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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여·야 국회의원 전원에 '기본주택 입법 논의' 제안
문자·메일 이용해 서한 발송…"국민 고통 더는 데 힘 모아달라"
2021-11-17 11:05:27 2021-11-17 11:05:27
[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가 여·야 국회의원 전원에게 기본주택 관련 법안 논의와 심의를 요청하는 서한을 보냈다. 기본주택은 기본소득과 함께 이 후보의 핵심 정책의제인 '기본시리즈' 가운데 하나다. 이 후보는 기본주택 관련 법안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은 17일 보도자료를 통해 "이 후보가 여야 의원 전원에게 자신의 핵심 공약인 기본주택 관련 법안에 대한 치열한 논의와 심의를 요청하는 문자와 메일을 보냈다"면서 "국민의 주거안정을 보장하는 것은 국가의 의무임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기본주택은 소득과 자산, 나이 등에 따라 입주 자격을 제한하는 기존 임대주택과 달리 무주택자면 누구나 건설원가 수준의 저렴한 임대료로 30년 이상 거주할 수 있는 고품질 공공주택이다. 이 후보는 지난 2일 '대전환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도 "중산층을 포함한 무주택자 누구나 저렴한 임대료로 장기 거주할 수 있는 고품질 기본주택을 대대적으로 공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국회에는 기본주택 제도화와 관련해 △공공주택특별법 일부개정안 △토지임대부 기본주택 공급촉진을 위한 특별법안 △토지분리형 분양주택 공급촉진을 위한 특별조치법안 등의 법안이 발의된 상태다.

이 후보는 서한에서 '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가진다'라는 헌법 제35조를 인용하면서 "국민의 주거안정을 보장하는 것은 국가의 의무"라면서 "집 한 채 사려면 영혼까지 끌어모아 빚을 내야 하는 나라에서, 노동해서 버는 돈으로 치솟는 집값을 감당할 수 없어 청년들이 절망하는 나라에서 주거기본권은 공염불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기본주택은 국민의 다양한 선택권을 보장, 내 집 마련의 가능성을 높여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높은 집값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여당, 그런 여당을 비판해온 야당, 결국 모두 부동산 문제 해결을 주장하고 있다"며 "국민의 고통을 덜어드리고 청년에게 희망을 돌려줄 정책적 대안, 실질적 대책을 마련하는 일에 힘을 모아달라"고 부탁했다.
 
16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서울시 신촌 파랑고래에서 청소년·청년 기후활동가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다음은 이재명 후보가 여·야 국회의원 전원에게 발송한 서한의 전문이다.
 
존경하는 국회의원님께 인사드립니다.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 이재명입니다.

"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가진다." 헌법 제35조입니다. 국민의 주거 안정을 보장하는 것은 국가의 의무입니다.

하지만 많은 국민께서 국가가, 나아가 정치가 그 의무를 다하고 있지 않다고 여기실 것입니다. 집 한 채 사려면 영혼까지 끌어모아 빚을 내야 하는 나라에서, 노동해서 버는 돈으로 치솟는 집값을 감당할 수 없어 청년들이 절망하는 나라에서 주거기본권은 공염불에 불과합니다.

국회가 함께 나서주십시오. 높은 집값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여당, 그런 여당을 비판해온 야당, 결국 모두 부동산 문제 해결을 주창하고 있습니다. 국민의 고통을 덜어드리고 청년에게 희망을 돌려줄 정책적 대안, 실질적 대책을 마련하는 일에 힘을 모아주십시오.

그 대안으로 기본주택을 검토해주십사 하는 말씀을 드립니다. 현재 ‘공공주택 특별법 일부개정안’(이규민 의원안), ‘토지임대부 기본주택 공급촉진을 위한 특별법안’(박상혁 의원안), ‘토지분리형 분양주택 공급촉진을 위한 특별조치법안’(노웅래 의원안) 등 기본주택을 제도화할 법안 4건이 국회에 발의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 가구 대비 주택 보급률은 100%에 이르지만 무주택 가구는 절반에 가깝습니다. 집값을 안정시키고 집 없는 서민들의 주거 불안을 해소하려면 무엇보다 공급물량 확대가 중요하고, 특히 고품질 공공주택인 기본주택을 대량 공급해야 합니다.

오래된 문제에는 새로운 해법이 필요합니다. 기본주택을 일컬어 ‘평생 임대주택 살게 만드는 정책’이라는 세간의 오해가 있습니다만 이는 사실이 아닙니다. 오히려 기본주택은 국민의 다양한 선택권을 보장하여 내 집 마련의 가능성을 높여줄 것입니다.

높은 집값을 지탱하는 수요에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정말 필요해서 집을 사고자 하는 실수요도 있지만, 공포수요도 상당합니다. 지금 집을 사지 않으면 집값이 더 오를 것이 뻔하기에, 평생 전세나 월세를 떠돌며 주거 불안에 시달릴 것이라는 공포로 인해 집을 사려는 국민이 많습니다.

기본주택이 대안이 될 수 있는 이유입니다. 무주택자라면 누구나 소득수준에 상관없이 장기간 안정적으로 살 수 있는 주택, 그것도 좋은 입지와 우수한 품질까지 갖춘 주택이 있다면, 굳이 빚을 내 비싼 집을 살 필요가 줄어들고, 수요가 줄어들면 자연스레 집값도 안정될 수 있습니다.

기본주택을 두고 많은 갑론을박이 있는 것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책에 대해 찬반 논란만 이어가는 것은 정치가 할 일이 아닙니다. 사회적 논란 속에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고 국민 삶을 바꿀 다양한 해법들을 경쟁하게 하여 결국 대안을 만드는 것이 정치의 역할입니다.

시작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만들어낼 수 없습니다. 이번 정기국회에서 기본주택 법안에 대해 치열하게 논의해 주십시오. 기본주택이 결코 만병통치약은 아니지만, 기본주택을 둘러싼 진지한 논의가 부동산 공화국을 해소할 소중한 첫걸음이 되리라 믿습니다.

감사합니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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