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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블룰' 호환성 떨어져…정부의 긴밀한 협력 필요"
한국블록체인협회 주최 가상자산 트래블룰 표준화 방안 세미나 열려
업계 "나라별 트래블룰 차이 커…호환성 있는 지침 마련 시급"
전문가들, 국제 기준에 부합한 시스템 토대로 혼란 최소화에 힘써야
2021-11-30 16:04:17 2021-11-30 16:04:17
[뉴스토마토 이선율 기자] 가상자산사업자를 대상으로 한 트래블룰 시행이 석달 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국내외 거래소간 정보 공유가 원활하게 되지 않아 호환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업계에서는 표준화 방안이 제대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원활한 소통 추진과 업체들과의 긴밀한 협력이 수반돼야 한다는 데 한목소리를 냈다.
 
한국블록체인협회와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은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가상자산사업자의 자금세탁방지 의무 준수를 위한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 개정방향과 트래블룰 표준화 방안’ 세미나를 열었다. 
 
3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한국블록체인협회와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최한 가상자산사업자의 자금세탁방지 의무 준수를 위한 FATA 개정방향과 트래블 룰 표준화 방안 세미나에 참석한 업계 관계자와 전문가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이선율기자
 
트래블룰이란 가상자산거래소 간 코인 이동시 발신인과 수신인 정보를 모두 수집하도록 한 특금법상 규정으로, 모든 거래소는 내년 3월25일까지 관련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트래블룰과 관련해 준비해야할 사안은 많은데 원활하게 정보공유가 되지 않은 데다, 시스템 정비에 대한 방향성 공유조차 안돼 준비가 어렵다고 호소하고 있다.
 
방준호 빗썸 부사장은 "모든 거래소가 동시에 같은 입장에서 참여할 수가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글로벌 거래소별로 트래블룰 도입시기가 제각각인 데다, 각국간 시차가 발생하다보니 규제 여건도 꽤 차이가 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와 금융당국이 글로벌 표준에 따라 좀더 호환성 있게 규제나 지침들을 만들었으면 싶다"고 말했다.
 
이철이 포블게이트 대표는 "가상자산사업자들이 트래블룰을 적용하기 위해선 인프라까지 잘 갖추고 있어야 한다"면서 "은행들은 각 부서별 협업, 대외적인 규제 등에 대해 협업이 잘 구축돼 있어 자금세탁방지가 잘 되고 있다. 그러나 가상자산사업자들은 5년의 경험밖에 없다. 가상자산사업을 제도권내 잘 정착시키고 유지시키려고 한다면 시스템 구축도 중요하지만 정부나 은행, 금융권에서 가상자산사업이 성숙될 수 있도록 잘 도와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지열 한국자금세탁방지전문가협회 회장은 "해외와 비교해 국내에만 유일하게 가상자산 신고 요건에 해당하는 실명 입출금 계정 확보와 ISMS(정보보호관리체계) 인증을 해야하는 요건이 있는데, 이는 FATF(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 권고에도 없는 특이한 조항"이라고 설명했다. 정 회장은 이어 "특금법 시행 이전 국내 2~3위 거래소인 빗썸과 코인원이 농협은행의 까다로운 규제로 실명계좌 발급이 어려웠는데, 문제가 생기면 추후 농협이 연대 책임을 떠안아야 하기에 깐깐한 규제를 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향후 한국블록체인협회의 (표준화) 보고서가 업체들의 트래블룰 구축에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3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한국블록체인협회와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최한 가상자산사업자의 자금세탁방지 의무 준수를 위한 FATA 개정방향과 트래블 룰 표준화 방안 세미나에서 업계 관계자와 전문가들이 토론하는 모습. 사진/이선율 기자
 
트래블룰 점검 시점에 대해 이길성 금융감독원 자금세탁방지실 실장은 "이미 가상자산사업자로 신고수리됐거나 심사받는 회사들 중 시스템을 구축해 완료한 회사는 없는 걸로 안다"면서 "지난 9월24일까지 42개 사업자가 신고했는데 심사중에 트래블룰 구축 여부에 대해선 살펴보지 못했다. 내년 3월 이후 신고접수된 사업자에 대해서는 트래블룰 시스템 적정성을 살펴볼 수 밖에 없는데, 시스템 구축에 따른 유예기간이 없는 만큼 이전에 어느 정도는 준비해서 들어와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소영 한국4차산업혁명정책센터장(카이스트 과학기술정책대학원 교수)는 "(트래블룰은) 세계 각국의 이해관계가 걸려 있어 오랜 기간이 걸린다"면서 "이를 해소하려면 실제 전문 표준을 만들어본 경험이 있는 기관과 협력하는 게 중요하다. 또 기존 기득권, 많은 이해관계 당사자들을 어떻게 설득하고 어느 수준에서 조정하는 지가 중요한데, 이러한 기술과 규제가 충돌할 수 있는 여지를 최소화할 수 있는 조치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정하 블록체인협회 글로벌 트래블룰 표준화 TF 부단장은 "개인지갑에 대한 트래블룰 적용이라든지, 주민번호, 전송시점에 대한 법 집행 이슈 등 가상자산 관련 국제적 시스템 구축 지침들이 업데이트 돼있어 괴리가 나오고 있다"면서 "이를 감안해 명확히 해야할 부분이 있다면 금융정보분석원(FIU)측에서 공동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혼란이 없도록 해야한다"고 제안했다.
 
트래블룰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원만한 의사소통과 협력이 더 중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경근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는 "정보공유가 가상자산거래소 사이에서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아 트래블룰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기술적 문제, 업계 이해 관계 등 요인으로 자금이동규칙의 표준 호환성이 막혀있는데 이에 대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교수는 이어 "국제적인 사령탑을 쥔 FATF에 대한 견해를 지속 모니터링하는 한편 국제적인 룰로 정착될 수 있도록 정부는 민간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협력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선율 기자 melod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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