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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인상)울고 싶은 카드사…몰래 웃는 은행·보험사
'기준금리 1% 시대' 금융권 희비 엇갈려…결국 금융소비자만 피해
2021-11-25 15:24:18 2021-11-25 15:24:18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기준금리가 연 0.75%에서 연 1.0%로 오르면서 금융권의 희비가 엇갈렸다. 카드사와 저축은행은 조달비용 상승 등으로 수익 확대가 제한적이라는 이유로 표정이 어둡다. 반면 은행은 예대금리차 확대로 역대급 실적이 예상되면서 표정이 밝다. 보험사 역시 기준금리가 상승하면 대출채권·이자수취채권 등 자산운용이익률이 올라가기 때문에 안도하는 모습이다. 결국 금융소비자만 피해를 입는 꼴이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드사들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인상 결정에 대해 부정적인 시그널로 인식했다. 금리 인상 시 조달비용이 상승할 수 있다는 게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카드사들은 수신 기능이 없어 전체 자금의 70% 이상을 채권 발행을 통해 조달한다. 금리가 오르면 채권 금리가 상승하기 때문에 카드사들은 그만큼 높아진 조달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물론 조달 비용이 오른 만큼 대출금리도 상승한다. 하지만 과거 금리 인상 추이를 봤을 때 시장금리 상승 시 대출 운용 금리가 크게 상승하지 않았던 점을 고려하면 수익 확대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이다. 카드사 관계자는 "추후 시장금리가 인상될 것으로 예상되면 회사채 발행 속도가 앞당겨져 조달비용이 빠르게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저축은행도 법정 최고금리 인하와 더불어 중금리 대출 확대 등의 여파로 금리 인상에 따른 수익 상승폭은 크지 않다는 반응이다. 코로나19 확산 국면에서 금리 인상으로 부실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점도 우려 요소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정책 상품 확대 기조가 지속되고 있고 내년 중금리 대출 상한이 인하되는 만큼 여신 금리 상승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은행은 수익성이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에 표정이 밝다. 예금금리가 대출금리보다 늦게 반영되기 때문에 이자마진은 늘고, 조달비용은 줄기 때문이다. 실제 초저금리 시대를 지나면서 은행들은 조달금리가 0.1%인 저원가성(수시입출금) 예금이 크게 늘었다. 30~40% 수준이던 주요 시중은행의 저원가성 예금 비중은 6월 말 평균 50.1%까지 치솟았다.
 
다만 최근에는 가계대출 규제라는 특수성 때문에 마냥 웃을 수 만은 없는 상황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예대금리차와 NIM(순이자마진)이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일반적이지만, 최근에는 기준금리보다 정부 규제에 더 민감한 분위기"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이미 대출금리에 대해 가산금리를 늘리고 우대금리는 축소해 대출량이 줄어든 상황에서 예대마진은 챙겼다. 
 
보험사 역시 기준금리 인상에 안도하는 모습이다. 보험사는 정해진 예정이율을 기준으로 보험료를 받아 장기간 자금을 운용하는데, 금리가 상승하면 대출채권·이자수취채권 등 자산운용이익률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과거 고금리 확정형 저축성 상품 비중이 높은 보험사들의 경우 금리역마진 리스크도 줄어들게 된다.
 
다만 채권평가손실로 지급여력(RBC)비율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은 부담 요소다. 일반적으로 금리가 상승하면 보험사의 매도가능증권으로 분류된 채권 평가이익이 내려가 가용자본이 감소한다. RBC비율은 보험사가 가입자에게 보험금을 바로 지급할 수 있는 자산 상태를 나타낸 지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보험료 인하 효과를 볼 개연성도 커진다. 시장 금리가 올라가면 예정이율이 상승해 보험료 인하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하지만 대부분의 보험사들이 수익을 극대화 하기 위해 금리 인하기에는 예정이율을 내려 보험료를 인상하고, 막상 금리가 오르면 예정이율 인상에 소극적인 태도를 견지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운데)가 2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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