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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전 곳간 채워라” 금리 높이고 리픽싱 한도 낮추는 CB
11월 발행 CB 표준금리 2배 이상 상승…CB발행 수요 급증에, 상장사들 투자자 입맛 맞춘 CB발행
2021-11-11 06:00:00 2021-11-11 06:00:00
[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전환사채(CB)의 전환가액 상향 조정 의무화를 앞두고 고금리 CB를 발행하거나 리픽싱 한도를 액면가까지 낮추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CB 전환가액이 상향될 경우 투자자 모집이 어려워질 것을 우려한 기업들이 불리한 발행 조건을 감수하고 무리해 자금조달에 나서는 것으로 보인다.
 
1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달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 발행된 CB들의 평균 표면금리와 만기금리는 각각 1.48%, 2.68%로 전월 대비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이는 지난달 발행된 CB 72건의 평균금리(0.73%)와 만기금리(1.98%)보다 각각 103%, 35% 높은 수치다. 지난 8월부터 9월까지 발행된 CB들의 평균금리와 만기금리는 각각 0.81%, 1.81%였다.
표/뉴스토마토
그간 채권시장에선 표면·만기금리가 모두 0%인 CB 발행이 주를 이뤘었다. 지난달 발행된 CB 72건 중 표면금리가 0%인 CB는 44건(61.1%)으로 절반을 넘어섰으며, 표면·만기금리가 모두 0%인 CB도 28건(38.9%)이나 됐다. 그러나 이달 발행된 CB(28건) 중 표면·만기금리가 모두 0%인 CB는 6건(21.4%)으로 비율 자체가 감소했다.
 
'제로' 금리가 대세를 이루던 CB 시장의 금리가 높아진 것은 12월부터 시행될 CB 리픽싱(전환가액 조정) 상향 의무화 때문으로 풀이된다. CB리픽싱 상향을 앞두고 CB 시장 위축을 우려한 상장사들의 CB 발행도 급격히 늘고 있다. 지난달부터 이달 9일까지 발행된 CB는 유가증권 15회 코스닥 84회로 총 99회에 달한다. 하루 평균 3.66회의 CB가 발행된 것으로 이는 지난해 일평균 CB 발행 수(1.82회)의 2배를 넘어선다.
 
CB 투자자들의 선택폭이 넓어진 만큼 상장사들도 투자자 모집을 위해 CB 조건을 투자자에게 유리하게 설정하고 있다. 실제 CB 투자자를 위해 사채발행에 특약을 추가하거나 금리와 리픽싱 등 조건을 변경하는 기업들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표/뉴스토마토
한주케미칼앤홀딩스(043090)버킷스튜디오(066410)는 최근 CB발행 조건을 변경했다. 한주케미칼앤홀딩스는 CB의 만기금리를 2배 높이고 리픽싱을 액면가까지 가능하도록 했다. 당초 한주케미칼앤홀딩스는150억원의 자금조달을 위해 한창(005110)을 대상으로 표면금리 3%, 만기금리 3%의 CB를 2회 발행했다. 그러나 최근 사채 발행 대상자가 메리츠증권으로 바뀌면서 만기금리를 6%로 높였다. 1930원으로 설정됐던 최저 리픽싱 금액도 액면가인 500원까지로 낮췄다. 리픽싱 한도가 액면가까지 낮아진 만큼 메리츠증권은 향후 주당 최저 500원의 가격에 한주케미칼앤홀딩스의 주식 전환이 가능해졌다.
 
이밖에 콜옵션(매도청구권) 행사 시 3%의 옵션프리리엄을 제공하는 특약까지 붙었다. 콜옵션은 발행사가 CB 만기 전에 투자자로부터 CB를 다시 사들일 수 있는 권리다. 발행사가 CB에 콜옵션을 행사할 경우 투자자 입장에선 주식 전환을 통한 시세차익과 만기금리를 포기해야한다.
 
즉, 한주케미칼앤홀딩스의 이번 CB 발행 조건 변경은 처음부터 끝까지 CB 투자자인 메리츠 증권에 유리하게 변경된 셈이다.
 
버킷스튜디오 역시 300억원 규모의 CB 발행에서 기존 4163원까지 가능했던 리픽싱 한도를 액면가인 500원까지 낮추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표면·만기금리가 높은 CB 발행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CB 리픽싱 상향이 의무화되면서 리픽싱을 통한 시세차익을 거두기가 이전보다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진 표면·만기금리가 모두 0%인 CB 발행을 통해 발행사는 공짜로 돈을 조달하고, 투자자들도 리픽싱을 통해 낮아진 전환가로 시세차익을 거두기 수월했다”며 “CB 리픽싱 상향 의무화로 리픽싱을 통한 시세차익을 기대하기 힘들어진 만큼 앞으로 금리 이율이 높아지는 방식으로 CB 발행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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