에 참석하지 않을 경우에 대해 "협의해야 할 일이지만 기본적으로 선대위 구성을 무한정 늦출 순 없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이 대표와)연락이 잘 안 되는 것 같다"며 "서로 입장이 부딪힐 때는 조금 숙려기간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사진/뉴시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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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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